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복학왕 (2014) 2022년 웹툰



복학왕 :: 네이버 웹툰 (naver.com)

2014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기안 84’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2021년에 총 355화로 완결이 된 웹툰. ‘패션왕’의 정식 후속작이다.

내용은 전작의 주인공 ‘우기명’이 20대가 되어 지방 사립 대학인 ‘기안 대학교’ 패션 학과에 입학한 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는 인생 이야기다.

전작 ‘패션왕’에서는 고등학생 주인공 ‘우기명’이 패션 배틀을 벌이면서 무수한 도전자를 물리치고 패션왕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소재가 참신하게 다가왔는데. 이번작에서는 복학왕이 패션왕처럼 배틀물인 게 아니고, 단지 우기명이 대학에 입학했다가 군복무 마치고 복학한 것을 의미해서 소재가 그리 참신하다고 볼 수는 없다.

거기다 본편 내용이 우기명의 대학 생활만 그린 게 아니라.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사회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어져서 나중에 가면 작품 제목 자체가 ‘복학왕’일 이유도 없어진다.

대학교 파트는 지잡대의 어두운 현실과 사회인 파트는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면서 2030 세대의 공감대를 형성해 특유의 매력을 어필했지만. 역시나 전작 패션왕과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서 빠르게 몰락한다.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작품의 주제와 목적이 오락가락한다는 거다.

전체 스토리는 우기명의 대학 생활과 사회생활로 이어지는 인생 이야기지만, 기본적으로 소제목이 따로 붙는 챕터 구성인데. 이게 작은 스토리가 하나둘 모여서 메인 스토리의 큰 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매 챕터마다 그때그때 스토리를 쥐어짜서 만든 결과의 반동이 너무나 크다.

우기명의 정신 상태나 주변 상황이 좀 좋아지려는가 싶으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모든 게 리셋되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이걸 본편에서는 단순히 우기명이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불행한 캐릭터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그런 일이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캐릭터가 붕괴하고, 뜬금없는 전개가 남발되면서 작품 자체의 스토리가 무너져 내려 혼돈의 카오스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게 와장창 무너져 내려 혼돈의 도가니가 된 걸 ‘광어 인간’이나 ‘달팽이 인류’처럼 비현실적인 설정과 묘사를 집어넣고 보는 사람을 더욱 혼란에 빠트려 어떻게 수습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 해당 에피소드 끝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게 리셋되어 정상으로 돌아오니. 이게 본작 특유의 스타일이자 개성이라고 포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작품은 본래 이랬다고. 모르고 보진 않았잖아?’라는 말도 진짜 어느 정도껏 해야 ‘아 그랬었지 참.’ 하고 납득을 하고 보지. 선을 그냥 넘는 수준이 아니라, 우주 저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진짜 사차원의 영역에 들어선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극 후반부의 우기명 결혼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그렇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배우자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결혼한 이후에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기는 싫고, 그걸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지는데, 결혼 자체에 대한 로망은 또 잃을 수 없어서 번민한다.

이건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현실적인 고증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일반 상식에서 좀 벗어나 있다.

작가가 리얼하게 묘사하는 건 어디까지나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을 기는 캐릭터들뿐이지. 거기서 벗어난 보통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인식과 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일반 상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본편 스토리 전체를 압축 요약해서 보면 이게 도대체 뭘 하고자 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좀 알 수가 없다.

이성적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감성의 차원에서 접근해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도. 본편 내용의 시작과 끝을 정주행해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작중에 우기명은 전작 ‘패션왕’부터 시작해 본작인 ‘복학왕’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여정이, 집안 살림이 가난했고,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꼴통 학교를 졸업한 뒤 사업에 실패하고 주식도 말아먹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기사회생하여 20대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에 입사해 연봉 수천만원을 벌면서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됐는데.. 등 따시고 배부르니까 어렵게 살았던 과거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생에 전혀 만족하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인으로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어른의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게 너무나 싫어 번민하던 중. 대학교 복학생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즐기던 그때를 회상하다가, 기어이 그 시절의 환상에 사로잡혀 직장을 때려치고. 모든 걸 내던진 뒤 잠적했다가, 10년 후에 보통 여자랑 결혼해서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 돌아와 20대 복학생 시절을 또 떠올리며 끝난다.

어른이 되기 싫은, 날 수 없는 피터팬이 기안대라는 이름의 네버랜드로 도망치는 현실 도피가 패션왕부터 복학왕까지 이어진, 10년 동안 연재된 스토리의 결말인 것이다.

끝내 패션왕이 되지 못했고, 히로인 ‘봉지은’과 맺어지지도 못했고, 20대의 성공한 사회인으로서 이룬 업적, 지위, 자리를 모두 내던지고 떠나 버리니, 작품의 주제가 뭔지, 작품 내 주인공이 이뤄야 할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10년이란 길고 긴 연재 기간 동안 무엇을 한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이건 작품 내적인 부분만 보면 해석이 어렵고. 작품 외적인 부분과 연결해야 어느 정도 해석이 된다.

작가가 작품 속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해서, 자신의 모습과 현실을 작품 속 주인공에게 투영해, 작품 속 주인공이 작가와 별개의 독립된 캐릭터가 아니라. 작가의 아바타화되었고. 그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다.

10년이란 장기 연재로 작가가 번아웃에 시달리는데도 어떻게든 연재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번아웃이 작품 속 주인공한테도 전이되어. 우기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기명의 탈을 쓴 기안 84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작품 속 배경과 세계관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라 작중 우기명은 끝까지 행복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자기 작품 속 주인공에게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작가 본인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게 곧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작품 속 주인공이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작품 속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작가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고. 작품 속 주인공까지 행복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 이전에 비극적인 일이다.

작가의 번아웃이 작품 속 주인공의 번아웃으로 이어진 사례라서 한국 웹툰계에서 극히 보기 드문 사례다.

결론은 미묘. 챕터 구성의 스토리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과 주변 상황이 리셋되고 뜬금없는 전개가 남발되어 캐릭터가 붕괴하고 스토리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 되도 않는 비현실적인 개그를 무리하게 던져 작품 자체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10년 연재 동안 무엇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허망한 엔딩까지 나와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작품 외적으로 볼 때. 장기 연재의 폐단으로 작가의 번아웃이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에 대한 자기동일성에 끼치는 악영향의 사례를 보여주어 생각할 거리를 주고. 또 연재 기간 대비 실망스럽고 부족한 엔딩이긴 하지만, 어쨌든 확실하게 결말을 지어 작품 자체를 종결지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의는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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