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에 ‘김정용’ 감독이 만든 한국산 괴수 특촬 영화.
내용은 생물학자 ‘김 박사’가 지구의 이상 기온으로 북국의 얼음이 녹아서 얼음 속에 동면 중인 공룡이 현대에 부활한다는 공룡부활학설을 내놓았다가 학계에서 따돌림을 당한 뒤 칩거에 들어가, 자신의 학설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 돌아다니는 와중에, 신문 기자 ‘강옥희’가 김 박사를 취재하러 갔다가 김 박사 집에 하녀로 위장 취업을 하고. 이후 괴수들이 나타나 대혼란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울트라맨 시리즈에 나온 괴수들을 필름 짜깁기로 복사+붙여넣기를 해서, 본작의 오리지날 괴수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복불한 괴수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유스 페스타’, ‘해일 괴수 시고라스’, ‘회오리 괴수 시몬스’, ‘우주대괴수 벰스타’, ‘시조괴조 테로치르스’, ‘미사일 초수 베로크론’ 등등. 총 6마리나 되고, 거기에 대만 특촬물 ‘주홍무’에 나오는 ‘용’까지 가져다 써서 사실상 해외 특촬 괴수 7마리를 원작 영화의 필름째로 짜깁기 한 것이다.
원작이 울트라맨 시리즈인데, 본작에선 울트라맨이 등장하지 않는 관계로 괴수들이 첫 등장 씬과 도시 파괴 씬만 반복해서 보여주고. 괴수를 퇴치하는 게 같은 괴수나 거대 히어로가 아니라, 방위군의 공군 전투기 편대 공격으로 괴수를 물리쳐 괴수 특촬물 골수팬이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질 만하다.
메인 스토리도 거지 같은데, 괴수 영화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괴수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학설을 증명하기 위해 가정을 등한시하고 괴수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는 ‘김 박사’, 집에 홀로 남아 외로움을 느끼며 시도 때도 없이 혼자 울고 웃고 우는 걸 반복하는 김 박사의 딸 ‘소희’, 김 박사를 취재하기 위해 하녀로 위장 취업을 했다가 옥희랑 친해지는 ‘강옥희’가 레귤러 멤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작중 행적이 괴수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캐릭터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줄을 하나씩 놓고 있어서 감정 몰입이 1도 안 되는 데다가, 김 박사와 강옥희의 갈등, 강옥희와 소희가 친해지는 내용 등등. 괴수가 아닌 인간 중심의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하느라 스토리 진전이 거의 되지 않는다.
괴수들이 나타나 도시를 파괴해 위험에 처했을 때도, 그 재앙을 마주한 주인공 일행으로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동네 뒷산으로 대피하는 피난민 수준밖에 안 되며, 실제로 엔딩도 피난민이 됐다가 세 사람이 재회하는 결말로 끝나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애초에 괴수들은 도시나 공장을 파괴하는데, 주인공 일행이 위치는 시골 마을이라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짜깁기한 필름 자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박사가 괴수 발자국을 발견하고, 소희가 공룡알을 발견해서 거기서 놀고, 강옥희가 괴수가 출현하는 걸 목격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 등의 내용이 나오긴 하나, 그게 단순히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나고. 괴수가 6+1마리나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 일행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게 단 한 마리도 없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보통, 상식적으로 김 박사, 소희, 강옥희가 접한 괴수의 흔적과 실체, 교감이 한 마리의 괴수로 일치해야 서로 간의 접점이 생기는데. 그런 거 일절 없이 셋 다 따로 놀면서, 이 괴수 저 괴수 마구잡이로 집어넣으니 영화 자체가 그렇게 난잡하고 정신산만할 수가 또 없다.
특히 소희는 앞서 말했듯이 혼자 울고 웃고 울고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정줄을 놔도 너무 놓은 캐릭터로 묘사되는 게 문제인데. 그중 압권은 소희가 꾸는 악몽 속에서 도시에 있는 건물에 혼자 올라간 소희가 도시를 파괴하는 괴수를 보고 웃으며 박수 치다가, 방위군의 공군 전투기가 괴수를 공격하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리액션을 선보이고선 악몽에서 깨어난다는 거다.
김 박사는 공룡부활학설만 주장했지, 괴수의 최초 발견자인 것도, 괴수의 부활을 막으려고 노력한 것도, 괴수를 퇴치하는데 일조한 것도 아니며, 심지어 괴수는 방위군의 공군 전투기가 다 퇴치해서 본인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쨌든 괴수가 나타났으니 공룡부활학설이 입증됐다! 라고 정신 승리해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미쳐 돌아간다.
결론은 비추천. 영화 장르가 괴수물인데 스토리가 괴수물과 동떨어져 있고, 스토리의 완성도 자체가 처참하게 떨어지는데. 괴수 자체도 오리지날 국산 괴수가 아니라 일본과 대만의 괴수 특촬물 영화의 필름을 짜깁기한 것이라 완전 몰상식한 무단 도용 해적판으로 한국 영화 역사에 부끄러움으로 남아야 할 미친 졸작이다. 양심이 있으면 어디 가서 한국산 괴수 특촬물이라고 하면 안 된다.
덧글
방위대의 매트애로우가 열심히 총쏘는건 나오는데 정작 울트라맨은 안나오고 등등(...)
기억나는게 베개 업고 피난가던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