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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임달영’ 작가가 글, ‘김광현’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연재한 SF 만화 ‘프리징’의 성인 동인지인 ‘크로스 메이크’를 원작으로 삼아, 2021년에 ‘CM Studio’에서 개발, ‘TGC, TSB’에서 스팀용으로 발매한 성인용 게임.
내용은 ‘노바’의 출현으로 멸망 직전에 몰린 근미래 시대 때, 인류가 노바에 맞서기 위해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 싸우는 ‘판도라’, 정신 능력을 강화시켜 판도라를 서포트하는 ‘리미터’를 발굴하여 육성하는 군사 학교 ‘센트럴 제네틱스’에서, 광견이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판도라 ‘사테라이자 엘 브리짓’이 리미터 파트너를 만들지 않고 홀로 지내는데.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가진 주인공(디폴트 네임 없음)이 사테라이자에게 세뇌해서 그녀의 리미터가 되는 이야기다.
본작은 한국 만화 원작의 동인지 IP로 제작된 성인 게임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 동인지가 원작과 완전 별개인 게 아니라. 원작자들이 속한 그룹인 ‘CDPA’ 명의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나온 공식 동인지다.
원작 만화가 전 연령 만화라서, 동인지는 성인 만화로 내기 위해 출시된 것이라, 하기와라 카즈시의 ‘BASTARD!! -암흑의 파괴신-’ 에로 동인지와 같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STUDIO LOUD IN SCHOOL의 필명으로 나왔다)
게임 플레이에서 시나리오별 히로인이 등장하지만, 기본 히로인이 단 3명 밖에 없어서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도 3개뿐이다.
근데 이것도 처음부터 자유롭게 고를 수는 없고, 사테라이자 엘 브리짓 < 시폰 페어 차일드 < 엘리자베스 메이블리 순서로 클리어해야 해금된다.
추가 캐릭터/시나리오 및 사운드 트랙, 캐릭터 코스츔은 DLC로 구매해야 된다.
2023년 기준으로 현재까지 나온 추가 히로인은 2명이고. 코스츔은 기존 캐릭터의 스킨 변경을 지원하지만, 본작은 TCG(트레이닝 카드 게임)이 아니라서 소유한 카드의 캐릭터가 메인 화면에 상시 노출되는 게 아니라서, 스토리 모드와 배틀 모드의 스킨이 변경되는 것이라 스킨 변경의 의미가 없다.
튜토리얼 설명이 좀 복잡한데 실제 게임 룰은 단순하다.
공략 히로인에게는 ‘전의’, ‘연애’, ‘욕망’의 3가지 수치가 있고. 페이즈별로 히로인의 공략에 들어갔을 때 제한된 턴 이내에 3가지 능력치 중 1~2개를 특정한 수치까지 올린 상태로 최종 턴을 종료해야 클리어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의, 연애, 욕망은 카드 배틀의 턴 종료 이후, 상대의 패와 내 손에 남은 패를 계산해서 각각의 수치가 상승한다.
쉽게 말하자면, 상대의 손이 다 비고. 내 손에 남은 카드가 연애 +1이라면 연애 수치가 1 오르고. 상대의 손에 연애 –6 카드가 남은 상태로 턴을 종료하면 연애 수치가 6 감소하는 것이다.
내 손에 있는 카드는 카드 좌측에 전의/연애/욕망이 각각 수자로 표시되어 있고. 상대의 손에 있는 카드를 향해 셀렉트 드랍해서, 상대 카드의 전의/연애/욕망 수치를 0으로 만들어 없애야 한다.
상대의 카드는 +수치, -수치, 패널티 부가 등 3종류가 있어서 +수치가 붙은 카드는 턴 종료 후에 합산해도 문제가 없지만, -수치가 붙은 카드가 남으면 그만큼의 수치가 감소하고. 패널티 부가 카드가 남으면 다음 턴부터 패널티가 발동된다.
일반 카드에는 스킬이란 게 전혀 없고. 반대르 스킬이 있는 건 AT로 표시되는 특수 카드인데, 공격 기능이 있는 건 달랑 1장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공격 기능이 없이 액션 포인트 추가 및 카드 드로우 기능만 지원한다.
근데 그마저도 그냥은 못 쓰고 액션 포인트를 소비해야 사용할 수 있어서 제약이 있다. 내 손에 AT 카드가 여러 장 있어도 액션 포인트가 0이면 카드가 있어도 못 써먹고 턴을 종료해야 한다.
액션 포인트는 매 턴마다 기본 제공되는 게 달랑 1뿐이고, 상점에서 카드를 구입하는 비용 대비 턴 종료 후 입수하는 돈의 액수나 터무니없이 적어서, 게임의 기본 구조가 플레이어한테 불리한 환경이다.
그걸 커버하기 위해 들어간 게 ‘정신 붕괴’다.
‘500 골드 획득’, ‘카드 1장 드로우’, ‘액션 1회 추가’, ‘적 카드 수치 1 감소’ 등등. 4가지 기능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신 붕괴 수치가 상승하고, 그게 100이 되면 게임 오버로 직결된다.
리스크가 있는 지원 기능을 사용해야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게 좀 불합리해서, 게임 설계가 잘못된 느낌이 든다.
카드의 종류도 상상 이상으로 적어서 카드 게임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싱할 정도다.
몇 안 되는 카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그 카드를 추가하는 것도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대전 중에 액션 포인트를 소비해 상점 카드를 사용한 다음에야 상점 화면이 떠서 게임 내 재화를 소비해 카드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되게 번거롭다.
