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에 ‘김청기’ 제작/총감독, ‘조명화’ 감독, 각본으로 만든 한국산 SF 액션 영화. 한국 최초의 SF/슈퍼 히어로를 자처하고 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 최초의 SF 슈퍼 히어로 영화는 개봉 시기적으로 볼 때 ‘외계에서 온 우뢰매(1986)’다. 제작/총감독을 맡은 게 우뢰매의 ‘김청기’ 감독이라서, 성인판 우뢰매를 표방하고 나온 작품이다.
내용은 재벌 기업인 ‘장만준’의 장남이자 공학 박사인 ‘장영일’이 아버지의 지시로 비밀리에 연구 중이었던 8메가 D-램의 설계도를 괴한들에게 탈취당해, 장만준이 시름에 빠지자 그의 둘째 아들이자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장도일’이 집으로 돌아와 아들 노릇 제대로 해보겠다고 설계도를 되찾기 위해 홍콩으로 향하지만, 악당 ‘스리랑카의 별’의 공격을 받아 뇌사 상태에 빠지자, 장영일이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하여 동생 장도일을 사이보그로 만들어 부활시켜, 악당의 얼굴을 기억하는 ‘수지한’, 월남전 참전 용사 ‘오석도’과 함께 셋이 악당 조직의 뒤를 쫓아 태국 방콕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네이버 영화 소개에는 주인공 ‘장도일’의 초능력으로 많은 난관을 돌파하고 악당들을 찾아내 최후의 대결을 벌인 후 일망타진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반도체 설계도도 무사히 회수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장도일의 능력은 우레매의 ‘에스퍼맨’이 사용하는 그런 초능력이 아니라, 강철 사이보그로서 에너지 추적 능력과 총알이 통하지 않는 방탄 보디와 괴력이며, 스스로를 기계 인간으로 말하고 다녀서 초능력으로 난관을 돌파한 게 아니고. 그냥 눈에 띄는 적들을 싸그리 잡아 죽이면서 진행한 것이며, 악당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린 게 아니라. 악당과 함께 자폭해서 동귀어진하는 결말로 끝나기 때문에 본편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다.
작중 장도일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사이보그로 개조되는데. 이게 언뜻 보면 ‘로보캅’을 연상시키지만, 겉모습은 멀쩡한 인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외화 드라마 ‘육백만 달러의 사나이’에 나오는 바이오닉 인간 ‘스티브 오스틴’에 가까운데, 상처가 나거나, 칼로 째서 피부를 벗겨내면 그 안에 기계 혈관과 회로가 드러나서 이건 또 ‘터미네이터’의 ‘T-800’ 느낌도 난다.
근데 이게 사이보그 설정만 SF 영화지, 실제 본편 스토리상으로는 장도일이 탱크탑 입고 나와서 M60 기관총 난사하면서 다 쏴 죽이고, 물 속이나 수풀에서 매복해 있다가 다가오는 적들 나이프로 찔러 죽이는 게 딱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람보’ 스타일이다.
이거 가지고 어디 가서 SF 영화라고 하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존나 뜬금없이, 흙탕물에서 악어가 튀어나와, 나이프 한 자루 들고 악어를 때려잡는 씬도 나오는데 이건 ‘타잔’ 느낌이 나서, 대체 무슨 컨셉을 잡은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극 후반부에 완전 각성한 뒤에는 방탄 보디 효과로 총알도 튕겨내고, 괴력을 발휘해 적의 팔을 잡아 자이언트 스윙도 날리고, 고릴라 프레스로 집어 던지는 것 등등. 헐크처럼 ᄊᆞ우는데.. 문제는 그 당시 박중훈의 피지컬이 근육 빵빵한 액션 배우와는 좀 거리가 멀다 보니, 괴력무쌍을 펼쳐도 폼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총기 액션씬이야 인상 팍 쓰고 소리 지르면서 미친 듯이 쏘아대고 엑스트라들이 포연탄우 속에 우르르 무너져 내리면 장땡이지만.. 격투 액션은 그런 눈속임으로 커버할 수가 없어서 진짜 끔찍한 퀼리티를 자랑한다.
실제로 보통, 이런 류의 액션 영화에서 ‘람보’, ‘코만도’ 등을 보면 웃통 까고 근육질 몸을 드러내며 적을 도륙하는데. 본작에서는 웃통 까고 싸우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을 정도다.
액션 영화인데, 액션 연출이 매우 허접하지만.. 80년대의 열악한 제작 환경과 저예산을 생각해 보면, 존나 위험하게 촬영한 부분이 많아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장면이 몇 개 있다.
지뢰 폭발 장면, 악어와의 격투 장면, 달리는 자동차 위에 바짝 엎드려 붙는 장면 등등으로. 스턴트 배우도 쓰지 않고 배우가 직접 모든 걸 다 하게 만들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배우를 혹사시키고 있다.
힘들게 찍어서 멋있게 나왔으면 또 몰라도, 고생한 건 눈에 훤히 보이는데 결과물이 시원치 않아서 필름 낭비 수준이다.
애초에 악당 조직을 쫓으러 홍콩과 태국에 가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아마도 전자는 홍콩 영화, 후자는 람보 2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은데. 기껏 그렇게 해외로 나가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게 홍콩의 폐건물과 태국의 정글 오지라서, 굳이 그런 곳에 가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하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사서 고생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도 매우 떨어지는데, 특히 캐릭터 운영이 맛이 가도 단단히 가 있다.
