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1 (ドラゴンスレイヤー 英雄伝説.1989) 2022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89년에 ‘日本ファルコム(니혼 팔콤)’에서 PC-8801, PC-9801, MSX2, PC 엔진 슈퍼 CD-ROM, FM TOWNS, 닌텐도 슈퍼 패미콤, X68000, 세가 메가 드라이브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을, 1996년에 ‘만트라’에서 PC-9801 버전을 컨버전하고 ‘삼성 전자’에서 MS-DOS판으로 발매한 작품. ‘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로서는 ‘드래곤 슬레이어’, ‘재너두’, ‘로맨시아’, ‘드래슬레 패밀리’, ‘소서리안’에서 이은 6번째 작품이고, ‘영웅전설’ 시리즈로서는 첫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이셀하사’ 세계의 ‘파랜 왕국’에서 어느날 밤 몬스터가 침공해와서 국왕인 ‘아스엘’이 사망하고, 마지막까지 왕을 지켰다는 ‘아크담’이 당시 6살이었던 어린 왕자 ‘세리오스’를 대신하여 섭정이 되고. 세리오스가 16살이 되면 나라를 이어 받기로 하여 ‘엘아스타’ 마을에서 10년 동안 자랐는데. 16살 생일 앞둔 날, 아크담이 보내온 몬스터들에 의해 죽을 뻔하다가 간신히 살아난 뒤. ‘류난’, ‘소니아’, ‘로우’, ‘게일’ 등의 동료들을 모아서 부모님의 원수인 아크담을 처단하고. 사건의 배후에 있는 파괴신 ‘아그니쟈’를 물리쳐 세계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한국에서는 1990년에 나온 MSX2 버전이 잘 알려져 인기를 끌었고, 그로부터 수년 후인 1996년이 되어서야 완전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됐기 때문에 국내 출시가 매우 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매 당시 큰 인기를 누려 이후에도 영웅전설 시리즈 전편이 정식 발매됐다.

게임 조작 방법은 화살표 방향키 or 숫자 방향키로 이동, ESC키(커맨드창 열기 및 취소), ENTER키(선택), SPACE BAR(대화)다. 키보드만 주로 사용하고 마우스는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

본작은 기본적으로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1986)’에 영향을 받았지만, 드래곤 퀘스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유저 편의를 맞춘 요소가 많아서 유저 인터페이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레벨업을 하면 HP와 MP가 곧바로 풀 회복되고. HP가 0으로 떨어져도 죽는 게 아니라 기절한 것으로 처리되어 어떻게든 전투를 끝내고 난 뒤에는 HP 1로 되살아나고. 전투 도중 파티가 전멸 당해도 게임 오버로 이어지지 않고. 마지막에 들린 마을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방금 전의 전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지며. 상태 이상 효과는 전투 중에만 지속되고 전투가 끝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는 데다가, 마을 내 여관의 개념이 없이 민간의 특정한 NPC에게 대화를 걸면 공짜로 잠을 재워주고. 한 번 방문한 마을, 던전 등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워프 기능 탑재까지. 80년대 말에 나온 게임인 걸 감안하면 진짜 시대를 앞서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쾌적한 게임 환경을 자랑한다.

우선 레벨업을 하면 HP와 MP가 곧바로 풀 회복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으며, 자동 전투 기능도 지원하는데 단순히 공격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 사용이나 마법 사용 여부까지 상세하게 설정할 수 있다.

맵은 없지만 화면 우측 하단에 현재 위치를 텍스트로 알려주기 때문에, 게임 진행상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쉬워서 쾌적하다.

월드 맵이나 미니 맵이 상시 표시되지 않지만 화면 우측 하단에 현재 위치를 방위 단위까지 세세히 텍스트로 알려주고. 아이템 중에 ‘요슈야의 눈’, ‘요슈아의 발견’ 같은 것을 사용하면 필드/마을/던전 내에서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한 상세 지도를 한 번에 보여주기 때문에 길 찾기가 쉬운 편이다.

다만, 길 찾기는 쉬운데 전투 엔카운터 확률이 다소 높은 게 쉽지가 않다.

전투 엔카운터가 랜덤 인카운터의 탈을 쓴 심볼 엔카운터다. 보통 상태일 때는 적 몬스터가 보이지 않지만, 발견 아이템이나 마법을 사용하면 필드상의 몬스터 심볼이 상시 표시된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전투가 벌어지는 게. 실은 랜덤 확률에 의한 게 아니라, 필드에 있는 몬스터 심볼이 다가와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다.

필드 이동을 할 때 맵의 구조상 좁은 길이 많이 나오는데. 몬스터 심볼이 밀집되어 있을 때가 있어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상황도 많다.

