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괴기 월드 (2019) 2022년 서적




2019년에 ‘슈크림북’에서 ‘남상욱’ 작가가 글, ‘더미’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만든 아동용 괴기 서적.

내용은 휴대폰으로 자칭 ‘관리자’라는 의문의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귀신과 괴물을 준비한 괴기 월드로 초대 문자를 남겨서, ‘우진’과 ‘희주’가 무심코 초대를 수락했다가 괴기 월드에 끌려가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강시’, ‘어둑시니’, ‘갓파’, ‘잭 오 랜턴’, ‘구미호’, ‘뱀파이어’, ‘도깨비’, ‘사탄’ 등 세계의 귀신, 괴물이 한데 모인 괴기월드에서 탈출하는 게 메인 스토리로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귀신, 괴물의 짤막한 소개글도 넣어서 약간 괴기 사전 느낌도 살짝 난다.

기본적으로 남녀 주인공인 ‘우진’과 ‘희주’의 괴기 월드 탈출기라서 호러 어드벤처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 구성만 보면 딱 호러 컨셉의 방 탈출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미로로 구성된 괴기 월드 안을 돌아다니다가, 세계의 귀신, 괴물과 조우하는 것이라 사실 말이 좋아 어드벤처지, 실제로는 호러 어트랙션에 가깝다.

각각의 귀신, 괴물과 조우했을 때의 파훼법이 나오긴 하지만, 이게 사실 작중 인물이 기지를 발휘해서 헤쳐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좀 얻어 걸리는 느낌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서 약간 맥 빠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구미호편에서는 별도의 파훼법 없이 최면에 걸려서 위험에 처했는데 뜬금없이 구미호의 동생이 툭 튀어나와 먹잇감 독점하지 말라며 자매 싸움이 벌어지는 틈을 타서 도망치고, 도깨비편에서는 대뜸 씨름하자고 해서 씨름하다 왼다리를 걸으니 실은 도꺠비 약점이 왼다리였다더라. 라면서 어영부영 이기고, 갓파는 놀자고 엥기니 나 잡아봐라 놀아주고 빠져나가는 것 등등이다.

근데 그보다 더한 건 ‘잭 오 랜턴’ 등장 이후에, 잭 오 랜턴이 아군화되어 길도 알려주고 귀신, 괴물 파훼법도 알려주면서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직접적으로 활약을 할 건수가 줄어들어 극의 긴장감이 뚝 떨어진다.

배경 설정적으로 괴기 월드 안은 이차원 미로로 구성되어 있어 길을 잃고 헤메기 쉽고 곳곳에 귀신, 괴물이 즐비한데. 잭 오 랜턴 합류 후 그 모든 위험을 간단히 피해가서 더욱 그렇다.

아동용 서적이란 걸 감안하고 봐도 작중에서의 모험 공략 난이도가 이지보다 더 낮은, 세이프티 수준이다. 작중의 모험을 마칠 때까지 위기 다운 위기 한 번 맞이하지 않고 다치지도 않으니 말이다.

우진과 희진이 남녀 주인공으로서 처음부터 끝ᄁᆞ지 모험을 함께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떨어져 있다가 재합류하는 구간이 있어서 뭔가 좀 콤비, 페어, 버디물로서의 묘사 밀도가 낮다.

줄거리만 보면 딱 남녀 주인공의 대모험인데. 실제론 남자 주인공한테만 스포라이트가 집중된 느낌이고. 여주인공의 존재는 그저 남자 주인공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사이드 킥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남녀 주인공을 따로 떨어트려 놓고 캐릭터 운용을 한다면, 여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여주인공 독립 파트도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 혼자 모험하는 동안 여주인공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거기에 관한 떡밥은 전혀 나오지 않아서 불완전 연소된 기분마저 든다.

컨셉, 소재는 나쁘지 않은데 내용 구성이 좀 밋밋해서 괴기 월드에서의 탈출이란 테마를 살려서 서바이벌 게임북처럼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서바이벌 게임북은 80~90년대 나름 인기를 끌었던 아동용 서적으로, ‘공포관의 망령’, ‘공룡박물관의 공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위의 두 작품은 미국에서 나온 걸 한국에서 번역해 출간한 것이고 일본에서 나온 서바이벌 게임북도 꽤 나왔다)

책 본문 내용을 잃다가 구간별로 선택지가 떠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그 결과에 해당하는 페이지로 구간 이동을 해서 배드 엔딩을 맞이하거나, 다음 내용으로 이어져 계속 진행하는 방식의 책이다.

본편은 일직선 진행인데 내용 전체가 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만화 느낌의 삽화를 집어넣어서 거의 반쯤은 만화에 가깝다.

사실 글 내용보다는 그림이 멱살 잡고 하드캐리하고 있어서 글만 봐서는 뭔가 아쉬운데 그림을 보면 아쉬움이 덜해진다.

기본 작화가 남녀 주인공의 불안한 기색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면서 배경이 어두운 톤이고, 흑백의 모노톤으로 그려지다가, 귀신, 괴물이 등장할 때는 귀신 괴물 몸의 일부만 컬러를 집어넣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중에 귀신, 괴물이 첫 등장할 때는 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 때문에 이게 또 나름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귀신, 괴물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고. 배경의 어둡고 음습한 느낌도 꽤 분위기 있다. 뭔가 거장한 배경 설정에 비해서 극 전개상의 배경 스케일은 작아서 세계 단위보다는 악몽 속에 갇힌 느낌이라, 글 내용만 봐서는 알 수 없는 폐쇄 공포 느낌도 잘 살렸다.

엔딩은 좀 싱거운 편인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대놓고 나와서 후속작을 염두해두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보였지만, 시리즈화되지는 못하고 한 권으로 끝났다.

한 권으로 끝났기 때문에 후속작을 염두한 대사가 뒷맛을 개운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론은 평작. 세계의 귀신, 괴물이 득실거리는 괴기 월드에서 탈출하는 컨셉 자체는 괜찮지만, 귀신, 괴물 파훼법도 제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설렁설렁 넘어가는 일이 많아 모험의 공략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극 전개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남자 주인공한테 지나치게 스포라이트를 집중시켜 남녀 주인공이 제대로 된 페어를 이루지 못해 캐릭터 간의 캐미가 떨어져 글 내용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은데. 책 컨셉에 맞게 괴기스러운 느낌을 잘 살린 그림이 멱살 잡고 하드 캐리해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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