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 (釈迦.1961) 2022년 영화 (미정리)




1961년에 ‘다이에이’에서 ‘미스미 켄지’ 감독이 만든 불교 영화. 미스미 켄지 감독은 ‘자토이치’, ‘검’, ‘아들을 동반한 검객’ 등의 챤바라(칼싸움) 영화로 유명해서 ‘쿠엔틴 타란티노’, ‘샘 레이미’ 등 서양 감독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보통, ‘부처/석가/붓다’하면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붓다’를 떠올릴 텐데. 만화 붓다는 1972년에 나왔고 본작은 1961년에 나와서 11년 먼저 나왔다. 본작을 만든 다이에이 영화사는 ‘라쇼몬(1950)’, ‘우게츠 이야기(1953)’, ‘신 헤이케 이야기(1955)’, ‘대마신(1966)’ 등등 일본 사극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내용은 부처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다.

미국에서 ‘벤허(1959)’, ‘스파타커스(1960)’ 등의 70mm 필름으로 제작된 블록 버스터 사극이 대히트를 치고, 같은 해인 일본에서 1960년에 TV의 컬러 방송이 시작되어 TV 시대를 맞이하여 일본 영화계의 블록버스터 사극이란 기획 하에 만들어져 석가탄신일에 맞춰 개봉했다.

당시 7억엔이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 영화계, 연극계, 가부키계의 유명 배우들을 총 출동시켜 초호화 캐스팅을 이루면서 일본 최초의 70mm 필름으로 제작됐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인도라서, 배우 자체는 일본인이지만 등장인물의 복색과 배경 세트장은 전부 인도풍이다.

본편 내용은 요약하면 부처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본편 내에서는 부처의 행적 자체가 전체의 약 1/3 정도 밖에 나오지 않고. 나머지 2/3은 부처와 관계가 있는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부처에 관한 일화로 다루고 있다.

작중 부처가 온전히 주인공으로 나오는 내용은 탄생 비화와 궁중에서의 왕족 생활, 출가 후 보리수 아래서 명상에 들어가 ‘마라’에게 방해를 받지만 끝내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된 부분까지다.

부처의 깨달음 과정에서 비주얼적으로 사실 가장 임팩트가 컸어야 할 부분은 마라와 갈등을 빚는 내용이라고. 본작에선 그 부분을 뭔가 화려한 듯 보이면서도 되게 간략하게 넘어가서 부처와 마라의 갈등 관계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마라의 딸들이 나타나 유혹하는 씬은 인도 복장하고 나타나서 춤추면서 추파 던지다가 끝나고, 마라가 마군을 이끌고 나와 공격하는 장면도 색깔별 컬러 타이즈 입고 나온 사람들이 창과 칼 등을 던지니까 무슨‘ 테트라칸’이라도 사용한 것 마냥 물리 무효 실드로 캔슬되더니 그걸로 VS 마라전이 완전 끝나 버린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뒤에는 오히려 출현 분량이 대폭 줄어들어서 이후에 나오는 각 인물의 이야기에서 실루엣으로만 등장한다.

귀자모신의 이야기까지는 그래도 불교 설화로 전해지는 걸 구현한 것인데. 그 뒤에 나오는 ‘데바닷타’와 ‘아지투사타’ 왕자 이야기는 오리지날로 각색했고 이게 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게 일단, ‘데바닷타’가 부처의 제자가 아니라, 싯다르타 왕자 시절부터의 라이벌로 등장하여 ‘아쇼다라’ 공주를 사이에 둔 연적이었는데. 싯다르타 왕자의 출가 후 홀로 남은 아쇼다라 공주를 겁간하여 그녀가 자결을 하게 만들고, 이후에는 인도의 고승 ‘슈라’에게 신통력을 익히고. ‘인드라’의 신전을 건축하며, 불교도를 박해하고 처형하다가, 부처의 분노를 사서 산채로 지옥에 떨어질 뻔하다가 용서를 구해 간신히 살아난다.