전투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같이 전방에 적 몬스터만 표시되는 턴제 전투 방식이다.

전투(공격), 주문(마법), 수비(방어), 사용(아이템 사용), 무기(장비 교체), 자동(자동 전투 설정), 능력치(스테이터스 확인), 도망감(전투 이탈) 등의 커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자동 전투를 지원하는데 자동 전투시 공격 주문의 사용 여부와 회복 아이템의 사용 여부 등도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다. 후대의 RPG 게임에서 자동 전투 설정하면 그냥 단순하게 기본 물리 공격만 반복하는 걸 생각해 보면 시대를 앞서간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마법 전투의 응용 방식이 꽤 재미있다. 상태 이상 중 ‘중독’ 상태는 일반적인 독 상태처럼 시간이 지나면 HP가 점차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정해진 턴이 지나면 즉사하는 효과가 있는데. ‘푸아조’를 사용해 상대를 중독시킨 다음, 100% 확률로 적과 아군의 마법을 봉쇄하는 ‘사이레스’를 걸어 상대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면 해독 자체를 못하니 중독 효과로 끝장나 버린다.

‘리파크’는 마법 반사 마법으로 전투 종료까지 적과 아군의 모든 마법을 반사하는 효과가 있어서, 마법 공격을 하는 보스를 상대할 때 그걸 걸고서 물리 공격의 깡데미지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장비 중 ‘지팡이’ 시리즈는 공격력이 매우 떨어지지만, 전투 때 공격을 하면 MP 소모 없이 지팡이에 걸린 마법 효과가 발동해서 이것도 유용하다.

중독, 수면, 기절 등의 상태 이상 효과는 행운 수치가 높으면 성공 확률이 올라가서, 상태 이상 마법과 장비들이 매우 유용하다. 그중에서 ‘성스러운 지팡이(수면 부여)’, ‘은지팡이(기절 부여)’ 등은 비교적 초반에 얻을 수 있는데 후반부까지 유용하다.

장비빨을 상당히 많이 받아서 캐릭터 레벨이 낮아도 값비싼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게임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대로 레벨만 높고 장비가 부실하면 게임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

주인공 파티는 ‘세리오스’, ‘류난’, ‘소니아’, ‘게일’, ‘로우’ 등 총 5명이지만, 이중에 로우가 중간에 이탈하고 끝까지 여정을 함께 하는 최종 멤버는 앞의 4명이다.

세리오스는 밸런스형, 류난은 힘/마법, 소니아는 마법, 로우는 힘/마법 등 각자 특화된 분야가 따로 있지만 마법을 배우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리고 레벨업을 했을 때 능력치 보너스 수정치가 추가되는데. 이걸 수동 설정해서 자유롭게 배분이 가능해 물리 전투, 마법에 취약한 캐릭터도 각각 부족한 능력을 최소한의 구색을 맞게 키울 수 있다.

전형적인 전사 타입인 게일조차도 원한다면 마법 슬롯을 고급 마법으로 꽉 채울 수 있다.

마법은 드래곤 퀘스트처럼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배우는 게 아니고. 게임 진행 도중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현자 NPC’를 찾아내 마법을 배울 수 있다.

마법 슬롯 제한이 있어 배울 수 있는 마법의 수가 한정되어 있지만. 현자 NPC는 어디 다른 곳에 가지 않으니 언제든 마법을 지우거나, 새로 배울 수 있다.

마을 내 상점은 무기점, 도구점, 주점, 교회 등 총 4가지인데. 실제로 자주 이용되는 곳은 무기점, 도구점 정도다. 주점은 기절 상태를 깨우는 ‘럼주’ 아이템을 구입할 때 정도만 이용하고, 교회는 아무런 기능도 없다.

장비, 아이템의 매입은 도구점에서만 가능하다.

도구점에서 팔지 않은 아이템도 꽤 있는데 그건 대부분 몬스터가 드랍하기 때문에 아이템 찾아다니는 잔재미도 있다.

장비 슬롯은 무기/갑옷/방패/악세서리의 4가지로, 이중에 앞의 3가지는 무기점에서 다 구입 가능한 장비들이지만. 악세서리는 ‘반지’ 시리즈로 던전 공략 때 나오는 보물상자에서만 고정적으로 나와서 레어 아이템 취급 받는다. 게임 전체를 통틀어서 몇 개 안 나온다.

