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는 못말려 (1993) 2022년 서적




1993년에 ‘장덕균’ 작가가 집필한 정치 풍자 유머 서적. 본작을 집필한 장덕균 작가는 개그 작가가 본업으로 ‘KBS 유머 일번지’에서 ‘변방의 북소리’,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영구야 영구야’ 등의 대본을 썼다.

내용은 1993년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유머 이야기다.

발매 당시에는 큰 화제가 되어 초판 1쇄가 10000부가 매진되어 재판에 들어간 게 뉴스로 나왔을 정도이며, 이후 재판을 거듭해 3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정치 풍자 서적으로서는 나름대로 역사적인 의의가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독재, 전두환의 군사 정권 시대 때, 방송인들이 박정희, 전두환 소재로 개그를 했다가 끌려가거나, 방송 출연이 금지되었던 사례가 전해질 정도로 외압이 있어왔는 데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대에 와서는 대통령 소재의 풍자 유머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새 시대를 알렸기 때문이다.

다음 해인 1994년에 열림 기획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소재로 한 게임 ‘YS는 잘맞춰’를 발매하면서, 그 시대의 자유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로부터 29년이 지난 지금, 2022년에는 고등학생이 대통령 풍자 그림 그렸다가 수상을 취소하고, 대통령과 영부인한테 안 좋은 말을 하면 명예 훼손으로 대통령실에서 고소 고발을 하며, 안 좋은 기사를 쓰면 기자의 출입, 인터뷰 봉쇄에 방송국 압수 수색까지 들어가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독재 시대로 퇴행하는 게 절실히 느껴져, 이 책의 역사적 의의가 더욱 커진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 초기 시절에 나온 책이다 보니, 대통령을 소재로 했지만 조롱이나 멸시 같은 부정적인 느낌은 없고.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유머를 전개해 최불암 시리즈의 최불암 같은 캐릭터로 만들었다.

약간 좀 모자라고, 엉뚱한 기질이 있지만 근본은 순수해서 구수한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라서 친근감이 들게 한다.

이 작품이 당시에 워낙 유행을 해서 YS는 못말려에 나온 유머가,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이 한 말로 와전되어 소문이 났던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도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친밀감을 상승시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근데, 역설적으로 보자면 대통령을 소재로 했지만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고 온건한 분위기에서 개그를 하다 보니 정치 풍자 요소 자체는 약한 편이다.

게다가 사실 말이 좋아 정치 풍자지, 그 근본은 90년대 유머집이라서 대부분의 개그가 소위 말하는 아저씨 개그로 낡은 것도 낡은 거지만, ‘최불암’ 시리즈 같은 인기 유머집을 사람 이름만 바꿔서 재탕한 것도 다수 있어서 오리지날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최불암 시리즈에서 독수리 5형제 종영 소식을 들은 최불암이 ‘그럼 지구는 누가 지키지?’라고 중얼거리는 유머를, ‘수사반장’, ‘형사 25시’ 종영 소식 듣고 YS가 ‘그럼 부정부패는 누가 수사하지?’ 이런다거나, 이경규, 노사연, 최불암이 무인도에 떨어졌는데 달리면서 외치면 하늘에서 뭐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노사연은 음식이다, 이경규는 여자다, 외쳤는데 최불암은 달리다가 똥 밝아서 똥이다! 외쳐서 하늘에서 똥 떨어지는 것을, YS와 정주영이 북악산에서 입산수도 후 스승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YS가 신나게 달려나가 ‘나는 대통령이다!’라고 외치 대통령이 되고. 정주영이 뒤를 따라 달리다 똥 밟고서 ‘악, 똥이다.’라고 외쳐서 똥이 된다는 내용, 그리고 YS와 정주영이 짜장면 먹다가 단무지 하나 남은 거 YS가 정주영한테 맞고 먹을래 내가 먹을까 이랬다가, 정주영이 맞고 먹는다고 해서 YS가 두드려 패더니. 단무지 한 접시 추가 주문하는 유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뭔가 정주영이 망가지는 역할로 자주 나와서 작가한테 미운 털이 많이 박힌 것 같다)

최불암 시리즈에 나오지 않았던, 오리지날 유머도 몇 개 나오긴 하는데 유독 재탕이 심한 게 있다.

‘이래서 우리가 또 한 번 웃는 거 아이가’ 이 대사가 나오는 개그를 잊을 만하면 계속 반복해서 하는데. 이께 상황에 맞지 않은 말. 혹은 실언을 해서 사람들이 무슨 말이냐고 갸웃거리면 저 대사를 치면서 마무리하는 식이라 하나도 재미가 없다.

