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월드 오브 호러 (WORLD OF HORROR.2020) 2023년 스팀 게임




2020년에 폴란드의 인디 게임 개발사 ‘panstasz’에서 개발, ‘Ysbryd Games’에서 스팀용으로 발매한 호러 RPG 게임.

내용은 198X년 일본, 시오카와의 한 도시에서 갖가지 미스터리 사고가 벌어지고, 급기야 먼 옛날 지구를 지배했던 고대 신들이 깨어나 세계 종말이 머지않았을 때, 그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폴란드산 게임인데, 8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각종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해 고대 신의 부활을 막는 내용이라 H.P 러브 크래프트의 코즈믹 호러를 근간으로 두고 있어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서브 컬쳐계에서도 러브 크래프트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그런 작품은 보통, 일본 현지화를 거치면서 러브 크래프트 신화가 양념처럼 쓰여서 코즈믹 호러의 깊은 맛이 좀 떨어지는데. 본작은 진짜 각 잡고 코즈믹 호러로 만들어서 그렇다.

정확히는, 코즈믹 호러를 기초로 하여 게임을 구성하고 있다.

레트로 RPG를 표방하고 있어서 게임 그래픽이 고전 게임풍인데. 이게 보통, 기존의 레트로 지향 게임은 8비트나 16비트 콘솔 게임기. 또는 아타리, 코모도어 64의 그래픽 스타일을 구현하고 잇는 반면. 본작은 PC8801 같은 16 비트 컴퓨터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어서,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의 모노 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색상 변경을 지원해 애플 2의 초록색 화면까지 고를 수 있어서 상당히 신선하다.

캐릭터 디자인은 되게 평범하고 수수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인간에 한해서 그렇고. 코즈믹 호러물답게 온갖 이형의 괴물들이 등장하고. 인간형 괴물들도 모두 하나 같이 괴기스럽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그 때문에 멀쩡한 사람 모습만 보면 별 느낌이 안 오는데 괴물들 보면 딱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토 준지의 만화에 나오는 기괴한 크리쳐들을 생각하면 된다.

게임의 목적은 ‘클래식’ 모드 기준으로, 고대 신의 부활로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는 파멸 수치가 100%가 되기 전까지, 도시에서 벌어진 5가지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여 5개의 열쇠를 얻고, 등대의 자물쇠 5개를 열고 그 안에 들어가, 등대 꼭대기까지 올라가 고대 신의 부활을 저지하는 것이다.

플레이어 셀렉트 캐릭터는 ‘커스터마이징’ 때 직접 고를 수 있고. 빠른 시작을 하면 자동으로 골라진다.

캐릭터 생성 기능은 따로 지원하지 않아서 능력치는 캐릭터별로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고. 레벨 업을 했을 때 각 캐릭터 전용 스킬을 선택해 얻을 수 있게 해놓았다.

캐릭터의 능력치는 활력, 이성, 근력, 지식, 재주, 매력, 인지, 자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험치와 레벨의 개념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RPG 게임과 다르게 레벨이 오른다고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 게 아니고. 1레벨이 오를 때 1개의 퍽(스킬)과 1가지 능력치만 골라서 올릴 수 있다.

HP와 MP에 해당하는 활력, 이성도 레벨 업을 했을 때 선택해서 올려야 하는 수치다.

활력은 생명력에 해당해서 이게 0으로 떨어지면 문자 그대로 죽어 버리고. 이성은 마력과 정신력을 겸하고 있어서 주문을 사용할 때 소모하고, 이벤트 때 체크에 실패하거나, 전투 시 공격당하면 감소해서 이게 0이 되면 멘탈이 붕괴해 정신병원에 갇힌다.

근력, 지식, 재주, 매력, 인지 등은 이벤트 때 성공/실패 여부를 체크할 때 쓰이는데. 해당 능력치가 아무리 높아도 운이 나쁘면 실패할 수 있다.

인벤토리는 아이템, 장비 겸용인데 슬롯이 4개 밖에 안 되고. 초과 분량은 자동으로 보관함으로 이동한다. 인벤토리에 있는 장비는 장비 슬롯에 장착해야 슬롯을 아낄 수 있다. 인벤토리 4개+장비 3개까지 총 7개 슬롯을 사용할 수 있다. (장비는 무기, 장신구, 갑옷 등의 3종류가 있다)

전투 방식은 좌측의 아이콘을 먼저 클릭해 우측의 아이콘창을 활성화시킨 다음. 우측의 아이콘을 행동 포인트에 맞춰서 여러 개 고른 후. ‘행동 실행’을 클릭하면 행동 그래프의 커서 키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쭉 이동하면서 앞서 고른 커맨드를 차례대로 실행하는 방식이고. 화면 중앙 아래 쪽에 전투 진행 및 결과가 텍스트로 상시 표시된다.