플레이어의 덱에 있는 카드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없고, 매 턴마다 랜덤으로 드랍하는 방식인 데다가, 앞서 말한 듯 일반 카드에 스킬 효과가 없어서 카드 덱 빌딩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애초에 턴이라는 게 플레이어의 턴만 있고. 상대의 턴은 없어서, 내가 가진 카드로 적의 카드를 없애는 게 기본 룰이다 보니 이걸 과연 카드 배틀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다.
파이널 페이즈 끝에는 ‘카니발 배틀’이라는 배틀 모드가 나오는데. 이건 전의, 연애, 욕망이 스킬화되어, 플레이어의 손에 있는 카드를 선택하면 각 스킬이 최대 5단계까지 강화되고. 3가지 스킬 중 하나를 고르면 공격, 나머지 2가지 스킬은 방어가 되어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상대의 스킬 중에 강화 단계가 낮은 걸 노려서 공격하는 게 기본이고. 상대도 나와 똑같은 스킬을 공격에 사용했다면 크로스 카운터로 서로 때릴 수 있다.
카니발 배틀도 룰이 단순하고 카드 종류가 적은 건 마찬가지라 전투 자체의 재미는 없다.
다만, 상대가 데미지를 입었을 때 피격 전용 일러스트가 전신 풀샷으로 나오는 건 볼만하다.
카드 배틀 종료 후에 나오는 어드벤처 파트가 본작이 성인용 게임으로서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만 구성이 좀 빈약하다.
설정상으로는 무슨 전의, 연애, 욕망 3가지 수치가 히로인한테 영향을 끼친다 어쩐다 하는데. 실제 인게임에서는 그런 거 전혀 없다.
스토리도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최면술을 걸어서 떡을 치는 내용이고. 그것 이외에 다른 내용은 일절 나오지 않는다.
MC(마인드 컨트롤)물인데 히로인의 타락을 그린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연인의 동침으로 최면술을 걸어 순애 화간을 한다는 게 좀 어처구니가 없다.
MC물이라는 성인물의 장르적 취향의 존중을 해준다고 해도,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나쁜 놈 같은데. 최면 순애 화간하고서 히로인과 온전히 맺어져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게 몰입감이 아니라 거리감이 든다.
에로 씬 자체는 텍스트는 평범하고. 에로 씬은 새로 그려 넣은 게 아니라 원작 동인지에 들어간 그림을 그대로 써서 재탕하고 있다.
에로 씬이 CG 단위로 1장씩 들어간 게 아니라, 컷 단위로 나누어 놓은 것을,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컷을 좌우로 정렬시켜 넣은 것이라 CG의 볼륨감이 없고, 같은 컷을 옷을 입은 것과 알몸의 차이만 두고 복사+붙여넣기 컷을 한 뱅크씬도 적지 않아서 무성의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LIVE 2D 기법을 사용해서 그림이 조금씩 움직이는 연출이 들어간 건 괜찮았고. 에로 씬이 노모자이크라는 게 어필 포인트라서 그 부분들은 나쁘지 않았다.
그것 말고는 사운드 트랙 정도가 좋은데. 본게임과 비교하면 음악이 아까울 정도라서 차라리 게임이 아니라 사운드 트랙만 구입하는 게 나을 정도다.
그 이외에 리플레이 기능이 부실해서 에피소드를 한 번 클리어하면 갤러리 모드만 해금될 뿐. 카드 배틀과 카니발 배틀을 다시 할 수 없다. 그걸 다시 하고 싶으면 에피소드 자체를 리스타트해야 되는데, 이게 갤러리 해금된 것만 남고 다른 모든 걸 초기화하는 것으로, 시나리오 선택까지 언락돼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시나리오 1 클리어해서 시나리오 2 해금시켜놓아도, 시나리오 1 초기화하면 시나리오 2가 다시 잠긴다는 말이다.
갤러리 모드도 사실 CG만 따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 모드를 재생하는 거라 불편하다. 기존의 성인용 게임에서 오마케 모드가 CG 감상과 이벤트 리플레이 기능을 따로 지원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그 기본을 갖추지 못한 거다.
그게 사실 어드벤처 파트에서 떡씬을 제외하면 CG라고 할만한 장면이 단 한 컷도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 즉, 별도의 이벤트 컷씬이 없이 캐릭터 전신 일러스트가 나와서 대사 치는 장면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밖에 도전 과제는 있는데 트레이닝 카드는 없다.
게임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정가는 9900원. 2022년에 스팀 겨울 할인 시즌 때 50% 할인으로 4950원에 구입했다.
결론은 비추천. 턴의 개념이 플레이어한테만 있고 상대에게는 없고, 일반 카드에는 스킬 효과가 아예 없고, 특수 카드에 붙은 스킬도 몇 개 없는 데다가, 카드 자체의 종류도 매우 적으며, 카드 덱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없고. 상점에서 구입한 카드를 뒤섞어 무작위로 드랍되는 방식이라 카드 덱 빌딩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서 카드 배틀 게임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고, 어드벤처 파트의 스토리는 성인용 MC물인데 그걸 순애물로 풀어내 포장한 게 위화감을 안겨주고. 에로 씬도 옛날에 동인지로 낸 그림을 재탕하고 뱅크 씬도 많아서 무성의하지만, LIVE 2D 기법이 들어가 그림이 살짝 움직이는 것과 무삭제 노모자이크란 점이 그나마 좀 어필할 만하나, 기본 버전의 히로인이 단 3명 밖에 없어서 게임 볼륨 작은 게 발목을 잡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인게임에서는 게임 개발사 표기나 개발 스텝 크레딧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스페셜 땡스 항목에는 영문 번역 담당자만 표기되어 있어서 게임 제작 정보는 스팀 상점 페이지의 개발사로밖에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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