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세계사 (2021) 2023년 서적




2021년에 탐나는 책에서 ‘양승욱’이 집필한 세계 신화 사전. 부제는 ‘인류를 바꾼 98가지 신화이야기’.

내용은 전 세계에서 전재혀 내려오는 98가지 요정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줄거리에 써놓은 대로, 본작은 요정을 메인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전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서양과 동양의 이야기가 섞여 있지만, 사실 동양 쪽 이야기는 분량이 매우 적고. 거의 대부분이 서양 쪽 이야기다.

요정이 메인 소재인 만큼 유럽 쪽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거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섞여 들어간 구성으로, 중세 요정 전설과 그리스 신화의 요정은 좀 장르가 다른 느낌이라 왜 이 두 가지가 섞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데 저자의 약력을 보면 그리스 신화와 일리아스 같은 서양 고전 재해석 집필에 참여해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요정의 범위를 다소 넓게 잡아서, 요정 카테고리에 넣기 좀 애매한 존재도 요정이라고 우겨 넣은 게 적지 않은 게 좀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물의 정령 ‘드라이어드’, ‘님프’까지는 이해는 가는데, 요조 ‘세이렌’, 마녀 ‘키르케’,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반인반사 ‘라미아’, 외눈박이 거인 ‘키클로페스(사이클롭스)’ 등도 요정이라고 넣은 게 좀 어색했다. 그 이외에 바빌로니아 신화의 ‘파주주’도 보통은, 악마 카테고리에 있는 얘인데 요정으로 분류한 게 좀 생뚱맞았다.

세계의 요정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연구의 깊이가 좀 떨어지는 느낌인데. 저자 소개를 보면 저자의 전문 분야가 그리스 신화 쪽에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책 맨 뒤편의 참고 문헌을 보면,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관련 정보를 찾고 고서를 조사해 연구한 것이 아니고, 국내에 출간된 신화 관련 서적들을 보고 참고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세계 문화 상징 사전’, ‘상상 동물 사전’을 제외하면 전부 2000년 이후에 나온 책들이라서, 사실상 기존에 나온 책들이 수록된 요정 이야기를 수집해서 재구성한 거다.

그 때문에 기존에 이런 류의 판타지 사전/도감류 책을 자주 접한 독자가 볼 때는 메리트가 전혀 없다. 이미 몇 번이나 본 걸 또다시 보는 것이라 그렇다.

판타지 요괴, 괴물, 생물 사전, 도감 타이틀 달고 나오는 책이 출저가 다 고만고만해서 똑같은 이야기 무한 반복하는 것과 같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본작은 요정만을 다루면서, 요정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거다. 최소한 어디가서 이 책이 무슨 책이냐고 물으면 요정 이야기 모음 책이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어떤 책들을 참고했는지, 책 제목과 출간 년도를 명확하게 적은 것은, 독자로 하여금 원서를 찾아보기 쉽게 해주기 때문에 좋은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2000년 이후에 국내에서 출간된 책이 대다수라서 지금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사서 볼 수 있다.

근데 책 본문에 들어간 삽화의 출처가 적혀 있지 않은 부분은 좀 아쉽다.

삽화를 저자가 본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직접 그려 넣지 않고, 본문 내용과 관련된 그림들을 구해서 수록한 것 자체는 괜찮은데. 사실 이 부분도 출처 표기를 명확히 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옛날에야 저작권 개념이 없어서 사전/도감류 책에 들어간 고전화의 출저 표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고전화만 전문적으로 모아 놓은 책들도 출시되고. 그런 만큼 출처 표기도 확실하게 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림 실력이 좋지 않은데, 어거지로 그림 그려 넣어서 내용 읽는데 방해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는 한데 출저 표기를 하지 않은 게 옥의 티가 됐다고나 할까.

결론은 평작. 책 컨셉이 세계 요정 이야기 모음이라, 요정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괜찮고. 책 내용에 관한 출처 표기도 명확하게 한 건 좋은데, 저자가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한 게 거의 없이, 기존에 나온 판타지 서적들에서 요정 관련 이야기만 따로 빼서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이라 본작만의 오리지날리티가 전혀 없고. 내용의 깊이가 얕으며, 저자의 특기 분야인 그리스 신화를 요정 이야기에 편입시키면서 좀 무리수를 던진 부분도 많아 요정 사전/도감의 관점에서 볼 때 좀 디테일이 떨어지는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새삼스럽지만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요정 백과 시리즈가 진짜 대단한 물건이었다는 걸 알게 해준다. 한국에서는 1986년 소년 중양 별책 부록으로 나와서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책인데,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에 나온 그 책의 내용이, 수십 년 후인 지금 현재 범람한 요정 이야기책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렇다.


덧글

  • 잠본이 2022/12/08 09:28 #

    미즈키 선생이야 뭐 본인이 요정을 창조하고 그걸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정도의 전문가시니...
  • 잠뿌리 2022/12/08 23:05 #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 Lapis 2022/12/08 10:40 #

    소년 중앙의 별책부록 세계요정 100가지 이야기는 정말 충격이었었습니다.
    겁보라 벌벌 떨면서 책 끄트머리만 살짝 잡고 읽었었죠.
    이야기가 단순 설명이 아니라 짤막한 설화 느낌이라 더 재미있었습니다.
    4 이야기 까지만 컬러고 나머지는 흑백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수준의 도감이 다시 나와주길 정말로 기대합니다.
  • 잠뿌리 2022/12/08 23:06 #

    요정이 마냥 귀엽고 착한 게 아니라 무서운 요정도 많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2720
5516
1031430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