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나이트메어 서커스 (Nightmare Circus.1996) 2022년 메가 드라이브 게임




1996년에 ‘Funcom(펀컴)’에서 개발, ‘TECTOY(테크토이)’에서 세가 제네시스(메가 드라이브)용으로 발매한 횡 스크롤 액션 게임.

내용은 미국 아리조나 사막에서 열린 서커스의 운영자인 ‘제스터’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개장 당일 밤 자신의 서커스에 불을 질렀다가, 사상자가 발생해 살인죄로 기소되어 사형 판결을 받게 되었는데. 사형당하기 직전 제스터 본인이 죽은 뒤에도 서커스 희생자들의 영혼을 영원히 괴롭힐 것이라는 저주의 말을 남긴 뒤. 그로부터 수년 후에 서커스 화재 사건으로 친척을 잃은 아메리카 인디언 ‘레이븐’이 폭풍우 치는 밤이 되면 지옥의 유령 서커스가 나타난다는 제보를 받고 제스터에게 사로잡힌 희생자들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본작의 개발사 ‘펀컴’은 노르웨이의 게임 개발사로 명작 어드벤처 게임 ‘롱기스트 저니’ 시리즈와 ‘코난 엑자일’로 잘 알려진 곳인데. 90년대 당시 세가 제네시스(메가 드라이브)용 게임을 주로 만들던 곳으로, SNK의 ‘사무라이 쇼다운’, ‘아랑전설 스페셜’ 등을 메가 CD(세가 CD)용으로 이식했고 ‘꼬마 유령 캐스퍼’, ‘포카혼타스’, ‘공룡 이야기’ 등의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본작은 본래 1995년 12월 북미 출시 예정이었는데, 게임 개발 완성 단계에서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세가 세턴 등 차세대 콘솔이 나오고 메가 드라이브의 수명이 다해서 세가가 손을 떼는 바람에 공식적으로 제작이 취소됐지만. 1996년 6월에 브라질에서 테크토이를 통해 정식 출시했다.

테크토이는 장난감과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세가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브라질에 세가 콘솔 게임기를 보급해 당시 브라질의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80%의 점유을을 차지했던 곳이다.

패키지는 브라질에서만 발매했고, 북미 쪽에서는 1996년 12월에 세가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 콘텐츠인 ‘Sega Channel(세가 채널)’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출시됐다.

세가 채널은 유료 결재를 하면 콘솔 카트리지 슬롯에 삼입할 전용 어댑터를 받아서 케이블 텔레비전에 연결해, 어댑터에 게임을 다운받아 실행하는 서비스였다.

게임 개발사 이력이나 개발 및 발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뭔가 메가 드라이브 말기에 나온 숨겨진 명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메가 드라이브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쿠소 게임이다.

펀컴은 이 작품을 끝으로 콘솔 시장에서 발을 빼고, PC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3년 후인 1999년에 ‘롱기스트 저니’를 만들었을 정도다.

일단 본작은 게임을 개발하다가 취소된 걸 브라질에서 출시를 한 것이라 게임이 온전하게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성을 위해 다듬는 과정을 지나친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예 플레이어가 게임 내 여러 가지 설정을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Tweaker(투위커) 모드를 지원하고 있는데. 중력, 속도, 적의 출현 확률 등을 조정할 수 있다.

트위커 모드의 사용 여부는 옵션에서 켜기/끄기를 결정할 수 있고. 인게임에서는 타이틀 화면에서 A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스타트 버튼과 모드 버튼(셀렉트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들어갈 수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공격 확장 범위와 데미지 보정, 히트 박스 범위 설정, 게임 레벨별 파워 보정, 대전 모드의 라운드 횟수 조정, 게임 내 물체의 중력 설정, 착륙 내성 수치 설정, C-PSI(초능력) 확장 범위 설정, 보스의 비물질화 지속 시간, 기타 온갖 변수 등을 조정할 수 있다. 트위커 모드의 기본 지원 항목도 많은데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면 지원 기능이 더 많이 해금된다.

이 특정 커맨드는 정확히, 패스워드 방식인데. 타이틀 화면에서 Z < A < ↓ < ↓ < A < 모드(셀렉트) < Z < B < A < Z < A < A < → 순서대로 입력하면 패스워드 입력 화면이 뜨는데 거기다 특정 패스워드를 적는 방식이다. TOTALCONTROL를 입력하면 세부 조정 항목이 추가되고, THELASTLAUGH를 입력하면 씬(장면) 선택 메뉴가 추가된다.

