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라이트 – 성지 바티칸에서 벌어지는 비밀 의식 (2011) 2023년 서적




2011년에 AP 통신과 인터네이셔널 해럴드 트리뷴의 로마 통신원으로 일하던 ‘매트 바글리오’ 기자가 집필한 논픽션 서적.

내용은 미국 출신의 신부 ‘개리 토마스’가 이탈리아로 건너가 정식 엑소시즘 수업을 받고 엑소시스트가 되는 이야기다.

본작은 2011년에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이 만든,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엑소시즘 영화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의 원작이다.

정확히는, 원작이긴 하나 작품 자체가 픽션인 소설은 아니고. 실존 인물인 ‘개리 토마스’ 신부가 엑소시즘 수업을 받고 엑소시스트로 거듭나는 내용을 리포트 형식으로 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 쪽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광고를 내걸었지만 철저히 픽션으로 제작된 반면. 원작인 본서는 반대로 논픽션이라서 엑소시즘 영화 특유의 자극적이고 과장된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엑소시즘이 메인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작중에 나오는 엑소시즘은 상당히 심심하고 건조하다. 그게 핵심적인 내용이 엑소시즘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되고. 정규 루트를 밟아 수업을 받은 전문 엑소시스트만이 해야 되며, 악마들림 현상 여부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를 하는 것이라 그렇다.

엑소시즘을 통해 악마를 쫓는 게 메인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우선이니 악마의 실존 여부와 그에 대한 대응에 관해서 오컬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오히려 오컬트적으로 해석되는 걸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다.

엑소시즘 수업 자체도 그렇게 디테일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개리 신부가 선배 엑소시스트인 ‘카르미네’ 신부를 만나 그가 엑소시즘하는 걸 참관하면서 보조 신부로서 돕는 게 엑소시즘 관련 수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리 신부의 눈으로 본 엑소시즘 의식을 여과없이 전하고 있는데 그 전체의 약 2/3에 가까운 내용들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그냥 트림하고 기침해서 축성 기도해주고 돌려보냈다는 내용들이고. 영화에 나온 그것처럼 본기도문을 외고 성수를 뿌리며 악마에게 호통을 치는 건 극히 일부분만 짤막하게 나와서 솔직히 바티칸의 비밀의 의식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다소 과장된 것이다.

선과 악, 도덕적 삶에 대한 성찰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쩐다 책소개문에 써 있지만. 작중에선 주인공인 개리 신부가 그런 고민을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엑소시즘은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보다 엑소시즘 의식이 너무 수수해서 내가 엑소시스트 지망한 게 잘한 일일까. 하고 고민하는 내용이 나올 정도다.

작중에 개리 신부가 뭔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고생하는 내용은 그저, 미국인인데 바티칸에 가서 수업을 받다 보니 이탈리어의 언어 장벽 때문에 통역을 구하지 못해 고생했다. 이게 전부다.

근본적으로 개리 신부가 엑소시즘을 주도하지 않으니 극적인 내용이 나올 리가 없고. 그냥 이탈리아에서 먹고 자고 수업 듣고 엑소시즘 참관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 다 되고 나니 엑소시즘 인허가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엑소시즘하는 게 끝이라 뭔가 엑소시스트 직업 훈련소 체험담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인터넷 게시판에 ‘지금부터 내가 엑소시즘 교육받고 온 썰 들려준다’ 딱 이런 느낌이랄까.

엑소시즘 자체보다 개리 신부 본인의 신상 이야기도 너무 많이 해서 좋게 말하면 되게 사실적인데. 안 좋게 말하면 역으로 너무 사실적이라 볼거리가 없다는 거다.

근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그런 부분보다 책 편집 부분에 있다. 책 페이지에 여백이 없이 글자를 꽉 채워 넣어서 좀 읽기 답답한 구석이 있다는 거다. 인물 대사를 묘사, 서술과 칸을 띄어서 나누어 놓지 않고, 가능하면 무조건 한 줄로 다 붙여놓아서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된 소설이지만 책 편집 방식이 한국 도서 같지가 않은 느낌마저 들어 왜 편집을 이렇게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결론은 미묘. 현대에 실존하는 엑소시즘과 엑소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논픽션을 지향하고 있어서 극적인 내용은 전혀 없고. 엑소시즘 자체에 깊이 파고드는 게 아니라, ‘현대 카톨릭의 엑소시즘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을 알려주는 선에서 정식으로 엑소시즘 수업을 받는 신부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호불호가 좀 갈릴만한 작품이다.

엑소시즘의 오컬트 요소에 흥미를 갖고 보면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지만.. 일체의 과장 없이 카톨릭에서 인정하는, 실존하는 현대의 엑소시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작품만한 게 또 없을 것 같다.

한국 성당에서는 구마 의식이 북미 쪽처럼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엑소시스트를 자처해도 전문성이 없고, 한국 현대 교회에서 귀신 방언이라고 귀신을 쫓는 방언 기도를 자처하며 이상한 짓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책이 제대로 된 현대의 카톨릭 엑소시즘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그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발매 당시 책 정가는 12000원인데. 나온지 10년 넘어서 그런지 인터넷 판매 정가가 인하해 6000원 정도로 내려서 중고 도서 값이 덩달아 내려서 알라딘 직배송/우주점 중고 도서 기준으로 3000원 정도한다. 신품은 품절되어 절판된 책이지만 중고 도서 매물이 많아서 구하기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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