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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02일
![]() 이탈리아와 멕시코의 합작으로 '알렉한드로 조도롭스키'감독이 만들으며, '엘포토' '성산'과 더불어 그의 3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개인적인 잣대로 정의하자면 상업 영화가 아닌 예술 영화의 분류에 놓고 싶다. 호러 영화는 무조건 B급이며 2류라서 마이너한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을 정도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서커스에서 마술 공연을 하던 소년 '피닉스'는 부모님이 끔찍한 사고를 당해 죽는 걸 목격한 뒤 미쳐서 병원에 수감되어 성인이 되는데, 어느날 갑자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체는 피닉스로 미쳐 버린 그가 느끼는 환상과 실제의 경계선은 참으로 모호하다.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가짜인지. 분명히 눈에 띄는 아이콘과 행동을 넣음으로써 이미 답을 내려주었지만.. 그걸 표현하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장면이 무엇인가를 상징하는데, 그 상징성을 설령 모른다 할지라도 극중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면 이 작품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쉽게 알 수 있다. 피닉스가 어머니인 콘차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콘차가 광년이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등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그들의 연기와 대사, 행동을 보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판토마임과 비슷한 마술을 펼치던 피닉스의 우상이 투명인간이란 것과 양팔이 잘린 어머니의 수족 노릇을 해주는 설정의 접합점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고의 캐릭터는 피닉스의 어머니 콘차라고 생각한다. 깡패들에게 양팔리 잘린 뒤 강간당하고 출혈 과다로 죽은 세일러복 소녀 '리리오'를 성녀로 모시는 이상한 종교를 신봉하며 피를 성스러운 것이라 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리치는 모습이나 피닉스의 팔을 이용해 연극을 하고 또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역을 맡은 배우 '브랑카 구에라'의 연기력은 거의 신들린 듯한 정도라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조도롭스키 감독 자체의 역량도 뛰어난 모양인지 어떤 포인트에 강렬한 연출을 넣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어서 긴장의 완급 조절은 상당히 훌륭하다. 인물들도 굉장히 개성적이다. 앞서 언급했던 피닉스와 콘차를 빼고 나서도 판토마임을 하는 여자 광대 알마. 난쟁이 하인 지니와 문신을 한 여자. 리리오 쇼의 주인공과 여자 레슬러와 음악을 연주하는 삐에로 등등 기괴한 군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아무 이유 없이 나온 인물은 한 명도 없다. 다시 스토리 이야기를 넘어 가자면 양팔 잘린 세일러 복 소녀 리리오와 관련된 음란한 쇼를 선보임으로서, 리리오 신교가 의미하는 건 육욕의 상징이며 그건 중요한 갈등 요소가 된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바로 그 육욕이었으니 말이다. 육욕을 버리고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한다는 엔딩 또한 멋지다. 비록 그 결과가 완전한 해피 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볼 때 달리 생각할 여지를 남겨 준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손을 들어 보이며 '내 손'이라고 외친 장면에서 약간의 감동마저 느껴졌다. 그에게 있어 모든 불행의 상징인 육욕. 육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어머니의 환영과 아버지의 문신에서 해방됐으니 말이다. 플레이 타임이 120분이나 되지만 그다지 지루하지 않아서 예상 외로 재미있게 본 영화다. 호러라는 장르를 예술로 승화시킨 게 어떤 건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한번 봤을 때 완전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다소 난해한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