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이들을 죽일 수 있을까? (Who Can Kill a Child?.1976) 2022년 영화 (미정리)




1976년에 후안 호세 플랜스(Juan José Plans)가 집필한 소설 ‘El juego de los niños(어린이 게임)’를 원작으로 삼아, 같은 해에 스페인에서 ‘나르시소 이바녜스 세라도르’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

내용은 영국인 부부 ‘톰’과 ‘에블린’이 셋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스페인의 외딴 섬으로 휴가차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이 실은 어린아이들이 미쳐서 어른들을 공격하고 살해한 위험한 섬마을이라서, 부부가 어린아이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을 살해하고 그들끼리 모여서 집단을 이루어 살아간다는 내용은,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 ‘옥수수밭의 아이들(Children of the corn)’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는 본작이 옥수수밭의 아이들보다 먼저 나왔다.

옥수수밭의 아이들 원작 소설은 1977년, 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1984년에 나왔고. 본작은 소설과 영화 둘 다 1976년에 나와서 1년 더 빨리 나왔다.

옥수수밭의 아이들은 스스로 목자를 자칭하는 ‘아이작’에 의해 어린아이들이 흑마술의 영향을 받아 어른들을 모두 죽이고 ‘옥수수밭을 걷는 자’라는 이단 신을 섬기는 사이비 교단으로 묘사되고, 어른들은 타락한 존재고 아이들은 순수하니 신의 이름으로 어른을 단죄한 것이라는 이교의 사상을 통해 어른들의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것 등. 배경 설정이 디테일한 반면. 본작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단지, 섬마을에 아이들만 남아 있고. 아이들만 남은 이유가 아이들이 어른들을 공격하고 살해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메인 설정이, 어른들의 다툼과 무관심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쳐, 아이들에게 숨겨져 있던 폭력성이 드러나고 급기야 어른들을 공격하고 살해하여 마을에 아이들만 남아 있는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다.

몽둥이로 내리쳐 피투성이가 된 어른을 거꾸로 묶어 놓고 밑에서 낫을 휘두르며 깔깔거리고 웃는 묘사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작중 어른을 공격하고 살해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똑바로 마주 보면서 시선을 마주치면, 그것만으로도 공격성이 전염되어 어른들을 서슴없이 죽여서 좀비 바이러스 감성에 가깝다.

실제로 작중에 배경이 되는 섬마을에서는 어른들 생존자는 10명 미만이고. 아이들은 수십 명이 넘어가는데, 살아남은 어른들이 방에서 문 걸어 잠그고 버티고 있을 때 아이들이 통나무 들고 와서 문을 두드리는 건 물론이고. 지프차나 배를 타고 도망가려는데 길을 막고 우르르 쫓아오는 것 등. 한편의 좀비물을 방불케 하고 있다.

어른의 뱃속 태아도 공격성이 전염된다는 설정은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픽션이니까 창작의 영역에서 보면 공포 포인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포인트가 됐다.

타이틀인 ‘누가 아이들을 죽일 수 있을까?’가 어른인 주인공이 빌런으로 나오는 아이를 죽여서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덕적인 갈등이 아이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안겨준다.

좀비물 같으면서도 좀비물과 또 다른 게 진짜 오묘한 느낌을 준다. 좀비라면 움직이는 시체니까 아무런 고민 없이 공격해 쓰러트릴 수 있을 텐데. 상대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들이라 어른 생존자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거다.

뒤늦게 섬을 찾아온 스페인 어른 경관들이 아이들한테 습격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 어른 주인공을, 오히려 아이들을 해치는 악당으로 오인해 사살하는데. 그 뒤에 본색을 드러낸 아이들이 경관들을 사살하고 그들이 타고 온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본토로 떠나면서 본토의 아이들에게 공격성을 전염시킬 것이라 선언하는 대사로 마무리 짓는 결말은 멸망을 예고하는 배드 엔딩이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다.

결론은 추천작. 어른을 살해하고 아이들만 남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한 서바이벌 호러물로서, 아이들의 공격성이 전염되는 설정이나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머릿수로 밀어붙이며 압박하는 게 좀비물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주체가 움직이는 시체인 좀비가 아니라 완전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좀비물 같으면서도 좀비물 같지 않은 오묘한 상황 설정에서 찾아오는 긴장감이 상당하며, 꿈도 희망도 없는 배드엔딩이 여운을 안겨주어 컬트 클래식의 반열에 올릴 만한 수작이다.


덧글

  • 시몬벨 2022/04/12 21:28 # 삭제

    근데 쟤네들도 나이먹고 애 낳으면 똑같이 자식들한테 살해당하겠네요
  • 잠뿌리 2022/04/12 21:38 #

    저 작품에선 그걸 아예 성장 안하고 만들었는데 옥수수밭의 아이들에선 아이가 성인이 되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는 설정이 들어갔죠.
  • 블랙하트 2022/04/14 08:03 #

    대놓고 무섭게 나온 포스터와 달리 영화에서는 천진난만한(...) 모습 그대로라 그게 더 공포 요소더군요.
  • 잠뿌리 2022/04/14 17:11 #

    애들이 어른들을 공격하고 죽이는 폭력을 행사할 때조차도 천진난만하게 나오는 게 공포 포인트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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