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선택한 여자 (1995) 2023년 서적




1995년에 ‘백송’에서 나온 무속인 ‘심진송’의 에세이.

내용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사망 날짜를 정확히 예언해 화제가 된 ‘심진송’의 에세이다.

저자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에 두 번이나 죽을 뻔해서 임사 체험을 경험하고, 30대가 된 뒤 신끼가 내려와 내림굿을 받고 조선 시대의 고승 ‘사명대사’를 몸주로 받드는 무당이 됐는데. 본래는 부천 지역에서 무속인 활동을 하면서 지역 내의 용한 무당으로 알려졌지만, 1994년에 ‘월간 조선’의 기자가 찾아와 신분을 숨긴 채 김일성의 사주를 물어봤다가, 김일성의 사망 날짜, 시간을 맞춘 걸 기사화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건 ‘김일성 사망’ 예언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본문 내에서는 그것 말고는 눈에 띄는 내용이 따로 없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무속인의 예언이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실린 초기 사례로, 이른바 스타급 무속인으로서 당시 사회적으로 천시를 받으며 음지에서 활동하던 무속인이 양지로 올라와서 TV 방송에도 출연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나름대로 한국 무속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본작은 저자의 무속인으로서의 활동이나 예언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고.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기록한 수필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학창 시절, 첫사랑, 두 번째 사랑, 첫 번째 결혼 생활, 출산 이야기, 두 번째 결혼 생활, 신내림 받고 무속인이 된 것까지 그 모든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바꿔 말하면 저자의 개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약 90%고, 나머지 10%가 95년 이후의 미래를 예언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사에 대한 내용은 저자가 무속인으로서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은 것이라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수필의 특성상 저자가 인생 역정을 겪은 만큼 상대적으로 자기 연민이 강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짙어서 대중성과는 좀 거리가 멀다.

무당의 에세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신비한 체험과 영적 이야기로 가득한 것이 아니라. 무당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진정성은 느껴지나, 책 자체의 재미는 없는 편이다.

일반인이 볼 때는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할 텐데. 반대로 무속인이 볼 때는 저자의 사연에 공감하면서 몰입해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신내림을 받는 전후 과정의 고통과 고생담, 그리고 무속인이 된 뒤 자리를 잡았는데도 떨쳐버릴 수 없는 고독감과 외로움 등이 구구절절이 느껴져서 그렇다.

무당으로 모시는 몸주신이 무려 ‘사명대사’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신기를 가지고 있다고 자만하거나 과장하는 내용이 없는 것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의 신과 교신하고 신장의 호위를 받으며, 귀신을 부리고 퇴마, 치유, 풍수지리 등 못하는 게 없는 것으로 나오는 ‘귀신잡는 남자(1996)’의 전천후 도사와 비교하면 매우 소프트하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95년 이후의 예언은 그때로부터 약 27년이 지난 지금 현재 기준으로 맞는 게 하나도 없고. 이건 귀신을 잡는 남자 같이 후발 주자로 나온 무속인의 에세이에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실제 귀신을 잡는 남자에선 저자가 본작 극 후반부에 나온 예언이 다 틀렸다고 디스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이러니한 건 귀신을 잡는 남자도 극 후반부에 한 96년 이후의 미래에 대한 예언이 다 틀렸다는 점이다.

90년대 무속인의 미래 예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일본 멸망’과 ‘한반도의 남북통일’, ‘대종교의 등장’,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팍스코리아’, 등인데. 본작의 미래 예언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9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반영한 국뽕 예언이 아닌가 싶다.

결론은 평작. 무당으로서의 활동이나 예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고. 무당이 무당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겪은 개인사가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어서 책 자체에 대중적인 재미는 없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당의 애환과 그 삶을 조명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에세이라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국내 최초로 연극 무대에 오른 무속인, 최초로 대학 강단에 선 무속인, 최초로 음반을 내고 가수 활동을 한 무속인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앨범 제목이 ‘내 영혼이 끝나는 날까지’다)


덧글

  • 시몬벨 2022/04/17 14:32 # 삭제

    어릴적에 부모님 방에 들어갔다가 어째선지 책상에 이 책이 있는걸 보고 신기해서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저자가 과연 어떤 허풍을 떨지 기대하면서 봤는데, 잠뿌리님 리뷰처럼 의외로 담담한 자기고백 같은 느낌이라서 인상적이었죠.
  • 잠뿌리 2022/04/17 15:46 #

    무속인의 에세이가 나온 게 첫 사례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22/04/20 19:09 #

    월간 조선에서 아주 이 책 홍보해줬죠..왜냐?

    여기서 심진송 헛소리를 연재했으니까 ㅡ ㅡ
  • 잠뿌리 2022/04/21 01:29 #

    신이 선택한 여자 이후에 빙의도 그렇고 월간 조선에서 이런 류의 연재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22/04/30 15:20 #

    그러고 보니......최순실이라든지

    천공도사를 두고 있는 윤석렬.......

    이것들은 점쟁이들을 둬야 마음이 편한가?
  • 잠뿌리 2022/05/01 08:19 #

    점에 의존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56836
5044
10319744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