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의 유토피아 (2010) 2023년 서적




2010년에 ‘문학동네’에서 ‘서신혜’ 교수가 집필한 한국 민속/전퉁문화 서적.

내용은 조선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메인 소재가 ‘조선 시대 때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그린 ’몽유도원도‘인데. 작중 안평대군의 안타까운 인재로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뉘앙스로 썰을 풀기는 하나, 그게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고. 그가 생전에 그린 몽유도원도에 포커스를 맞춰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평대군에 대해 검색하면 사실 조선 시대의 왕족이자 예술가란 소개 이외에는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일생 이야기밖에 없고.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그린 그림이다. 정도로만 간략히 서술되어 있어 자세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

본작에서는 그 몽유도원도의 그림 속 내용을 설명하고 해석하면서 조선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이상향과 그 원류까지 상세히 나온다.

’무릉도원‘이 한자 사전적 의미는 이 세상을 떠난 별천지를 이르는 말인데. 그 어원이 중국 송나라 시대의 ’도연명‘이 그린 ’도화원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진나라 시대 때 ’무릉‘ 지역에 살던 사람이 고기 잡이를 하다가 시내를 따라 배를 타고 가던 중. 복숭아 꽃이 핀 수풀을 만나 그 안에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이상향의 땅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다.

’무릉‘은 중국의 지역 이름, ’도원‘은 복숭아 꽃, 혹은 나무가 자라는 땅인 ’도원‘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 시대의 이상향 뿐만이 아니라, 그 유래가 된 중국의 이상향도 소개하고. 서양의 이상향과 함께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서양의 이상향은 먹고 마실 것이 넘쳐나 사람들이 노동에서 해방되어 행복을 누리는 ’환락국‘, 동양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순박한 인심이 조화를 이루는 ’낙원국‘으로 이상향의 형태를 정의한 게 꽤 설득력이 있다.

이상향의 땅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의 가치를 잊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은 하되. 나라에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하여 자급자족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의 정서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본서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한국의 민담/전승에서 귀신, 요괴 이야기 중에 깊은 산속. 혹은 땅속에 자신만의 마을을 세우고 세상의 눈에 띄지 않고 숨어 살던 귀신, 요괴가 인간을 납치해 왔다가 인간한테 토벌당하는 이야기와 연동해서 보면. 그것도 어쩌면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이상향을 적용된 게 아닌가 싶다. (에를 들어 땅속 귀신 이야기와 황금 돼지 이야기)

보통, 귀신, 요괴의 은신처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묘지나 흉가 같이 사기가 넘쳐 흐르는 음습할 곳이어야 할 텐데. 민담/전승에서는 오히려 인간에게 토벌당하기 전까지는 이상향의 기본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

다만, 아쉬운 건 몽유도원도에 대한 서술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도 몽유도원도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부분이 적지 않고. 또 몽유도원도의 유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간 것 까지는 좋은데. 중국의 이상향을 소개하는 게 조선 시대의 이상향과 좀 다른 이미지라서 조선 시대의 이상향이란 본문의 주제에서 벗어난 느낌을 준다는 거다.

조선 시대의 이상향은 앞서 말했듯 사람들이 나라의 관리, 감시, 수탈을 당하지 않고,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일한 만큼 먹으며 자급자족하는 것인데. 중국의 이상향은 신선의 나라 같은 신비한 땅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지낸 하루가 현세의 1년 혹은 수십 년에 해당해서 며칠 지내다 집으로 돌아갔더니 100년이 지나있다더라. 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서 이상향의 결이 다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게, 책 정가가 8800원인데. 책 판형은 문고본 사이즈라서 작고. 책 분량도 150페이지 정도밖에 좀 가성비가 안 맞는 느낌인데. 그건 둘째치고 작중에 몽유도원도를 비롯한 실존하는 그림, 벽화, 풍경 등을 사진으로 찍어 삽화로 넣은 게, 책 사이즈 만큼 사이즈가 작아서 몇몇 그림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가뜩이나 사진 크기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 흑백으로 찍힌 사진은 더욱 더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사진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어 그림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사진 자체가 잘 보이지 않으니 설명만 듣고서는 사진 내용이 잘 와닿지 않는다.

작중에 들어간 사진 분량이 적지 않고, 사진에 대한 중요성도 큰 편이라, 문고본으로 나올 게 아니라 책 사이즈를 크게 늘려 양장본으로 나왔어야 되지 않았나 싶다.

결론은 평작. 조선 시대의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로운 주제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볼 만한 구석은 있지만.. 이상향의 유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국의 이상향 이야기를 많이 해 조선의 이상향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느낌을 주고. 몽유도원도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해 그 이외에 다른 조선 시대 이상향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느낌인 데다가, 책 사이즈가 작아서 안에 실린 사진 크기도 작아 사진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점도 있어서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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