전투 때의 공격력은 무기별로 정해진 데미지만 들어가는데. 각 무기가 특정 능력치를 기반으로 한 타입별로 분류되어 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근력=공격력=물리 데미지의 공식이 성립되지 않아서 각 캐릭터의 능력치에 맞는 타입의 무기를 장비해야 한다.

유령 계열의 적은 물리 데미지를 입힐 수 없어서 공격용 주문을 외우거나, 박수 치기로 정화(퇴마)를 해서 없애야 한다.

버프는 ‘의식’을 준비해서 발동시켜야 상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부위별 부상 개념이 존재해서 데미지를 입었을 때 부상을 당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디버프를 받게 된다.

전투가 자주 발생하지 않고 미스터리별로 2~3회 정도만 나오다 보니, 전투 노가다로 레벨을 올리는 게 아니다.

‘조사’ 커맨드를 실행했을 때 이벤트 발생 및 성공/실패 체크 여부와 상관없이 소량의 경험치가 들어온다. 성공 체크를 했을 때 보다 높은 경험치를 얻는 경우도 있는데 수치 상으로는 +10 정도 밖에 안 되지만,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100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10이 쌓이다 보면 레벨이 올라간다.

동료 캐릭터도 존재해서, 동료를 얻으면 조사 로딩 화면 때 같이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실제 전투 때 파티원으로 참가하는 게 아니다. 전투나 비전투 상황 때 패시브 스킬 효과를 주는 것 정도의 역할만 한다. (데미지 감소 효과나 인벤토리 슬롯 늘려주는 것 등등)

‘미스터리’는 플레이어의 집에서 게시판에 걸려 있는 일지를 직접 클릭해 진행하는 게 기본이다.

미스터리 진행 때는 시내, 학교, 병원, 마을, 해변가, 아파트 등 장소를 먼저 고르고 ‘조사’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각 미스터리별로 진행 턴이 제한되어 있고, 그 제한된 턴이 다 지나기 전까지 조사를 하면서 능력치를 올리고. 마지막 턴 때 조사 결과에 따라서 엔딩이 나오는 거다.

미스터리별로 멀티 엔딩을 탑재하고 있어 2~4개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고. 조사 단계 때 나오는 ‘사이드 퀘스트’를 수행하면 멀티 엔딩 조건이 갖춰진다.

사이드 퀘스트는 NPC에게 의뢰를 받아 수행하는 방식은 아니고. 각 미스터리를 진행할 때 상시 표시되는 특정 조건을 갖추는 것으로 사이드 퀘스트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해안가를 2번 조사하라, 병원을 2번 조사하라, 2개의 아이템을 버려라. 이런 식이다.

미스터리별로 메인 진행은 어디에 가서 조사를 해야 할지 동그라미 표시가 떠서, 사이드 퀘스트는 그 메인 진행과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지만 제한된 턴을 소비하는 건 마찬가지라 남은 턴이 얼마나 되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다만, 동그라미 표시가 뜬다고 해서 무조건 메인 조사 진행만 할 필요까지는 없는 게. 사실 조사 때 발생하는 이벤트는 전부 랜덤이라서 그렇다.

이벤트가 발생하면 선택지가 나오고, 각각의 선택지가 성공/실패로 나누어져 있어 성공하면 경험치를 얻고, 실패하면 활력, 이성이 감소하거나 운이 나쁘면 저주를 받아 상태 이상에 빠지게 된다.

랜덤이라서 운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운이 좋으면 게임이 잘 풀리는데. 운이 나쁘면 게임이 잘 안 풀리는 것도 모자라, 미스터리 해결하기도 전에 게임 오버 당할 수도 있다.

