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이빌 (Beyond Evil.1980) 2022년 영화 (미정리)




1980년에 ‘허브 프리드’ 감독이 만든 공포 영화. 용쟁호투의 ‘로퍼’ 역을 맡았던 ‘존 색슨’이 주인공 ‘래리’ 역으로 나온다.

내용은 미국의 건축가 ‘래리 앤드류스’가 동료들과 함께 필리핀 연안의 작은 섬에 대형 건물을 짓는 공사에 참여해 아내인 ‘바바라’와 함께 현지에서 살 숙소가 마련되기 전까지 호텔에서 묵기로 했는데. 근처에 호텔으로 쓸 만한 곳이 없어 ‘카사 포르투나’라는, 100년 전 식민지 시대 때 미국 영사 부부가 살던 영사관 건물에 살기로 했다가, 바바라가 미국 영사 부인 ‘알마’의 귀신에 씌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이 ‘필리핀’이고, 주인공 부부가 사는 집이나 사건의 중심이 되는 곳이 식민지 시대 때 지어진 미국 영사관 건물이라서, 뭔가 식민지 시대 때 미국이 잘못을 저질러 필리핀 현지인의 저주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본편에서는 필리핀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굳이 배경이 필리핀이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미국 영사 ‘에스테반 마틴’이 바람을 피는 걸 보고, 그의 아내인 ‘알마 마틴’이 분노했는데 그녀가 오컬트에 심취해 있어서 주술을 사용하는 걸 본 에스테반이 두려움에 빠져 알마를 살해하고. 알마는 완전히 죽지 않은 채 귀신이 되어 돌아와 에스테반을 복수해 부부가 서로를 죽였다는 전설이 영사관에 깃들어 있었는데.. 알마의 귀신이 진짜 나타나 바라라한테 씌어서 그녀의 몸을 점점 차지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죽여 참극을 빚는 게 메인 스토리다.

새로 이사간 집에 유령이 출몰하고, 전주인이 실은 죽었다는 비밀이 얽혀 있고, 유령이 산 사람 몸에 빙의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태크 요약을 할 수 있는데. ‘아미티빌의 공포’ 같은 미국 하우스 호러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배경이 미국이 아니라 필리핀이란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바라에 씌인 알마 귀신이 공포의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는데. 눈에서 막 초록 색깔 광선 같은 걸 뿜어서 사람을 주살시키는 거 보면 연출이 너무 유치해서 공포 분위기가 짜게 식는다.

80년대 당시 사람들이 봤을 때는 무서웠을 수도 있는데. 현대인이 보기에는 특수 효과 연출이 너무 구려서 1그램도 무섭지 않다.

거기다 이런 줄거리, 이런 소재라면 바바라의 남편이자 주인공인 ‘래리’가 아내의 변화를 감지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안겨줘야 하는데.. 작중에 벌어진 참사를 직접 겪기는커녕 제대로 감지조차 하지 못한 채, 제3자 마냥 멀리 떨어져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직접 뛰어들기 때문에 주인공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작중 래리가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게, 이삿짐 나르다가 유령의 농간으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후. 천장에서빨간 악마 동상이 뚝 떨어져 거기에 깔려 죽을뻔한 것 밖에 없는데. 이때의 빨간 악마 동상이 진짜 악마가 뒷목 잡고 쓰러질 듯 되게 허접하게 만든 소품이라서 무서운 게 아니라 오히려 웃긴다.

래리가 ‘솔로몬’ 박사를 데리고 집에 가서 엑소시즘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이게 엑소시즘 영화의 그것처럼 제대로 준비를 해서 뭘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무작정 집에 뛰어들어간 것인 데다가, 알마가 바바라의 몸을 점거한 것이. 바바라의 손에서 결혼 반지가 빠진 것을 의미해서, 결혼반지를 도로 끼워서 알마의 영혼과 바바라의 육신을 분리시켜 알마가 힘을 잃어 소멸하게 만드는 전개로 나아가 하이라이트씬을 너무 대충 만들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알마의 영혼이 육체를 점거하지 못해 힘을 잃어 해골 시체로 변해서 사라지는 걸 유독 길게 카메라에 잡는거 보면 감독은 그게 본작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엑소시즘한다며! 엑소시즘 어디갔어?)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필리핀 심령치료 묘사다.