데바닷타가 아쇼다라 공주를 겁간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해서, 본작의 촬영 당시 ‘인도’, ‘스리랑카’, ‘버마’, ‘태국’, ‘파키스탄’, ‘라오스’ 등등. 불교 국가에 로케이션 촬영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해당 국가들에게 부처를 더럽히고 불교를 모욕했다는 항의를 받고 해외 촬영이 무산됐다. (아니, 사실 인드라신 석상, 신전 무너지는 씬이 나오는데 인도 로케이션 촬영을 기획한 것 자체가 이미...)

이 정신 나간 내용이 각본가의 후일담에 의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절망을 극복하고 관용과 자비의 정신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이러는데, 이게 근본적으로 NTR(네토라레)가 깨달음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것부터다 미친 설정이고. 실제 본편 내용에서도 부처는 출가를 한 이후에는 아쇼다라 공주에 대해 전혀 언급도, 생각도 하지 않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드라의 신전을 건축하면서 불교도 박해의 정점을 찍어 불교도를 불구덩이에 던져 넣다가, 부처의 분노를 사서 지진이 일어나 인드라신의 석상과 신전이 무너져 내리는 내용은 불교가 아니라 기독교 세계관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근데 그렇다고 자비와 관용이 없는 건 또 아닌 게. 데바닷타의 최후는 또 원전과 다르게 묘사해서 그렇다.

작중 데바닷타는 지진에 의해 갈라진 땅속에 떨어져 죽을 뻔하다가 눈물로 참회하며 용서를 구해 부처가 거미줄을 내려주어 구명해주어 무사히 살아난 뒤. 이후 부처의 입적 직전에 열린 설법에 참여한다.

이건 불교 설화의 ‘칸다타’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본래 원전에서는 ‘칸다타’라는 악인이 악한 일을 많이 했지만 생전에 거미를 밟지 않은 작은 선행을 쌓아 지옥에 떨어졌을 때 거미줄을 타고 탈출할 기회를 얻지만.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줄을 타고 따라 올라오는 죄인들을 걷어찼다가 거미줄이 끊어져 다시 지옥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헌데 본작에선 데바닷타가 거미줄을 타고 무사히 올라가 살아남고. 라스트 씬에서 부처의 설법을 들으러 오니 칸다타 이야기 원전은 물론이고, 데바닷타의 이야기 자체도 원전에서 독 묻은 손톱으로 부처를 암살하려다가 산채로 지옥에 떨어진 결말과 다르다.

앞에서는 부처가 진노하여 지진을 일으키더니, 뒤에서는 분노가 자비를 베풀어 악인을 살려주는 전개가 너무 온도 차가 큰데. 이 부분은 추측하자면 밀교의 분노존적인 해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론은 미묘. 60년대 당시 거액의 제작비에 호화 캐스팅, 70mm 필름 촬영 기법 등등. 영상적인 부분은 당시 기준에서 블록버스터 사극을 자처할 만 하지만, 부처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인데 부처에 집중하지 않고, 부처의 주변 인물 이야기에 집중해서 주객전도됐고, 데바닷타가 야쇼다라 공주를 겁간하고, 힌두교가 불교도를 박해하는 오리지날 내용들이 불교 세계관과 맞지 않아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겉보기에만 화려하고 속은 충실하지 못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벤허의 영향을 받고 나온 영화인데, 한국에서는 이 작품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석가모니’가 1964년에 개봉한 바 있다.

일본판 석가는 러닝 타임이 무려 157분으로 2시간 30분 가까이 되는 반면. 한국판 석가모니는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 정도로 부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판은 나름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사극으로 개봉 당시 일본 영화제에서 영상 기술 부분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반면. 한국판은 완전 괴작 취급받고 있다.


덧글

  • rumic71 2021/12/05 13:35 # 답글

    다이에이 사장이 독실한 불교도인데, 종파가 좀 미묘한걸로 압니다.
  • 잠뿌리 2021/12/09 20:41 #

    힌두교 신상, 신전을 지진으로 무너트리는거 보면 정통 종파는 아닌 느낌이었습니다.
  • 잠본이 2021/12/06 13:34 # 답글

    테즈카의 붓다는 저거에 비하면 그나마 준수하게 각색한 편이었군요(...) 아쇼다라가 뭔 죄여
  • 잠뿌리 2021/12/09 20:41 #

    만화판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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