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에 ‘日本ファルコム(니혼 팔콤)’에서 PC-8801, PC-9801, PC엔진 슈퍼 CD-ROM, FM TOWNS, 닌텐도 슈퍼 패미콤, 세가 메가드라이브,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세가 세턴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을, 1996년에 ‘만트라’에서 컨버전하여 ‘삼성 전자’에서 MS-DOS용으로 발매한 작품. 영웅전설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전작에서 파괴신 ‘이그나쟈’를 쓰러트린 ‘세리오스’ 왕자가 파렌 왕국의 국왕으로 즉위하고 ‘디나’ 공주와 결혼한 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셀하사’ 전역에 대지진이 일어나 심각한 피해가 생겨서, 세리오스 왕과 디나 왕비의 아들인 ‘아트라스’ 왕자가 왕위를 계승할 나이인 16살 생일을 앞두고. 부왕 세리오스로부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대지진에 대한 의문 편지를 전달하고 여행을 하고 오라는 명을 받으면서 여행을 떠났다가, 지저 세계를 발견해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전작 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1로부터 20년 후를 다루고 있어서 스토리, 설정, 캐릭터가 이어지며, 전작과 함께 묶어서 영웅전설 시리즈 중 ‘이셀하사’편으로 분류된다. (영웅전설 1, 2가 이셀하사편, 영웅전설 3, 4, 5가 가가브 트릴로지, 그 이후의 영웅전설이 궤적 시리즈다)
게임 사용 키는 전작과 거의 동일한데, 미세하게 바뀐 건 커맨드창을 열 때 ESC키 뿐만이 아니라 CTRL키를 눌러도 되고. 화면 하단에 요슈아, 워프, 주문, 도구, 장비, 전투, 세이브, 로드, 퀵로드 등의 커맨드 아이콘이 상시 표시된다.
스테이터스는 힘, 지혜, 민첩성, 행운, 공격력, 방어력까지는 전작과 표시가 동일한데 ‘주문능력’이 새로 추가됐다.
전작에서 상태 이상 마법의 성공률은 ‘행운’에 기반을 두고 있었는데. 본작에서는 ‘주문능력’에 기반을 두게 됐다.
전작은 마법 이름 뒤에 숫자가 붙어서 그 숫자에 따라 MP 소모율과 주문의 효과가 점점 더 커지게 되어 있었는데. 이번 작에는 그 두 개가 아예 없어졌다.
주문능력이 마법 효과에 직관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됐고. MP의 개념 대신 ‘주문 캡슐’이라고 해서 MP 항목 바로 옆에 캡슐로 표시되는데. 주문을 한 번 사용할 때 캡슐 1개를 소비하며, 캡슐을 회복하려면 자연적으로 시간이 지나거나, MP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MP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주문 캡슐은 총 7개고, 주문을 하나 사용할 때 1개씩 사라지니 공격 마법은 물론이고 회복 마법도 자주 사용할 수 없다. 거기다 사용하는 마법의 수준에 따라서 주문 캡슐의 회복 시간이 달라지니 총체적 난국이다.
공격 마법 중에 이제야 여러 명의 적을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광역기가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문 사용 횟수의 제한적인 환경 때문에 주문의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 때문에 법사 캐릭터는 MP 소모 없이 공격과 함께 마법이 발동하는 지팡이를 장비해서 두드려 패야 하는 게 게임의 기본이 되어 버렸다.
마법을 배우는 게, 전작에선 세계 곳곳에 흩어진 현자 NPC를 찾아서 배우는 것이었는데. 본작에선 그 현자들이 죄다 은퇴하고. 현자들이 가르치는 마법이 주문서의 형태로 보급되어 상점에서 구입하는 방식이 됐는데. 주문서를 1개만 구입해도 그거 가지고 파티원 전원이 마법을 익힐 수 있고. 주문 슬롯이 모자라 주문을 지워도 책을 가지고 있는 한 다시 익힐 수 있는 건 좋은데.. 앞서 말한 마법 사용 횟수 제한 환경 때문에 빛이 바랬다.
배경 설정상 워프 기능이 등록제로 되어 있어서 워프 마법은 아예 사라졌고. 워프 아이템도 이벤트 아이템으로 고정화되어 사용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좀 편해진 부분이다.
문제는 길 찾기 난이도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화면 우측 하단에 표시되는 현재 위치 텍스트가 동서남북 방위랑 같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동굴 안에 들어가면 주인공이 서 있는 위치만 밝게 표시되고 그 이외에 다른 부분은 검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서 ‘횃불’, ‘램프’ 같은 아이템을 사용해 시야를 넓혀서 이동하는 것은 전작과 동일하지만.. 전작은 그게 던전을 대체한 동굴에 한정해서만 그랬는데. 이번 작은 배경이 지저 세계다 보니 일반 필드도 동굴 미로화되어 있어 이게 너무 지랄 맞다.
아무리 워프 기능을 기본 지원한다고 해도, 일단 어느 장소든 간에 한 번 가본 곳만 워프가 가능한 관계로. 동굴 미로를 돌아다니며 워프 포인트 찍는 게 일반화되었기에 절대 피할 수 없다.