게임의 최종 목표인 고대 사신의 부활 저지는커녕, 파멸 수치가 100% 차기도 전에 죽거나 정신병원에 갇혀서 게임 오버 당하는 게 일상다반사인데. 적, 이벤트, 엔딩 달성 여부 등 한 번 진행한 로그는 그대로 기록으로 계속 남아서 뭔가 로그 라이크 게임 같은 느낌마저 든다.(장비, 아이템 파밍이 아니라 이벤트 파밍 로그 라이크랄까)

이벤트는 모두 하나 같이 불온한 분위기를 품고 텍스트도 충분히 받쳐주고 있어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맛이 있다. 기괴한 비주얼도 속출하고, 점프 스케어라고 할 만한 연출도 자주 나와 호러물로서 충실하다.

미스터리를 1개 풀 때마다 고대신의 부활 조짐이 보인다 어쩐다 하면서 세계 자체에 상태 이상 효과가 추가되는 것도 되게 신선했다.

이를테면 집에서 목욕을 하면 물의 온도에 따라 활력, 이성 회복 및 경험치 획득 등의 보너스를 얻는데. 물이 오염되는 상태 이상이 추가되면 목욕을 할 수 없고, 학교에서 휴교령을 내리는 상태 이상이 추가되면 학교에서 조사를 할 수 없다.

미스터리 5개를 모두 클리어해 열쇠 5개를 얻은 후, 등대의 자물쇠 5개를 열어, 등대에 들어가서 꼭대기 층에 올라가 고대 신의 부활을 저지하는 게 게임 클리어 조건인데. 이 과정에서는 전투가 발생하지 않아서 최종 보스전 같은 건 따로 없다.

근데 등대에 올라갈 때도 선택지가 떠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파멸도가 상승하고. 파멸도 100%가 되면 게임오버 당하니 주의해야 한다.

고대 신의 부활을 저지하는 엔딩은 반전으로 뒤통수치는 요소 없이 깔끔하게 잘 끝나기 때문에 개운하다.

코즈믹 호러 기반의 게임이라고는 해도, 다가오는 파멸을 맞이해 무력하게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밝고 희망찬 미래 따위, 코즈믹 호러와 대치된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을 위한 게임 난이도도 존재한다.

파멸이 공식화되어 있어 절대 피할 수 없어, 파멸을 맞이하기 전까지 발버둥치는 것으로 게임 내 선택 가능한 최대 난이도가 거기에 해당한다.

아쉬운 점은 2020년에 나온 게임인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아직까지 ‘얼리억세스’라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 자체가 100% 완성된 것 같지가 않다.

다른 건 둘째치고 ‘시나리오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게 단순히 게임 밖에서 개발진이 공지한 게 아니고, 인게임에서 게임 모드 선택 때 분명 시나리오 모드 항목이 있고. ‘출시 예정’이라는 설명 문구가 적혀 있는데 지금까지 안 나온 거다.

이 시나리오 모드가 클래식 모드에 나오는 이벤트를 이용한 짧은 모험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튜토리얼 모드인 ‘등골 오싹한 학교 가위 괴담’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밖에 도전 과제와 트레이닝 카드 둘 다 없다. 하지만 게임 내 자체 업적이 있어서 업적 달성 시 해금되는 요소들이 있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공식 한글은 지원하지 않고. 팀 ‘Gemini’에서 한글 패치를 만들어 배포했다. 한글화가 꼼꼼하게 잘 되어 있다.

게임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정가는 15500원. 13% 세일가로 13480원에 구입했다. 출시된 지 2년이나 된 게임이지만 그동안 올라온 최대 세일가 13%이라서 아무리 얼리 억세스 게임이라고 해도 할인율이 좀 짜긴 한데. 이게 아마도 서양의 불길한 숫자 13을 의식해서 할인율을 그렇게 고정한 게 아닌가 싶다.

결론은 추천작. 16비트 컴퓨터 시절의 모노 컬러 그래픽을 구현한 레트로 스타일에, 이토 준지 만화 느낌 나는 기괴한 비주얼과 8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코즈믹 호러라는 신선한 조합을 접목시켜, 로그라이크 성격이 강한 호러 RPG 게임으로 풀어내면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본작만의 기기괴괴한 느낌을 잘 살려 개성 있고 재미있게 잘 만든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치트 엔진을 사용할 때 인터넷에 있는 CT 파일은 구 버전에만 적용되고 신 버전(0.9.9b)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직접 값을 찾아 수정해야 한다.

일반 게임은 치트 엔진 사용 때 밸류 타입을 4 bytes로 설정해서 쓰는데, 본작은 Double로 설정해서 써서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변화 수치 찾기 및 치트 값 적용 방법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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