옵션에서 음악, 효과음 켜기/끄기 및 음악, 효과음 테스트를 설정할 수 있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게임 모드를 타이틀 화면이 아닌 옵션에서 골라야 하는 건 좀 이해가 안 간다.

게임 모드는 1 PLAYER(1인용), 2 PLAYER COOPERATIVE(2인용 협력 모드), 1 ON ! COMBAT(일 대 일 대전 모드)를 고를 수 있다.

2P는 레이븐의 쌍둥이 동생 ‘화이트 울프’인데, 쌍둥이라 생긴 게 똑같고 점퍼 색깔이 하얀색인 것만 다르다.

일 대 일 대전 모드에서 플레이어 셀렉트 기본 캐릭터가 레이븐, 화이트 이글. 단 2명 밖에 없고. 게임 본편을 플레이하면서 적을 쓰러트려야 플레이어 셀렉트 목록에서 해금된다.

인간형 잡졸과 보스를 포함한 것으로 총 18명이나 되지만, 앞서 말한 듯 게임 내에서 일일이 다 때려 잡아야 해금되는 관계로 해금시키는 것 자체가 노가다다.

플레이어 셀렉트 화면 중앙ㅇ에 있는 11개의 슬롯은 일 대 일 대전의 배경 스테이지 선택인데. 이것 역시 게임 본편을 플레이해서 해금시켜야 된다.

결국 일 대 일 대전 모드를 온전히 즐기려면 게임 본편을 충분히 진행해야 해서 존나 번거롭다.

게임 조작 방법은 ←, →(좌우 이동), 정면 방향+→→((달리기), ↓(앉기), ↓↓(엎드리기), ↓+←, →(좌우로 기어가기), ↑(점프), A버튼(킥), B버튼(더블 킥=킥+돌려차기 콤비네이션), C버튼(가드), X버튼(펀치), Y버튼(어퍼컷), Z버튼(C-PSI 게이지 있을 때 특수 공격), START 버튼(일시 정지)다.

모든 공격 버튼이 앉기, 서기, 점프에 대응하고 있고, 상대와 가까이 붙으면 펀치는 박치기, 킥은 무릎차기로 바뀌며, 정면을 보고 있을 때 반대 방향으로 이동을 누르며 펀치를 누르면 백 핸드 블로우, 킥을 누르면 뒤차기, 앉은 뒤 앞 방향 이동을 누르면서 펀치를 누르면 엎드린 자세에서 박치기를 할 수 있으며, 사다리를 탔을 때도 펀치, 킥을 날릴 수 있다.

기술의 수가 수십 개가 넘어가지만, 특수 공격을 제외하면 펀치, 킥, 박치기. 단 3가지 기술의 변주곡이라서 쓸데없이 종류만 많고 실속이 없다.

게다가 기본 공격 판정이 대단히 나빠서 명중률이 낮거니와, 타격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액션의 쾌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적의 공격은 비정상적으로 판정이 좋아서, 총알 비슷한 걸 쏘며 원거리 공격을 가해오는 적을 상대하기 너무 어렵다.

그게 눈앞에서 총알이 날아오면 점프해서 피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데. 육안으로 보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 위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히트 박스가 이상할 정도로 커서 맞지 않아야할 공격도 다 맞는 바람에 피격 판정이 거지 같다.

잔기의 개념은 없고 생명력이 다 떨어지면 바로 게임오버 당한다.

이 생명력 표시는 화면 상단에 웅크리고 있는 빨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작중에선 C-PSI라고 부르며, 데미지를 입으면 빨간색 기운이 점점 사라진다.

적을 물리쳤을 때 승천하는 파란 영혼을 입수하면, 빨간 사람의 형상의 양손 위로 푸른색 구체가 나타나는데. 이게 I-PSI라는 초능력 게이지로, 통칭 ‘스피릿 워리어’ 모드가 활성화되어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특수 기술은 각 레벨에 등장하는 보스를 때려잡아야 생긴다.

바꿔 말하면 보스를 쳐 잡지 못하면 특수 기술 자체가 생기지 않아 스피릿 워리어 모드를 활성화시켜도 무용지물이다.

게임 레벨(스테이지)는 총 4개가 나오는데. 서커스 안 풍경의 정면이 보이는 게 ‘카니발’로 분류되는 스테이지 셀렉트 화면이고. 거기서 ‘어뮤즈먼트’, ‘롤러코스트’, ‘라이드스’의 3가지 레벨을 선택해 모두 클리어한 다음. 카니발 한가운데 있는 매표소로 들어간 다음 최종 레벨인 서커스에 돌입할 수 있다.

