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Eternals.2021) 2022년 영화 (미정리)




2021년에 ‘클로이 자오’ 감독이 만든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4 페이즈 작품이다.

내용은 우주의 초월적인 존재인 ‘셀레스티얼’이 ‘올림피아 행성’에 살던 ‘이터널스’를 지구로 파견해 ‘데비안츠’로부터 태초의 지구 인류를 지키는 지구의 수호자가 되게 했는데. 그로부터 수천년의 시간이 지나 21세기 현대에 이르러 데비안츠가 다시 부활해 이터널스 멤버들이 다시 모여 그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마블 코믹스에서 1976년에 발표한 ‘이터널스’를 원작으로 삼아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작품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이 조금 넘어서 상당히 긴데도 불구하고, 이터널스 멤버들이 재회해서 한 팀으로 뭉치는 과정의 이야기가 1시간 넘게 나와서 너무 많은 분량을 소비하고 있다.

이건 ‘어벤저스’나 ‘저스티스 리그’도 마찬가지지만, 그 작품들은 멤버들의 단독 주연 솔로 무비가 등장하거나, 혹은 솔로 무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멤버의 영화에 얼굴을 비추면서 눈도장을 찍는데. 본작은 그동안 나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그 어떤 작품과도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시리즈물로서 첫 번째 작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진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티가 팍팍 난다.

슈퍼 히어로의 팀워크 무비라고는 해도, 어벤져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이어인맨’.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팀의 리더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비해. 본작은 스토리의 중심을 이루는 리더급 캐릭터가 없다. 명목상의 리더는 있지만 극 전개상 거의 등 떠밀리디다 싶이 리더가 된 것이라서,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할 캐릭터가 없는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수는 팀워크 무비라고 쓸데없이 많고. 모두 다 첫 등장이다 보니 너도나도 비중을 가다 보니 이게 결과적으로 주인공 캐릭터의 부재로 이어지고. 또 극 전개상 팀워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팀워크 무비의 의미조차 퇴색된다.

공동의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데 내분 요소를 추가해서 자중지란을 일으켜 팀워크 무비로서는 매우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다.

‘시빌 워’는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 진영과 아이언맨의 진영을 나누어 갈등을 빚었고, 그 내분이 극적 반전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가히 작품의 하이라이트씬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라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전개라서 비교할 수가 없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의 부활 씬도 어찌 보면 내분 요소라고 할 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슈퍼맨이 제정신을 차리고 막판에 대활약해서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기에 팀워크 무비로서의 아이덴티를 상실한 건 아닌데. 본작은 내분이 생겨 사이가 벌어진 걸 제대로 봉합하지 않은 채 애매하게 끝내버려서 팀워크 무비라고 보기 좀 어려울 정도다.

캐릭터 개별적인 이야기를 봐도,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서사는 죄다 스킵하고 넘어가면서 과거 회상만 줄기차게 하면서 중요한 내용을 설명 대사로 퉁치고 넘어가 뭔가 되게 부실하다.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라 관객들은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데, 극중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아는 걸 수군거리는 느낌이다. 등장 인물이 죽어서 비장하고 슬픈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게 작중 인물 설정으로는 서로 알고 지낸지 수천년이 지난 가족 같은 존재다 어쩐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본지 30분도 채 안 된 캐릭터들 죽는 거 보고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거다.

어벤져스 이전 작과 아이언맨 시리즈를 한편도 보지 않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딱 한편만 보고서 마지막에 아이언맨 죽는 걸 보는 기분일 것 같다.

근데 어처구니없는 건 스토리의 개연성을 날려 버리고 감정에 호소하는 극 진행을 계속 반복하고 있어서 감정 이입을 강요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는 거다.

멤버들을 찾아다니며 팀 재결성을 권할 때마다 현재의 삶 때문에 거절하는데. 주변 인묻들이 나서서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이터널스 동료들과 함께 싸우세요! 라고 등 떠미는 전개가 계속 나오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만나자마자 1분 만에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다며 튕기더니 그 뒤로 5분도 채 안 돼서 주변 인물이 등 떠민다고 다시 한팀이 되겠어! 이러고 앉아 있으니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캐릭터와의 유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메인 스토리는 이터널스 멤버들의 탄생 비화와 거기에 숨겨진 진실, 초월자인 셀레스티얼과의 관계 등은 흥미롭기는 하나. 셀레스티얼 관련 설정이 워낙 커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기존의 작품들이 가진 배경 스케일을 하찮게 보이게 할 정도라서 유니버스 작품으론 마이너스 작용을 하고. 이터널스가 지구의 수호자란 거창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그 슈퍼파워가 엄청 강력하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라서 설정 대비 파워 밸런스도 매우 나쁘다.

설정만 보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우주 창세 신화를 다시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지구 인류에게 신으로 추앙 받던 이터널스 멤버들의 능력은 신화급 레벨이 아니고. 딱 ‘엑스맨’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메인 스토리의 핵심적인 내용이 ‘지구 인류를 새로운 우주의 탄생을 막아서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가?’일 텐데. 영화 본편 스토리의 약 3/4 동안 캐릭터 소개하고, 캐릭터 합류하는데 할애하고 있어서 그 중요한 물음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스토리상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가정을 이루고 있는 멤버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지구와 지구인에 대한 애착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데.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싸우니 어리둥절하다.

