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 (2002) 2022년 서적




2002년에 ‘찬섬’에서 나온 ‘묘심화’ 스님의 서적.

내용은 제목 그대로 ‘빙의’ 현상을 주제로 스님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스님이라고는 하는데, 이게 정식 불교에 속한 스님이 아니라, 신내림을 받고서 고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 불교에 귀의한 것이라서 법력가를 자처하며, 당시 신문에서도 빙의 치료 및 퇴마 여승으로 유명하다는 소개 글이 실려 있었다.

무속의 ‘신’과 불교의 ‘불’의 힘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신불’이라 하고 있어서 ‘던전 앤 드래곤즈’ 게임 룰로 치면 매직 유저(소서러)와 클레릭 레벨을 하나씩 올린 멀티 클래스 같은 느낌이다.

본문 내용은 저자의 불교 철학과 체험담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사가 거의 나오지 않고 또 이야기 하나하나의 길이가 짧아서 평균 3페이지 남짓되기 때문에 에세이로 보기는 어렵다.

저자가 스포츠 조선에서 연재한 ‘영혼의 불가사의’, ‘4차원의 세계’의 글을 모아서 묶은 게 아닌가 싶다.

본문 소개글에 적힌 표현을 인용하자면, 타고난 영능력을 불도로 승화시켜 도인의 경지에 이른 대법력가로, 투시 능력이 있고 유체이탈을 통해 영의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본문에서는 그런 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게 본문 내용은 엄밀히 말하자면, 말이 좋아 체험담이지. 저자가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빙의 문제나 집안의 흉사로 점을 치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어서 그렇다.

저자는 그저 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구병시식이나 천도재를 치내 주어 일이 잘 해결됐다고 마무리만 하는 화자에 가깝게 나온다.

이야기의 구조가 원 패턴의 반복인데 기승전천도재일 정도다.

이게 스포츠 신문의 짜투리 코너로 가볍게 보고 넘어갈 만한데. 책 한 권 분량으로 한 번에 몰아서 보니 패턴이 너무 단순해서 쉽게 질리는 문제가 있다.

종교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불교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저자의 무속인으로서의 정보 지식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조상신, 풍수지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저자가 스님인 줄 모를 수도 있다.

근데 그나마 빙의 환자와 점사 등의 이야기는 들어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으니,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가도 감상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기독교 신앙도 적대적으로 보진 않아서 부처님의 자비와 하나님의 사랑으로 공덕이 2배가 된다는 말까지 할 정도라서 온화한 느낌을 받았지만 마지막 챕터인 풍수지리편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뭔가 좀 황당한 전개로 나아간다.

서울이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지 못하고 탁기와 사기로 가득한 지옥의 도시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사회적 빙의에 걸려 있으니. 나라의 수도를 미륵 신앙의 발상지인 전주 모악산으로 옮겨야 하고, 조선 시대 때 억불정책하고 유교쟁이들이 나대다가 경복궁 터의 풍수지리를 잘못 잡아 나라 말아먹어서 조선왕조 오백년 내내 사건 사고가 터져 국운이 쇠망한 것이며, 풍수지리만 잘 챙겼어도 일본의 침략을 받을 게 아니라. 일본이 우리나라의 속국이 되었을 거라고 하는 데다가, 청와대 터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풍수지리를 역으로 이용한 혼돈의 빙의 터로서, 역대 대통령이 퇴임 시기 때 좋은 꼴을 못 본 것이며, 한국 땅은 신성한 미륵의 땅으로 미륵보살이 태어날 곳이니 장차 미륵의 시대가 열릴 지언데, 이 미륵이 여자 미륵으로 청와대 주변 산의 양기를 음기로 내리눌러 이 땅을 다스리면 태평성대를 이룰 것이란 미래 계시로서, 자신의 수명을 깎으면서 천기누설을 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통일 신라 시대 불교의 미륵 신앙을 가지고 와서 미륵의 땅이니, 미륵의 시대니 설차하는 것도 좀 황당한데. 조선 시대부터 한국의 근 현대사를 다 말아먹은 건 양기 터진 경복궁, 청와대에 들어간 조선의 남자 왕들과 남자 대통룡들이라서, 장차 한국 땅에 태어날 미륵은 여자 미륵으로 대덕의 소유자로서 양기를 세상을 다스릴 것이라 단언하는 걸 보면 너무 극단적인 논조라서 앞 부분의 글을 써온, 같은 사람이 쓴 글이 맞나 의문이 든다.

사실 본작 자체보다는, 저자에 얽힌 정치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2016년에 올라온 월간 조선에 실린 저자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200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있다가 나와서 한국미래연합당을 만들었는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책(빙의)를 보고 여자 미륵 이야기에 꽂혀서 저자를 찾아와 친분을 맺어 각종 정치 행사에 동행을 시켰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천도재를 지내기까지 한 친박 인사였다.

그래서 2006년에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라는 책까지 집필해서 출간할 정도였는데. 2007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 17대 대통령 선거의 한나라당 경선에서 탈락해서 저자의 여성 대통령 탄생 예언이 빗나갔다며 화를 내 사이가 틀어져 그 이후에는 다시는 보지 않았다고 한다.

2007년에 당선된 건 ‘이명박’ 대통령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건 2012년이라 18대 대선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5년만 버텼으면 최순실의 자리가 뒤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결론은 비추천. 무당의 ‘신’과 부처의 ‘불’이 만나 ‘신불’이라 칭하는 대법력가 퇴마 여승이란 거창한 설정에 비해서, 본문에 실린 내용은 빙의 환자 사연 소개와 점보고 천도재 지내주는 일반적인 무속인 활동이라서 무교와 불교의 멀티 클래스 퇴마행을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하고, 최종장인 풍수지리편에서 너무 극단적인 논조를 펼치면서 밑도 끝도 없이 미륵 신앙을 설파해 아무리 판타지의 관점에서 봐도 버틸 수가 없는 작품이다.




통계 위젯 (화이트)

102646
3983
10269635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