각각의 스테이지가 진행 방식과 클리어 조건이 다 달라서 그걸 찾아내는 게 존나게 어렵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스테이지 어딘가에 있는 골인 지점에 도착하고. 보스전을 치르는 게 아니다. 어디를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게임의 방향성을 일절 제시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스테이지를 선택하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딱 정해진 것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그 정해진 방법을 무슨 암호처럼 꼭꼭 숨겨져 있어서 보통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구조라서 진짜 지랄 맞다.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는 건 당연하고,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추측조차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보통은, 어딘가 막다른 곳에 도달하면 그 장소를 중심으로 해서 지나온 길을 되짚거나. 혹은 막다른 길 자체에서 뭘 어떻게 해야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것저것해보면서 풀이를 하기 마련인데. 본작은 좌, 우. 또는 상, 하 스크롤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적은 또 무한정 리젠되는 무한루프 배경이 많아서 학을 떼게 만든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 씬에서는 대형 레버를 발로 차서 열차의 방향을 바꿔가면서, 열차 위에 올라타 화면 끝까지 이동하는 걸 반복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한 열차’에 탑승해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특정한 열차라는 게 아무런 표식도 없어서 맞는 열차를 잡아탈 때까지 무한정 뺑뺑이 돌아야 한다.

매표소 씬 같은 경우도, 클리어 조건이 배경에 있는 초 거대한 광대 입간판을 부서서 2명의 보스를 불러내 때려 잡는 것인데. 광대 입간판이 그냥 입간판이 아니라 공사 현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초대형 사이즈인 데다가, 입간판을 패널 단위로 부서야 하고. 그 부수는 방법이 뒤를 돌며 때리는 핸드 블로우로만 가능한 상황에, 2명의 난쟁이 칼잡이 적이 계속 방해를 해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한다.

이건 제작진에 악의를 가지고 만들었다기보다는, 게임 자체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억지로 정식 출시한 것에 대한 예정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

최종 보스인 ‘제스터’는 붉은 악마의 모습을 하고 나오는데. 제스터를 때려잡으면 바닥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제스터가 소멸하고. 불길이 사라진 후에는 주인공 레이븐이 앞으로 달려가 서커스를 빠져나가는데.. 별도의 엔딩 컷 하나 없이 곧바로 엔딩 스텝롤이 올라가서 엔딩까지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엔딩 스텝롤 보면 게임 개발진의 수가 상당히 많고, 게임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게임 개발 완성 단계에서 캔슬당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전부 허장성세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결론은 미묘. 6버튼 컨트롤러 지원에 수십 개가 넘는 액션 기능이 있고, 싱글 플레이 뿐만이 아니라 협동 멀티 플레이와 일 대 일 대전 모드를 지원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내 여러 가지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트위커 모드까지 있는 것 등등. 게임의 구성적인 부분에서 보면 알찬 것 같지만.. 공격의 명중률이 너무 낮고 타격감이 전혀 없어 액션성이 매우 나쁘고, 반대로 피격 판정은 너무 좋아서 레벨 디자인이 거지 같으며, 스테이지 선택은 자유롭지만 클리어 조건은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워서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가리 박고 목까지 땅속에 묻는 수준이라 게임 플레이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없어 전반적인 게임이 만들다가 만, 미완성된 느낌이 다분히 들게 하는 망작이다.

‘재미가 없다. 게임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 게임 자체를 못 만들었다.’ 라는 쿠소 게임의 평가 기준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라는 것까지 추가해 쿠소 게임 평가 기준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수준이라서 오히려 게이머로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한번쯤 해볼 만하다.

메가 드라이브 말기에 개발이 한 번 취소되었다가 브라질에서 겨우 나온 이력이 있어 세상에 알려질 기회가 적어서 그렇지. 세상에 알려질 기회가 있었다면 메가 드라이브 역사상 최악, 최흉의 재앙적 쿠소 게임으로서 악명을 떨쳤을 것 같다. 이 게임에 비하면 그 악명 높은 소드 오브 소단 메가 드라이브판도 다시 보니 선녀처럼 보일 정도다.

보통, 콘솔 게임기란 게 시대가 저물어 황혼을 맞이할 때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는 유성우 같은 게임이 나오기 마련인데. 본작은 그 반대로 메가 드라이브의 황혼기를 깊고 깊은 어둠으로 뒤덮은 문제작일 정도다.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게임인데 기어이 나와 버린, 봉인된 마왕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근데 이런 재앙의 흉작을 만든 게임 개발사가 이후에 롱기스트 저니를 만들면서 화려하게 부활해 지옥과 천국을 넘나든 걸 생각해 보면 진짜 게임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극적인 사례로 손에 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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