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에 남아프리카에서 ‘자코 바우어’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타이틀 ‘가이아’의 뜻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이다.
내용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산림청 직원인 ‘가비’와 ‘윈스턴’이 ‘치치카마’의 원시림에서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내려가면서 드론으로 영상 촬영을 하며 순찰을 하던 도중. 누군가에 의해 드론이 추락했는데. 가비가 아무런 준비 없이 숲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윈스턴의 경고를 무시하고 드론을 찾으러 숲속에 들어갔다가, 누군가 설치해 놓은 트랩에 걸려 발에 부상을 입고 숲속 깊은 곳에 있는 초가집을 발견해 원시생활을 하는 ‘바렌드’, ‘스테판’ 부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로튼 토마토’에서 토마토메터 84%의 지지를 받아서 대체로 호평이었다고 위키백과에 적혀 있지만.. 그 84%의 지지가 약 50여건의 리뷰 평균 통계고. 팝콘 지수는 45%로 엎어져 있으며, IMDB 평점은 5.5에 그쳤다.
사람의 몸이 나무 곰팡이 포자 감염에 의해 버섯이 피어나서 살아있는 식물이 되는 게 여과없이 드러나는데. 이 부분의 CG가 자연스럽고 곰팡이 포자 인간의 분장이 디테일해서 생태학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어 이 부분은 확실히 신선했다.
1963년에 일본 토호에서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든 SF 호러 영화 ‘마탄고’에서 나온 ‘버섯 인간’을 최신 CG 기술로 다시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토리에 있다.
전체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스토리 풀이 방식이 관객들한테 매우 불친절해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문명사회에서 살다가 숲으로 신혼여행을 온 식물병리학자 ‘바렌드’가 아내 ‘릴리’를 골수암으로 잃은 뒤, 광기에 사로잡혀 현대 사회와 문명을 증오하며, 갓 태어난 아들과 함께 13년 동안 숲속에서 원시생활을 하면서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태초의 인류보다 먼저 존재해왔다는 대지모신 가이아를 믿는데. 그게 실은 온전한 자연 신앙인 게 아니라, 곰팡이 포자로 살아있는 유기체를 숙주로 삼는 전염성 자연의 바이러스로서, 산 사람을 식물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어 가비가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스테판과 눈이 맞아 바렌드와 맞서는 이야기다.
요약하면 이렇지만, 실제 본편 내에서는 작중 인물이 사실상 셋밖에 없고 행동반경이 초가집과 집을 중심으로 한 근처 숲뿐이라서, 여주인공 가비가 곰팡이에 전염된 이후 꿈을 자주 꾸고 환각을 보면서 겪는 신비한 체험에 의존해서 대사 한마디 없이 온갖 상징과 암시를 남발하고 있어서 간단한 내용을 어렵게 꼬아 놓았다.
작중에 나온 버섯 인간들은 곰팡이 포자에 감염된 것으로,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 일행과 직접적인 대치를 이루지 않아서 이들에 의한 위협이 체감이 되지 않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가비와 스테판이 남녀 주인공으로 썸을 타면서 현실과 꿈을 오가며 성적 암시까지 틈만 나면 우겨넣고 있어서, 가비, 스테판, 바렌드 등 세 사람 사이의 불편한 동거가 긴장감을 유발하고 클라이막스 전개는 야반도주하다가 걸려서 파극에 치닫는 것이라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가비와 스테판이 눈이 맞아서 썸을 타는 관계가 됐는데. 바렌드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처럼 묘사돼서 곰팡이 인간의 습격, 곰팡이 전염의 위험성, 곰팡이를 유포하는 가이아의 실체 같은 건 그저 시각 효과를 넣기 위해 들어간 설정적 도구일 뿐.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되지 못했다.
현대 문명 사회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 어쩌고 하면서 포장하기에는, 작중의 배경의 숲속이고. 문명사회인 도시는 에필로그 때 밖에 나오지 않으며, 환경 파괴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가 ‘바렌드’인데 그가 주장하는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결과적으로 바이러스 전파의 자연재해처럼 묘사되니, 메신저가 주인공이 아니라 악역이라서 메시지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다.
흔히, 인류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니 인류를 말살해서 세상을 정화하겠다! 라는 과격한 논리를 펼치며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역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류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의 경고 메시지에요’. 라고 하면 그게 게 납득이 가겠는가.
결론은 평작. 곰팡이 포자의 감염, 변이 과정을 거쳐 산 사람이 살아있는 식물이 되는 CG가 분장이 디테일해서 시각 효과적인 부분은 볼만하지만, 간단한 스토리를 복잡하게 꼬아 놓아 어렵게 만들어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와 거창한 설정에 비해 배경 스케일이 작고, 극적인 맛이 없어서 그럴듯한 비주얼을 스토리가 받쳐주지 못한 작품이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