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SOFT WORLD=智冠科技(지관과기)’에서 중국 무협 작가 ‘김용’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MS-DOS용으로 만든 어드벤쳐 게임.
내용은 의형제인 ‘곽소천’과 ‘양철심’이 전진교의 ‘구처기’와 친해졌는데 이후 관병의 습격을 받아 곽소천은 죽고. 양철심은 실종되어 두 사람의 부인들만 남겨졌다가, 곽소천의 아내 ‘이평’ 우여곡절 끝에 몽고 지역에 거주하게 되고. 아이를 낳아 이름을 ‘곽청’이라 지었는데. 그로부터 18년 후. ‘강남칠괴’를 사부로 모신 곽청이 중원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래 주인공 이름은 ‘곽정’이지만, 게임에서는 ‘곽청’으로 나오는데 게임판의 오타가 아닌가 싶다)
‘소오강호(국내명: 동방불패)’와 함께 소프트월드표 김용 무협 소설 원작 게임의 초창기 작품이다. 소오강호는 액션 RPG 게임이었는데 본작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게임 조작 방식은 포인트 앤 클릭 게임답게 마수으 하나로 거의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키보드를 사용할 때는 대사 로그를 넘길 때 SPCAE BAR를 누를 때 정도 밖에 없는데 이것도 사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가능하다.
다만, 대사 로그를 빠르게 넘길 때는 SPCAE BAR를 꾹 누르고 있으면 되는데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는 불가능하다.
손 아이콘(상호 작용 오브젝트 활성화), 눈 아이콘(상호 작용 오브젝트 정보 확인), 두 사람 얼굴 아이콘(NPC와 대화), 걷는 사람 아이콘(이동), 빨간 벽돌 아이콘(옵션=속도 조절 및 음량 조절), 빨간 디스켓(세이브/로드/게임 종료)다. 아이콘 밑에 있는 슬롯은 인벤토리 슬롯으로 현재 소지한 아이템이다.
오프닝씬과 나레이션 일부가 음성 지원을 하는데 소오강호, 의천도룡기에서는 짤막하게나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있지만 본작은 애니메이션은 전혀 안 나오고 그냥 자동 진행되는 인게임 화면의 대사 자막에 음성을 지원하는 게 끝이다.
오프닝씬이 ‘곽소천’, ‘양철심’이 ‘구처기’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라서 곽소천, 양철심, 구처기, 포석약, 나레이션까지 5명분의 음성을 지원하지만.. 이게 전문 성우를 기용한 게 아니라 비전문 성우인 데다가,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목소리를 맡아서 되게 어색하다.
소오강호, 의천도룡기보다 음성 대사 분량이 많다고는 하지만. 더빙 퀼리티가 낮아서 차라리 그 두 작품처럼 애니메이션을 넣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게임 본편은 게임 플레이 내에서 게임 진행에 대한 아무런 힌트도 나오지 않아서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확히는, 사조영웅전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이 거기에 해당한다. 바꿔 말해 사조영웅전 원작을 본 사람은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도 사실 직관적이지 못해서 난해하다.
예를 들어 게임 시작했을 때 곽정이 소유한 아이템 중 ‘수건’으로 적토마를 닦아준 뒤 주막에 들어가야 ‘땀 대신 피가 나네?’ 이벤트가 발생해서 다음 진행이 되고. ‘왕처일’이 ‘영지상인’의 기습을 받아 독에 중독되었을 때는. 주막 근처의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를 잘라다가 독에 넣어 응급처치를 하고. 연못가의 꽃을 따면 주막 주인한테 ‘황용’의 편지를 받아서 다음 진행이 가능해진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퍼즐 요소라고 할 만한 부분은, 극 중반부에 구처일의 중독을 풀어줄 해독제 3가지를 찾으러 가는 것과 극 후반부의 도화섬의 미로 정도밖에 없다.
약재 3가지 찾기는 실제 게임 플레이상에서 얻을 수 있는 약재는 ‘영지’, ‘인삼’, ‘혈갈’, ‘칠전’, ‘웅담’의 5개라서 이중 ‘영지’, ‘웅담’ 2개만 거르고 나머지 3개를 챙기는 것인 데다 퍼즐 풀이 해법이 물에 약재를 넣어 하얀색, 녹색이 되면. 남색이 되는 것만 챙기면 되는 것이라 원리만 알면 쉽다. 영지는 하얀색, 인삼은 녹색이라 나머지 3개는 무조건 남색으로 변하는 것이며, 약재를 타서 물 색깔이 변했을 때 약을 한 번 더 타면 물 색깔이 리셋되기 때문에 원칙상으로 최소 2번씩 시도해야 한다.