작중에서 ‘솔로몬’ 박사가 병원이 아닌 민가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사람 몸에서 새빨간 덩어리를 적출하고 별도의 봉합 수술 없이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 수술 부위가 아물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1980년대 유행했던 심령치료술이다.

영어로 Psychic surgery(심령 수술)로 표기하고, fourth dimensional surgery(4차원 수술)이라고도 부르는데. 1940년대 필리핀과 브라질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수십 명의 심령 치료술사가 개업을 하게 됐고. 한국에서도 80년대 때, 가수 ‘김수희’가 필리핀 심령치료사 ‘준 라보(Jun Labo)’한테 심령치료를 받아 유방암과 후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해서 한국에 심령수술 열풍이 불어 난치병을 앓는 환자들이 필리핀으로 심령 수술을 받으러 떠나는 일이 발생했고. 1992년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취재에 들어가 ‘기적의 심령술사 준 라보’편으로 방영을 한 바 있다. 국내 방영 당시에 컬쳐 쇼크를 일으켜 그것이 알고 싶다 초창기 레전드편으로 손꼽히고 있다.

맨손으로 환자의 질환 부위에서 암세포를 뽑아내는 것인데, 물리력이 아니라 마법의 힘이라서 아무런 통증 없이, 정확히 암 암덩어리을 끄집어내는 것이고. 수술 부위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즉, 의학이 아닌 마법의 영역인 것이다.

당연하지만 현대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이 많았고, 가짜 피와 동물의 내장 등을 사용해 맨손으로 수술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켜 환자의 병이 다 나았다고 주장하는 유사 의료 사기 행각으로 밝혀졌으며, 병이 나았다고 생각한 환자들은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84년 3월에 희귀 폐암 진단을 받은 영화 배우 ‘앤디 카우프만’이 6주 동안 필리핀을 여행하면서 준 라보한테 심령 수술을 받았고. 준 라보가 암덩어리를 제거했다고 주장해서 카우프만이 그 말을 믿었지만, 같은 해 5월에 전이선 폐암에 의한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본작은 1980년애 개봉한 영화라서 필리핀 심령 치료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였기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고 신비로운 마법의 치료로 묘사했다.

그나마 본래의 심령 치료는 환자의 질환 부위를 절제하지 않는데, 본작에서는 수술용 메스로 절제를 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니, 뭔가 최소한의 물리력이 행사된 것 같다. (근데 마취 없이 수술용 메스로 절제하다니 이 대체 무슨..)

결론은 비추천. 필리핀 무대로 삼아 식민지 시대 때 세워진 미국 영사관에 출몰하는 유령 이야기를 소재로 한 건 그럴듯해 보이지만, 메인 스토리상 필리핀의 중요도가 낮아서 굳이 배경이 필리핀일 이유가 없을 정도고. 유령이 눈에서 녹색 광선을 쏘며 사람 죽이는 연출이 너무 유치해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필리핀 심령사가 등장하는데 제대로 된 퇴마를 벌이기도 전에 허무하게 퇴장시키고, 유령의 최후 씬도 되게 허접하게 만들어 필리핀 심령 치료 묘사만 기억에 남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미국 개봉 당시, 56개 상영관에서 상영됐고 약 25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덧글

  • 블랙하트 2022/04/04 09:54 #

    영화 '맨 온 더 문'에서는 카우프만이 준 라보가 손에 동물 내장을 숨긴것을 발견해 치료가 사기라는 것을 알고 허탈해 하는것으로 나왔었죠.
  • 잠뿌리 2022/04/04 20:42 #

    실제 현실에서는 치료된 걸로 믿었는데 결국 사망했으니 더 비극적인 것 같습니다. 사기 심령 치료의 폐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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