미로 구조는 일단 벽에 가까이 붙어 이동해서 위나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입구가 나오긴 해서 맵 디자인 자체가 복잡한 건 아니지만.. 필드가 던전화된 것이라서 넓어도 너무 넓은 데다가, 아이템 소지 개수 제한이 있고. 전투 때 후술할 문제로 돈 드랍율이 낮아서 돈 벌기도 어려운 관계로 던전 탐사의 피로도가 장난 아니게 높다.
이게 후반부에 나오는 미로라면 또 몰라도 전 6장으로 구성된 게임에서, 초반부에 해당하는 2장부터 정신없이 동굴 미로를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니, 여기서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는 유저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가뜩이나 길 찾기도 어려워 죽겠는데 전투의 제약이 생겨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 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가온다.
경험치 입수 보정이란 게 생겨서, 플레이어가 레벨이 오르면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아무리 잡아도 경험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레벨짜리 슬라임을 때려잡다가 플레이어가 3레벨이 되면. 그 직후부터는 슬라임과 백 번 천 번 싸워도 경험치와 돈이 모조리 0이란 거다.
경험치 및 돈 노가다를 하지 못하게 근본적으로 막아 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메인 스토리는 대지진이 발생한 뒤 몬스터가 출몰해서 그 사건을 해결하러 갔다가, 지저 세계를 발견하고. 지저, 지상을 포함한 세계 그 자체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전작의 배경 설정인 판타지 세계 이전에 과학 문명이 발달한 고대 문명을 설정을 더욱 심도 있게 파고 들고 있다.
고대 문명에 살던 고대인들이 냉동 수면에 들어갔다가 깨어났고. 지상인이 숭배하던 신의 존재가 실은 고대인들이 만든 인공위성과 만능 프로그램이었으며, 지저 세계의 제국 황제가 고대 문명의 지식과 병기를 통해 지상 세계 정복을 꿈꾸면서 파국에 치닫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하다.
지상에 한정해서는, 전작으로부터 20년 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전작과 같은 세계관, 배경, 인물을 공유하고 있어서 전작의 인물들에 대한 후일담을 볼 수 있는 것도 꽤 좋았다.
하지만 지상에서의 이야기는 후일담 이상이 되지 못해서 서장, 1장까지만 나오고. 지저 세계가 무대가 되는 2장 이후에는 지상의 이야기 비중이 대폭 줄어들어서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모험이라는 게 말만 그럴듯하다.
스토리 진행상 주인공 일행의 동선도 존나 답답하다.
세리오스 왕 일행을 도우러 쫓아갔다가. 세리오스 왕 일행이 붙잡히자 구출하고. 그 뒤에는 지저 세계의 레지스탕스 소속인 ‘레이시아’가 같이 행동하자니까 민폐 끼치게 싫다며 단독 행동하다가 붙잡힌 거 또 구하러 가고. 마지막에 레지스탕스와 힘을 합쳐 제국을 일제 공격할 때도 레지스탕스 멤버들에 성에 진입할 수 있게 문지기 몬스터 해치우고, 빔 결계 없애려고 동력로 끊어주는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남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어서 주인공 일행의 탈을 쓴 호구 집단 수준이다.
주인공 일행의 뒤치작거리 대모험이다 보니 스토리상 NPC들의 비중과 활약도가 전작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메인 스토리 해결에 기여를 한 인물을 한 손에 꼽아도 남을 정도로 적고. 심지어 전작의 주인공인 세리오스 왕마저도 괜히 나섰다가 사건 해결 못하고 적에게 붙잡혀 인질이 되는 등. 짐짝 취급받는다.
대도 아비게일 1세가 전작과 다르게 이번 작에서는 거의 준 주역급으로 대활약하는 게 인상적일 뿐이다. (미소녀 메이드 밝히는 주책바가지 영감님인 줄 알았는데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하는 일마다 다 대박 터진 슈퍼 인싸였다)
여신 '후레이아'는 엔딩 때 스스로 인류를 위해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로 하면서, 희망의 여신으로 현현해 감성 돋는 대사를 날리며 사라지는데.. 정작 게임 본편에선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도, 대사 한 마디 나온 적도 없어서 독립된 캐릭터로서 주인공 일행과 아무런 관계도, 교감도 나누지 못했기에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결론은 평작. 유저 인터페이스가 매우 좋고 게임 환경이 쾌적해 JRPG 초심자에게 입문용으로 딱 좋았던 전작에 비해 몬스터 사냥 레벨 보정에 의해 레벨 노가다를 하지 못하고, 주문 캡슐에 의한 마법 사용 횟수 제한, 그리고 필드의 던전화로 인해 길찾기가 어려운 문제 등등. 게임 환경의 불편함과 공략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 데다가, 남 뒤치다꺼리하는 스토리 진행 방식이 답답해서 전작의 강점을 많이 깎아 먹어 전작 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지만, 전작의 후일담적인 내용으로 전작 팬에게 충분히 어필하고 있고, 배경의 판타지 세계 속에 숨겨진 SF 고대 문명의 진상이 밝혀지는 메인 스토리가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어 단독 작품으로 보자면 기대 이하지만. 전작과 엮어서 2부작 셋트 구성으로 보면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전작인 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1의 MSX2 버전은 팔콤이 MSX2로 출시한 마지막 게임이 됐는데. 이번 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2는 팔콤이 PC-8801로 출시한 마지막 게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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