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잡는 남자 (1996) 2023년 서적




1996년에 ‘자유문학사’에서 나온 무속인 ‘박용운의 에세이.

내용은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새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대참사를 예언하고 풍수지리부터 병을 고치는 능력까지 다양한 힘을 지녀 스스로를 ’전천후 도사‘라고 칭하는 ’박용운‘의 에세이다.

저자는 본인의 능력을 무당과는 다른 것으로 정의하지만, 사실 본편 내용 중에는 대참사를 예언하는 것부터 시작해 영의 답변을 받아 점을 보고, 귀신이 감겨 몸이 아픈 사람을 치유해주며, 귀신과 대화를 하고 또 귀신 자체를 부리는 것 등등. 일반적으로 무속인이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

작중에서 저자가 하는 무당에 관한 말들은 꽤 디테일해서 무속 일을 하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는 전문 지식들이 들어가 있다.

근데 그렇게 무당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무당과 선을 긋고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대한 설정이 꽤 디테일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구석이 있다.

스스로를 ’영능력자‘로 칭하며, 예언, 점, 치유, 풍수지리, 귀신 부리기 등등. 못 하는 게 없이 모든 걸 다해서 ’전천후 도사‘를 자처하고, 3개의 구슬과 7명의 부처, 천수관자재보살을 자기 몸에 받아서 하늘의 힘을 받은 ’천신제자‘로서 134명의 신장들의 호위를 받고 있고. 천서를 통해 하늘 세계의 신과 교신하고, 산신과 다이렉트로 대화를 나누어 풍수지리를 보는 슈퍼 퇴마사로 나온다.

청와대 인왕산, 북악산에 올라가 국내의 모든 산을 관리하는 ’국보산신‘과 교신하여, 사기가 넘쳐흘러 경복궁에서 뛰쳐나온 명성왕후 민비의 원귀와 대면하여 청와대의 정기를 어지럽히는 민비의 기운을 누르고. 자신에게 양밥(무당이 상대에게 주술을 걸어 해코지하는 것)을 건 무당의 신기를 천신들을 소환해 거두어 버리는 초전개는 꽤 흥미진진했다.

특히 무당이 같은 무당의 힘을 거둘 수 있다는 건 처음 봤다. 무당의 파워 레벨은 모시는 신의 힘에서 결정되는데. 일반적인 무당 썰에서는 파워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해도 상급자가 하급자를 꾸짖고 제압하는 정도에 머무르지, 신기 자체를 거두어 다른 무당을 일반인으로 만들지는 않아서 그렇다.

본작이 발매한 90년대 중반에 김일성 사망을 예언해서 화제가 된 무당 ’심진송‘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건지, 에세이인 본서에서 심진송의 예언에 반박 예언을 해서 예언 대결을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였다.

다만, 대참사의 예언 쪽은 사실 좀 과장된 측면이 있는데. 어떤 대참사가 벌어지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사고가 날 것 같다. 바다에서 사고가 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예언을 해서 항공기 추락 사고, 여객선 침몰 사고가 같은 게 생기는 것이라 그 부분은 좀 기대에 못미쳤다.

저자도 본서에 대참사를 예언할 때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피하고 싶고, 되도록 예언은 하지 않고 싶다 라고 뒤로 빼고 있어서 예언 쪽은 영능력상의 특기 분야가 아닌 것 같은데. 당시 저자를 인터뷰한 잡지에서 거기에 꽂혀서 유명세를 얻게 해준 것 같다.

예언은 둘째치고, 영능력 자체에 대한 내용은 초반부에 흥미진진하게 나온 것에 비해, 저자가 영능력자가 되기 전의 과거사 썰을 푸는 부분은 분량이 많은 것에 비해 특별히 재미가 없다.

시골에서 태어나 유복한 집에서 자랐지만 가족사로 인해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방황하다가, 타고난 손재주로 이것저것 다해서 그때그때 먹고 살지만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생겨 사업은 계속 실패하고. 이혼까지 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어느날 갑자기 영능력을 얻어 무속인으로 활동하여 지금 현재에 이르렀다는 내용이라서 그렇다.

중반부 이후에는 앞에서 쌓아 올린 영능력자로서의 거창한 설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무속인과 똑같이 활동하는 내용이 나와서 재미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무속인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이야기는 무슨 19금 만화에 나올 법한 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이야기가 없다. (모델급 여자 손님이 잡지에서 보고 찾아왔다고 점사를 청하자 ’당신 왜 잡지에 실린 내 사진 보고 XX 하느냐‘고 대놓고 말하고 색정령에 씌인 손님이라고 썰푸는 건 진짜 무슨 19금 썰 만화 보는 줄 알았다)

오히려 중간중간에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나오는 한국 민담 중, 이항복, 황희 정승, 신립 장군 등등 역사 속 위인들과 귀신에 얽힌 이야기를 알려주는 게 볼만했다.

마지막 장에 본서가 발매된 96년 이후의 미래에 대한 예언을 적어 놨는데. 예언의 내용 자체도 두루뭉살하고,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일과 하나도 맞지 않아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한 느낌이다.

특히 경제 쪽의 예언이, 한국의 경제는 안정될 것이라 적어놨지만 1997년에 IMF 사태가 터진 걸 생각해 보면 1년 뒤의 미래도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결론은 평작. 조상신이 아닌 하늘의 힘을 받는 천신제자로서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영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과 그에 관련된 썰이 나오는 초반부는 판타지적인 관점에서 배경 스케일이 커서 볼만했는데, 영능력자가 되기 전의 과거 썰과 영능력자가 된 이후에 무속인으로서 활동한 현재의 썰이 초반부에 비해 재미가 떨어져 용두사미가 된 것 같은 작품이다.


덧글

  • 시몬벨 2022/04/17 01:29 # 삭제

    이거 판타지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재밌겠는데요
  • 잠뿌리 2022/04/17 14:01 #

    에세이보다는 판타지 소설의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무속 판타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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