주인공 장동일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사이보그가 됐는데 아버지인 장만준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형인 장영일은 동생을 사이보그로 부활시켜 방콕에 보낸 이후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월남 참전용사 ‘오석도’도 아무런 언급없이 대뜸 장도일의 방콕행 동료로 나와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레귤러 멤버로 되니 되게 생뚱맞다.
그밖에 본작은 ‘연소자 관람가’로 비디오 출시됐는데. 본래 성인 지향 영화를 만들다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연소자 관람가 영화로 유턴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히로인 ‘수지한’이 홍콩에서 악당들의 손에 붙잡혀 집단 강간 당해 마약에 찌들어 매춘을 벌이는 폐인이 됐고, 장도일이 주인공 보정으로 눈에 띄는 모든 적을 무자비하게 죽여 대며, 나중에 가면 맨손으로 목을 360도 비틀어 죽이는 장면까지 나와서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데, 연소자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게 이해가 안 된다. 당시 심의가 좀 미친 모양이다.
결론은 미묘. 사이보그 바이오맨 설정은 로보캅, 터미네이터, 육백만불의 사나이 등을 짜깁기했고, 메인 액션 스타일은 람보를 대놓고 따라하고 있어서 독창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배우들 연기는 물론이고 액션 연출이 허접해도 너무 허접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데다가,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촬영을 감행한 것 치고 결과물이 시원치 않아 돈 낭비, 인력 낭비, 필름 낭비의 최악의 3박자를 다 갖춘 재앙의 흉작이다.
한국 최초의 SF 슈퍼 히어로 영화를 자처하는 것에 비해, 영화 자체의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아서 한국 영화사에 기록으로 남길 만한 작품이라, 사실 냉정하게 보면 컬트 영화로서의 가치도 없지만. 국내에서 널리 이름을 알린 유명 감독/유명 배우의 흑역사로서 한 번쯤 볼만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주인공 장도일 배역을 맡은 ‘박중훈’이 훗날 밝힌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지뢰 폭발 씬에서 지뢰가 묻힌 곳을 알려주지 않고 뛰게 만들었다는 것부터 시작해 플라스틱 칼을 입에 물고 늪속에 들어가 흙탕물과 벌레가 입안에 들어오고, 악어와 격투 씬 때는, 악어에게 마취 주사를 놓고 입을 피아노줄로 묶었는데, 촬영 카메라가 고장 나고 수지 한 배역을 맡은 배우 ‘신미아’가 늪에 들어가길 거부해서 촬영이 지연되어 악어가 마취가 깨어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가, 악어 꼬리에 배를 맞아 기절했다는 것 등등. 갖은 고생을 다 했다고 한다.
덧글
2. 이 영화에 나온 음악 가운데 장도일과 기봉(아마도 우뢰매 시리즈의 악당 전문 배우 안대욱)의 대결 음악과 장박사의 장도일 사이보그 개조 과정의 음악은 훗날 우뢰매6의 뉴머신 우뢰매(극중에선 광자 우뢰매)와 하이델의 조이드 라이거 로봇 도심 대결 음악, 지저 세계에서 모스 박사가 조이드 전갈 로봇에서 내려서 파괴된 뉴머신 우뢰매를 살피는 장면의 음악으로 재활용(바이오맨이 1989년 2월 4일 개봉, 제3세대 우뢰매6은 1989년 7월 20일 개봉)되었으며 극중 후반부에 스리랑카 별의 아지트 음악은 훗날 반달가면 시리즈의 숙적과의 대결 음악으로, 그리고 이 영화의 메인 주제곡인 강변의 오보에 반주곡이 반달가면1탄 2부에서 장해리 형사가 주인공 강혁 형사에게 반달 부메랑을 보여주면서 반달가면이냐며 추궁할때 나오는 음악으로 재활용되기도 했습니다.
3.김청기 감독 본인이 밝힌 바로는 뭔가 새로운 로봇물을 만들고자 이 작품을 기획했고 제작비는 무려 5억이나 들었으며 당시 노태우 정부에서 북방외교 정책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중국 영화들이 정식으로 수입되서 그로 인해 정부에서 극장 개봉일자를 미루거나 양보하라는 등의 요구가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따랐으며 결국에는 흥행 참패로 이어졌고 배우 박중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며 작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있다고 합니다.(김청기 감독의 유튜브 채널의 영상 가운데 하나인 한국 최초 SF 바이오맨의 모든 이야기 - 김청기 제작 박중훈 주연의 바이오맨은 왜 노태우 정부에서 개봉을 막았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이 영화에 나온 배우 가운데 오석도로 나온 배우 신우철은 잠뿌리님께서 리뷰하신 영화 대명에선 시라소니로 출연했고 김정식 주연의 영화 밥풀때기 형사 시리즈(밥풀떼기 형사와 쌍라이트, 밥풀떼기 형사와 전봇대 형사)의 감독이며 스리랑카의 별의 배우 현길수는 뉴머신 우뢰매5에선 베이다스 슈트액터였고 실사 영화 용호의 권에선 구룡(타쿠마 사카자키)으로, 홍길동 대 터미네이터에서는 의수를 단 악당으로, 김진명 원작의 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선 살인 청부업자로 나왔으며 재민으로 나온 배우 박동팔도 훗날 배우 현길수와 함께 장군의 아들2, 보스(조양은 영화)에도 같이 나왔습니다.
5. 영화 예고편에 나온 장면 가운데 장동일이 태국에서 무에타이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있던데 정작 극중에선 삭제된게 좀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