뭔가 이거 딱 90년대 유머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 내 코너의 주인공이 자신의 유행어 대사 치면서 끝내는, 그런 느낌이랄까. KBS 유머 1번지의 ‘고독한 사냥꾼’에서 최양락이 코너 끝나기 직전에 ‘에구에구에구 나는 XX했다’.라고 대사치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그래도 명색이 저자가 개그 프로그램 작가라서 짬밥이 있는지 간간이 괜찮은 유머도 나오긴 한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누군가 자신이 YS의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니다가 YS랑 마주치자, YS가 ‘니가 내 오른팔이라며? 니가 내 오른팔인 거 맞다. 근데 니 내가 왼손잡이인 거 아나’라거나, 만우절날 YS가 회의에서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이날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안 하도록 해야 의미 있는 날이라고 성토하는 유머는 괜찮았다.

미술가의 처녀작이라니 그럼 유부녀작은 어딨냐. 주부도박단 검거라니, 과부 도박단도 검거해라. 이런 말장난 유머를 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건 사실 최불암 시리즈에서조차 안 나올 수준인데..)

나무위키에는 이 책이 대부분 절판되어 남아 있는 책을 중고로 구하려면 아주 비싸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지금 현재는 책 가격이 배송비보다 더 싸서 오히려 구하기 쉽다 못해 헐값에 판매되는 책이다.

나는 2021년 11월경에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개인 판매자에게 450원에 초판 1쇄으로 나온 책을 구매했는데, 지금 2022년 11월 기준으로 검색해봐도 1000~2000원 사이에서 구입 가능해 그리 희귀한 것도, 소장가치가 큰 책도 아니다.

결론은 평작. 정치 풍자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당시 대통령을 소재로 한 유머집은 최초였기에,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라 나름대로 역사적 의의가 있긴 하나, 유머집으로 보자면 이전에 나온 최불암 시리즈를 인물, 명칭만 바꿔 재탕하거나, 같은 개그를 반복하고. 말장난과 썰렁한 개그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90년대 유머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생각한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은 작품이다.


덧글

  • 잠본이 2022/11/24 10:58 #

    제목은 들어봤는데 내용은 본적없는 그런 아이템 중 하나군요.
    그러고보면 '나를 개그의 소재로 해도 좋다'가 ys였는지 노태우였는지 가물가물...
  • rumic71 2022/11/24 12:59 #

    노태우가 먼저입니다. 단 그 말을 해놓고 지키지는 않았어요.
  • 잠뿌리 2022/11/24 21:42 #

    저도 옛날부터 들어왔는데 발매 당시에는 초등학생 때라 볼 생각도 못했었고. 지금 나이 든 다음에야 봤습니다.
  • 함월 2022/11/24 15:18 #

    초딩 때 친척집에 갈 때마다 읽었던 추억의 책이네요...
    YS 지지율이 90% 씩 나오던 때 출간된 책이라 풍자라고 하기는 너무 미지근하고 우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YS말고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아플만한 내용은 없었던 듯.
    말씀대로 최불암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김영삼으로 바꾸기만 한 개그도 많았죠.

    "최불암은 이름이 너무 좋아서 암에 안 걸린다고 한다. 그럼 김영삼은 영원히 삼만 먹으니까..." 같은 그 시대에도 통했을까 의문인 아저씨 개그나 섹드립도 많았고, 정치인 이름 삼행시도 많았었죠.

    생각나는거 하나.

    죽은 대통령들은 임기 중 공적에 따라 저승에서 자가용을 지급 받는다.
    노태우가 죽어서 저승에 갔는데, 박정희는 롤스로이스, 전두환은 볼보를 받았지만, 자신은 소나타를 받자 격분했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쟤 좀 봐라"
    노태우가 고개를 돌리니 김영삼이 신한국 건설이라고 써붙인 티코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거 소련 서기장 개그에서 비슷한 걸 본 것 같네요.
  • 잠뿌리 2022/11/24 21:44 #

    최불암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거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똑같은 내용인데 사람 이름만 바뀐 거였죠.
  • 홍차도둑 2022/11/25 03:44 #

    개인적으로는 장덕균 작가님의 작품 중에선 '탱자 가라사대'가 최고였습니다.
  • 잠뿌리 2022/11/26 09:51 #

    탱자 가라사대는 지금 봐도 재미있습니다.
  • 잠본이 2022/11/28 08:40 #

    전작인 꽁자 가라사대의 파워업 버전!
  • 홍차도둑 2022/11/28 12:47 #

    잠뿌리 님 / 매주 동서양의 유명한 격언들을 그 주의 여러 사건에 맞춰서 소개해 주는데 엄청 놀랐습니다. 처음엔 자막처리 없더니 나중엔 자막을 넣어주고 '적어 적어, 너 이거 오자 머냐' 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도 적으라고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참 재미있었죠. 나중엔 책으로 나와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했었습니다.

    잠본이 님 / 아...그게 파워업이라고 해야 할라나요...꽁자 가라사대 할때 성균관에서 엄청 항의 들어와서 아예 바꿔버린거다보니...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68656
4246
1027590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