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있다 1 (1997) 2022년 서적




1997년에 ‘명지사’에서 ‘신동립’ 작가가 집필한 귀신 서적.

내용은 일간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가, 본지에서 연재한 귀신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저자는 무속인이나, 작가가 아니라 한국 일보 일간 스포츠 연예부 기자로 본인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엮은 것이고, 책 광고에는 SBS ‘토요 미스테리 극장’ 절찬 방영 중이란 광고 문구가 적혀 있지만 사실 이 책이 토요 미스테리 극장보다 몇 달 먼저 나왔다.

그래서 실제로 책 자체가 나오게 된 건 토요 미스테리 극장보다 MBC ‘다큐드라마 이야기 속으로’가 인기를 끌면서 거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본문 내용이 이야기 속으로처럼 귀신을 목격한 심령 체험을 한 제보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저자가 무속인을 취재한 것과 저자 개인의 창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근데 이게, ‘귀신은 있다’라는 제목과 목차만 보면 순수하게 귀신 이야기를 다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는 출저줄분명의 이야기들을 스포츠 신문의 가십 기사처럼 써 내려갔다.

현대의 도시 괴담 같은 귀신 공포 체험담이나, 무속인이 명산에 올라 기도를 해서 신빨을 재충전한다는 것 같은 내용은 멀쩡한데. 그 멀쩡한 이야기는 일부에 지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좀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고 자극적이다.

90년대 당시 유행하던 ‘공포특급(1993)’ 같은 귀신 이야기 책을 생각하고 보면 뒤통수가 얼얼할 것이다.

유체 이탈을 했을 때 남녀가 성행위를 할 때 가까이 가면 빨려들어가서 그들의 자녀로 환생한다부터 시작해서, 귀신이 돈을 좋아해서 영계에서까지 노름을 하여 빚쟁이 귀신한테 시달린다고 하는가 하면, 귀신이 인간에게 물리적 폭행을 가할 수 있어 불알을 걷어찬다거나, 성도착증은 귀신의 탓, 비만도 귀신의 탓, 우연이라는 것도 귀신의 개입이라 주장하고, 물귀신은 만두를 좋아하는데 삼국 시대 때 제갈량이 만두를 빚어 제물로 바쳐 진혼식을 한 것에 유래됐다는 것 등등. 귀신을 주제로 한 황당무계한 말들이 난무한다.

그중 압권은 70년대 시국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장년 남성이 있는데. 손자의 사형을 면하게 해주려고 저승에 있는 할머니가 영계의 악령에게 몸을 팔아 손자를 구해준다는 이야기였는데. 옷을 입은 상태라곤 해도 엎드린 할머니 뒤로 악령이 서서 범하는 장면을 그림까지 그려 넣은 거 보면 진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무속인 취재 내용에는 무슨 무당이 절대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할아버지(조상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조건 하에 옥황상제가 내려보낸 선녀와 섹스를 하고, 교회 잡지 취재 내용에는 예수를 믿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에 가고 후손 3~4대까지 망하고 귀신을 섬기게 된다는 말과 음양오행 반지 요법이라고 금이나 은으로 된 반지와 팔찌를 착용하면 건강해진다는 민간요법까지 필터 없이 들은 그대로를 적어 내려간다.

정치적인 내용도 약간 나오는데. 이기붕과 신익희의 귀신을 불러내서 어떻게 죽었냐고 물어보니, 이기붕은 당시 군대에서 강한 권력을 가진 PARK(아마도 박정희를 뜻하는 듯)이 보낸 자객한테 암살당한 것이라고 하고, 신익희는 독살당했다고 나온다.

보통, 무속인이 집필한 무속 서적에서는 모두 하나 같이 박정희를 칭송하고, 박정희 덕분에 현대에 무속 신앙이 유지된 것이라며, 심지어 박정희를 호국신으로 묘사하기까지 하는 것과 비교하면, 박정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게 나온 건 꽤나 의외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니셜이 아니라 아예 박정희 본명을 써서, 박정희 혼령을 초혼했을 때. 경호원 귀신들이 함께 나타나 위세를 떨치며 주변의 안전을 점검하는데, 동명성왕(주몽)과 박혁거세 등 삼국 시대 왕들의 혼령은 신하 귀신들을 이끌고 나와도 박정희 같은 일이 없이 점잖다고 묘사하는 내용도 있다.

마지막에는 무속인 취재 내용이 맛이 갈대로 맛이 가서,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혼령을 초혼해보니, UFO의 실체를 대중에 밝히려고 했다가 외계인에 의해 암살 당한 것이고. 그 뒤를 잇는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에 참전한 것은 UFO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혼을 초혼해보니 자기가 아직 죽은 지도 몰라서 구천을 떠도는 중음신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황당함의 절정에 치닫는다.

결론은 비추천. 귀신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이지만, 저자가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라서 본문 내용이 귀신 이야기를 스포츠 신문의 가십 기사 방식으로 풀어내서 출저를 알 수 없는, 황당무계한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풀어내고 있어 귀신 주제의 가십 기사를 즐겨 읽는 사람에게는 어필할 수 있겠지만, 순수하게 귀신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은 안 보는 것만 못한 작품이다.


덧글

  • 블랙하트 2022/07/20 07:50 #

    https://www.udiscovermusic.com/stories/countdown-to-extinction-megadeth-album/

    표지는 '메가데스'의 'Countdown To Extinction' 앨범 표지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한거네요.
  • 잠뿌리 2022/07/20 17:08 #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뭔지 몰라서 되게 위화감이 느껴졌었는데 메가데스 표지라니. 표지 무단도용 센스가 끔찍하네요.
  • 무명병사 2022/08/05 13:01 #

    그때는 그냥저냥 읽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참 그렇습니다.
  • 잠뿌리 2022/09/22 08:14 #

    저때 당시에는 저게 신선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좀 너무 낡았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58656
4246
1027589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