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론: 타락한 천사 (1998) 2022년 서적




1998년에 ‘도서 출판 한글’에서 ‘김호식’이 집필한 종교학 서적.

내용은 성서에 나오는 악령과 타천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1장은 서론이고 2장부터 본문이 시작되는데, 2장 ‘악령의 정체와 칭호’, 3장 ‘악령의 본체와 품격’은 내용이 꽤 흥미로웠다.

성서에 나오는 귀신은 본래 영어 표기가 데몬(Demon)인데. 한국에서 성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나올 때 ‘귀신’으로 번역되었고. 그 때문에 한국 무속 신앙에 나오는 귀신과 충돌한다는 해석과 타락한 천사가 실제론 성서에서 타천사로 표기되는 게 아니라 천사로 표기되는 걸 지적하고. 사탄을 따르며 성도의 신앙을 방해하는 천사(타천사)와 무저갱에 갇힌 천사(아자젤의 무리들)을 구분하고, 천사가 인간을 취하여 자손으로 낳은 네피림을 언급하는 것 등등. 분석이 잘 되어 있고 소재를 다루는 폭도 넓어서 읽을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4장 이후부터는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4장 ‘악령들의 활동’은 엑소시즘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지만, 구약 성서에 나오는 왕들이 악령에 사로잡힌 사례를 소개하고. 참된 기독교인은 절대 악령에 씌이지 않고. 욥의 시련이나 사울 왕의 악령 씌임 등. 하나님이 의도할 때만 그런 현상이 발생하며, 인간이 축령술(엑소시즘)을 행하는 것은 악령과 짜고치는 고스톱이란 뉘앙스로 서술하고 있어서 이 부분은 뭔가 좀 생각한 것과 다른 내용이었다.

책 제목만 보면 심도 있게 다룰 것 같았는데 단순히 교인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못 박고 넘어간 느낌이다.

사실 ‘엑소시즘’을 소재로 다루려면 구약성경의 사례로 시작하되 중세와 현대의 사례를 가지고 와서 파고 들어야 하는데. 본작은 중세, 현대의 사례는 1도 나오지 않고 오직 구약 성경의 내용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엑소시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5장은 장 제목이 ‘악령과 마술’이지만 이쪽은 사실 이전에 해온 타천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약 성서에 나오는 마술 행위를 소개하고, 이단잡신이요 우상잡기라고 해서 마술 행위는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난 것으로 절대 용납되지 못한 것이고. 한국의 무속 신앙 역시 성경에서 마술을 쓰는 자들이 악령에게 힘을 받아 위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으니 그릇된 것이라고 가열차게 디스하고 있다.

하지만 타 종교와 무속 신앙을 까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라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마술과 마술을 사용하는 자에 대한 소개를 하는 부분이 읽어볼 만했다.

‘무당’, ‘박수’, ‘진언자’, ‘초혼자’, ‘신접자’, ‘복술자’, ‘요술사’, ‘우상숭배자’, ‘길흉을 말하는 자’ 등으로 그 종류가 꽤 다양하다.

다만 이게 영어식 표기가 아니라 한글식 표기인데 각각의 명칭 뒤에 가로 열고 영어가 아닌 히브리어를 적어놓은 부분이 많아서 영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다.

히브리어 전공자라면 보기 편하겠지만 일반 독자 입장에선 히브리어보단 영어가 그나마 낫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어로 적어놓은 부분도 분명 나오긴 해서 아는 단어가 나오면 반가울 정도다. 예를 들어 ‘길흉을 말하는 자’에 ‘Necromency’를 덧붙인 걸로 봐서 ‘강령술사=네크로맨서’인 것 같다.

확실히 구약성서에 나오는 무당들이 죽은 자의 혼을 불러내서 예지를 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나오는데. 성경 한글 번역문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네크로맨서인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7장 ‘무저갱에 갇힌 악령들’과 8장 ‘악령들의 운명’은 장 제목만 그럴듯하지 실제 본편 내용은 요한계시록과 종말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악령과 타천사의 이야기는 쏙 들어간다.

악령들이 천년동안 무저갱에 갇히는 이야기와 ‘적 그리스도’, ‘거짓 선지자’, ‘아마겟돈’, ‘최후의 심판’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서 요한 계시록 해설이 되어 버렸다.

7년 대환란에 사탄과 거짓 선지자들의 유혹에 맞서는 성도의 저항과 자세, 마음가짐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복음서의 내용과 반대되는 것, 혹은 복음서의 허점을 지적하는 건 모두 악마 같은 짓거리라고 단정하고, 공중재림 휴거와 천년왕국 이야기를 부각시키면서 종말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렇게 종말론에 열을 올리는 건 천주교(성당)보다는 기독교(교회)의 색체가 강한 것인데, 저자 자체가 신부가 아니라 신학교 출신의 박사이자 교회 목사라서 그런 것 같다.

결국은 기승전종말론으로, 기독교의 종말론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악령과 타천사에 관한 이야기로 빌드업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밖에 눈에 띄는 단점은 영어 해석 발음이 되게 어색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번역이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친 게 아니라서 90년대 특유의 콩글리쉬 테이스트가 짙다. (콩글리쉬=한국에서만 쓰이는 틀린 영어 표현)

예를 들어 ‘올림포스’, ‘헤라클레스/허큘리스’ 등을 ‘오림푸스’, ‘헐큐리스’라고 쓰고, ‘엑소시즘’을 ‘엑쏠씨즘’으로 쓰는 것 등등. 요즘 사람들이 보면 되게 적응하기 힘들다.

결론은 미묘. 성경에 나오는 악령과 타천사의 기원과 어원, 그리고 마술 등을 분석한 내용은 흥미롭긴 하지만, 성서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 엑소시즘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나중에 가서는 요한계시록 해설로 엇나가서, 종교 오컬트 서적으로 시작했다가 종말론 분석집이 되어 아쉬운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표지에 나온 온몸에 종기가 난 사람에게 악마가 매질을 하는 그림은 ‘욥과 악마(Job and the Devil)’로 15세기에 나온 ‘인간 구원의 거울(The Mirror of Human Salvation)’에 들어간 삽화로 프랑스 파리 근교의 소도시 ‘샹티이’에 있는 ‘콩데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이다.

덧붙여 본편에서 하나님의 ‘전신 갑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진리의 허리띠’, ‘의의 흉배(흉갑)’, ‘평안의 복음의 신(신발)’,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 ‘성령의 검’, ‘기도와 간구’ 등으로 풀어서 각각의 의미를 알려주는데. 처음 보는 거라서 읽을 만한 내용이었다.


덧글

  • 무명병사 2022/01/27 23:24 #

    기승전종말론이라니 허망하군요. 이게 바로 용두사미?
  • 잠뿌리 2022/01/29 22:48 #

    목사 집필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22/01/28 11:50 #

    이런 게 바로 요한묵시록을 고묘하게 이용해 먹는 속칭 "종말론 이용하기"의 좋은 사례입니다.
  • 잠뿌리 2022/01/29 22:49 #

    한국 기독교는 유난히 요한 계시록 못 잃어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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