메인 스토리는 나라 잃은 왕자 주인공이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나라를 되찾은 뒤, 파괴신을 물리쳐 세상을 구하는 것으로 요약이 가능해서 되게 흔해 빠진 이야기로 볼 수 있는데. 이게 1989년에 나온 게임이라서 발매 시기를 고려하면 흔한 이야기가 아니라 왕도지향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사실 줄거리가 장르의 클리셰로 보여서 그렇지, 메인 스토리의 전개 과정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캐릭터 비중 배분도 잘 되어 있어서 잘 만들었다.

스토리가 장 단위로 구정되어 있는데. 세리오스 왕자가 아크담을 쫓는 과정에서 여러 왕국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각 장별로 동료 중 1명이 비중이 크게 올라가면서 준 주인공급 활약을 하고, 캐릭터 자체가 가진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혀지게 되어 있어 캐릭터 묘사의 밀도가 높다.

주인공 세리오스만 특별한 게 아니라 동료들도 다 특별하고. NPC들 역시 단순히 말을 걸면 대화 로그 몇 개만 보여주거나 퀘스트를 주는 것으로만 퉁-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본편 스토리 내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하고 NPC 각자의 직업, 삶, 인간관계 등이 있으니 진짜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면서 몰입이 매우 잘 된다.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고 세상을 구한 건 세리오스 왕자 일행이지만, NPC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그 대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쓰러트리고’, ‘어떤 물건을 찾아라!’ 여기까지는 서양 RPG도 궤를 같이 하지만, 거기서 ‘누구를 만나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누구에게 어떤 조력을 받느냐’를 추가해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JRPG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엔딩 때 주인공인 세리오스 왕자의 결혼식 때, 게임 내 주요 NPC들이 하객으로 참석한 컷들이 나오는 게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각 장의 보스를 격파해서 그 장의 중심이 되는 왕국을 위기에서 구하면. 다음 장부터는 그 지역 자체에서 몬스터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서, 미처 입수하지 못하고 넘어간 아이템을 구하러 돌아가기도 쉽고 게임 진행 정도에 따른 시간 경과로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해서 한 번 지나온 곳을 다시 가볼만 하다.

세계관이 판타지 배경이지만, 현재의 세계 이전의 고대 문명이 과학이 발달한 문명이었다는 것은 장르의 클리셰라고 볼만 한데. 이게 사실 울티마 같은 서양 RPG 게임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80년대 당시 기준으로 일본식 RPG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라서 신선한 맛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작중 파괴신에게 유일하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전설의 무기인 ‘빛의 검’이 고대 문명의 ‘레이저 광선검’이란 설정이다. ‘스타워즈’에 나온 ‘라이트 세이버’ 같은 거 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게 게임 내 최강의 무기인 ‘빛의 검’이 작중에 레이저 광선검이라는 설정이다.

결론은 추천작. 메인 스토리가 뻔한 것 같아도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캐릭터 비중 배분을 잘했고. 레귤러 멤버 뿐만이 아니라 NPC들도 신경을 많이 써서 스토리에 몰입이 잘되고,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에 게임 환경이 매우 쾌적해서 RPG 게임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한국 PC 게임 시장에서 정통 JRPG의 매력을 일깨워준 명작이다.


덧글

  • 무명병사 2022/03/26 20:39 #

    그야말로 명작이죠. 반전도 확 깼고요. 빛의 검이 레이저 검인 것도 그렇지만, '아득한 고대의 문서'라는 게 아쿠아리움 개장 광고지였다는 게 킬링 포인트였습니다.
  • 잠뿌리 2022/03/27 17:37 #

    엘리베이터 가동 리모콘과 제어판 조종 마스터 키가 고대 문명의 유물로 나온 것도 신선했습니다.
  • Katiusza 2022/03/27 11:17 #

    독창적인 시도같은 거 없이 그냥 왕도를 갔을 뿐인데 그걸 너무 잘 만들어서
    지금도 누가 JRPG는 어떤 장르냐고 물으면 영웅전설을 떠올리며 설명할 거 같음

    판타지인 줄 알았는데 사실 SF였다는 반전이 그때 참 충격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시스템은 드래곤퀘스트를 따라가면서도 세계관은 하이드라이드를 의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 잠뿌리 2022/03/27 17:38 #

    드퀘가 JRPG의 시조라면 영웅전설은 JRPG의 표준 교과서라고 할만함.
  • prohibere 2022/03/27 13:37 #

    조슈아의 눈인가 뭔가 하는게 사실 인공위성 받아오는거 였다거나..아 그건 2에 나오는거였나요.
  • 잠뿌리 2022/03/27 17:39 #

    네. 2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요슈야가 인공위성이라서 요슈아의 눈, 요슈야의 거울 같은 아이템이 인공위성에서 신호 보내온 거 받아서 보는 거라고 언급돼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34627
4285
1022679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