당시 여기서 게임 진행이 막힌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약재 진열대 왼쪽의 벽면에 약 제조 공식이 적혀 있어서 힌트를 주기 때문 게임 플레이가 불합리한 수준은 아니다.
진짜 불합리한 건 도화섬의 숲길 미로인데. 바깥의 4군데, 안쪽의 4군데를 합쳐 8군데의 통로를 올바른 순서로 이동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 미로라서 진짜 지랄 맞다.
‘팔괘’ 아이템을 숲길 곳곳에 있는 돌로 된 탁자 위에 넣으면 팔괘가 확대되면서 현재 위치를 선으로 표시되지만.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아니라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로 이동 순서가 틀리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와 감으로 때려잡거나, 운에 맡기는 플레이로는 절대 클리어할 수 없다. 정해진 통로 이동 방향을 달달 외워서 똑같이 따라하는 수밖에 없다.
숲미로 안에 들어간 직후부터, ‘좌-상-좌-상-우-우-좌-상-우-상-우-상-좌-상-우-하-우-하-좌-하-우-하-좌-좌-좌-하-우-우-우-하-좌-상-우-우-우-하’. 이 순서로 통로 이동을 해야 한다.
상, 하 통로 이동을 할 때 숲미로 바깥으로 빠져나오면 순서가 틀려서 리셋된 거라서 주의해야 한다.
본편 스토리는 사조영웅전 원작 전체를 다룬 게 아니고, 곽정이 황용과 만나 연인이 되고 도화섬에 가서 황약사의 시험을 통과해 사위로 인정받는 내용까지만 나온다.
‘완안열’, ‘양강’, ‘구양봉’ 등의 악당들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대결을 하기 전에 스토리가 끝나 버리기 때문에 거의 맛보기 수준으로만 나온다.
게임 플레이 내에서 곽정이 ‘홍칠공’에게 ‘황룡십팔장’을 배우고, ‘주백통’을 만나 의형제를 맺은 뒤, ‘호박쌍수’, ‘구음진경’까지 배워서 강자로 우뚝 서긴 하는데. 그 실력을 뽐내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 버리기 때문에 김이 팍 새버린다.
게임 엔딩 메시지가 ‘1부가 끝났습니다. 2부를 기대해주세요.’ 이런 내용의 문구를 적어놓고는, 엔딩 스텝롤 하나 올라가지 않은 채 검은 화면에서 곽정만 움직일 수 있는 디버그 테스트 화면 같은 게 나와서 게임 자체가 미완성된 느낌을 준다.
이 작품 전에 나온 소프트 월드의 무협 게임 ‘소림사여래금강권전기’는 일 대 일 대전 요소가 있어서 처음애는 맨 주먹 싸움만 하다가 나중에 여래금강권을 익히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무공을 습득해 강해지는 게 체감이 됐는데. 본작은 전투 요소가 일절 없고, 스토리상 싸우는 내용은 전부 자동 진행되기 때문에 강해지는 게 체감이 안 된다.
결론은 미묘. 소프트 월드의 소림사여래금강권전기와 의천도룡기 사이에 나온 과도기적인 작품으로, 어드벤처 게임이지만 커맨드가 몇 개 없어서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원작 소설을 접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플레이를 해야하기 때문에 불친절하며, 극 후반부의 미로 탐색 요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 어거지로 쑤셔 넣어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데다가, 대놓고 2부를 예고하며 엔딩 스텝롤조차 올라오지 않은 미완성된 스토리 등등. 게임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지만.. 김용의 사조삼부곡 중 하나인 사조영웅전을 게임화한 건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에 무협 게임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덧글
2. 도화도의 그 지랄맞은 미로는 아마 원작에서 황약사가 제갈량의 팔진도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것을 재현하려다 벌어진 사단이겠군요. 하지만 저거만 뭐라 할 수 없는게 저 시절 게임에서 미로 구성은 합리적이던 불합리적이던 흔한 레벨디자인이었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