이게 본래대로라면 각 멤버들이 지구에 터를 잡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구와 지구의 인간을 지켜야 할 이유를 찾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본작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터널스 멤버들은 영화 내내 자기들 이야기하느라 바빠서 인간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데.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뚱 맞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터널스의 리더가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인간들이 타노스랑 싸울 때 지켜보기만 했는데. 인간들이 존니 열심히 싸우는 거 보니 지구를 멸망의 위기로부터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대사로 후려치고 넘어가는데. 아니, 무슨 겨우 이따위 대사 하나로 인간찬가가 완성되겠냐고.

영화 1/3은 동료 찾고, 2/3은 동료끼리 갈등 빚고, 3/3은 동료끼리 박터지게 싸우는데. 이 어디에 지구 인류의 수호자가 인간을 지키니마네 하는 이야기가 끼어들 여지게 있겠냐는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인간이 문명의 발전과 함께 전쟁을 해서 서로 죽고 죽인다는 부정적인 묘사만 나오지.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긍정적인 묘사는 1도 없으면서 인류 수호 드립을 치는 게 황당무계하다.

액션 쪽은 앞서 말한 작중 인물들의 슈퍼 파워 묘사가 거창한 설정에 비해 허접해서 보는 맛이 없고, 액션의 비중 자체도 매우 낮아서 액션 영화라는 태그를 넣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트레일러에 나온 액션씬이 본작의 액션씬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액션 분량이 처참하게 적다.

이터널스의 적인 ‘데비안츠’도 설정은 무슨 지구 최상의 포식자로 인류의 적인데 머리 숫자는 한참 적고 내분 요소 때문에 메인 빌런의 위치가 뒤바뀌어 데비안츠 자체가 쩌리화돼서 어벤져스의 ‘치타우리’만도 못하다.

가장 큰 피해자가 데비안츠의 리더 ‘크로’인데 이터널스 멤버들을 죽이고 그 능력을 흡수해 초진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터널스의 숙적처럼 묘사되더니, 내분 요소 때문에 메인 빌런의 위치가 뒤바뀌어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다가 허망한 최후를 맞이해 빌런으로서의 빌드업이 무가치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터널스의 슈퍼 파워 묘사가 허접하니 맞서 싸워야 할 적들도 허접한 게 묘하게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게 됐지만 태초의 지구 인류, 수호자, 신이 어쩌고 야부리 터는 설정에 비해 진짜 별거 없어서 빛 좋은 개살구조차 되지 못했다.

그밖에 쿠키 영상조차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다른 작품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본작만의 후속작 떡밥이고. 쿠키 영상에 나온 캐릭터도 마블 골수팬이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진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흥미를 짜게 식게 만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 작품을 통틀어서 보면 이만큼 다른 작품과 철저하게 선을 그어 독립성을 주장하는 작품은 처음 보는데. 이게 마블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기보다는 마블 영화가 아닌데 마블 영화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영화 같은 느낌이다.

이 작품이 가진 의의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마블 영화의 리즈 시절이 천년만년 지속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과 기존에 나온 마블 영화 중 기대에 못 미쳐 졸작, 망작 소리 듣던 작품들도 다시 보니 선녀 같이 보이는 효과, 그리고 마블 영화가 폭망했으니 DC 영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라고 DC 팬들이 희망 회로를 돌릴 수 있는 것 정도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이지만, 기존에 나온 작품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독립적인 작품이라서 스토리, 캐릭터, 설정 등을 모두 새롭게 만들었는데. 각각의 캐릭터 서사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 머리 숫자만 쓸데없이 많이 넣어서 캐릭터 소개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서 메인 스토리가 부실해졌고. 액션 비중이 너무 낮아서 액션 장르의 정체성을 상실했으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우주 창세 신화를 쓴 거창한 배경 스케일에 비해 작중 인물의 슈퍼 파워 묘사가 설정 대비로 볼 때 너무 허접해서 비주얼적인 매력도 없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오점으로 남을 만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작중 히로시마 원폭 사건에 대해 전범국인 일본을 피해자로 묘사하는 역사 왜곡 내용이 나와서 논란이 됐다. 각본가가 인터뷰에 아예 대놓고 히로시마 장면이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실패를 자행한 순간이라며 의도하고 넣은 장면이라고 말했다.

각본가인 ‘카즈 피르포’가 풀네임이 ‘매튜 카즈오 피르포’로 일본, 미국 혼혈인데. 일본계 미국인 각본가라서 그런 걸 넣었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계 미국인 각본가의 역사 왜곡이라고 까이고, 중국에서는 중국계 감독 작품인데 난징대학살이나 마루타 731부대 같은 건 언급 없이 일본을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로 묘사한다고 까이고 있다.

이 역사 왜곡 논란 때문에 박한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건 사실 의식하지 않고 보면 나온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갈 만큼 극히 짧은 부분이라서 영화 전체의 평가로 직결되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게 만들지 못한 작품이라서 혹평을 받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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