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진만찬 (凌晨晚餐.1987) 2022년 영화 (미정리)




1987년에 ‘왕종’ 감독이 만든 홍콩산 흡혈귀 영화. ‘정칙사’가 주연을 맡았다. 영제는 ‘Vampire’s Breakfast’. 한국에서는 원제인 ‘능진만찬’으로 비디오 출시됐다.

내용은 마을에서 밤만 되면 여자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목에 이빨 구멍이 난 시체로 발견되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해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쪽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걸 경계하고 있는데. 사진 기자 ‘비표’가 기삿거리가 될 거라 생각하고 사건을 조사하던 중. 마을에서 버려진 사원에 숨어 사는 좀비 흡혈귀의 소행이란 걸 밝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80년대 홍콩 영화계는 ‘강시선생’의 히트와 함께 강시 영화가 범람했는데. 본작은 강시의 ‘강’자도 찾아볼 수 없는 흡혈귀 영화라서 오히려 좀 이색적이다.

흡혈귀 영화 자체야 호러 영화 쪽에서 메이저한 장르니까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건 서양 기준에서 그렇고, 홍콩 영화 중에서 흡혈귀 영화는 보기 드문 것이다.

근데 사실 이게 정통 흡혈귀 영화라고 보기 좀 애매한 구석도 좀 있다.

십자가, 마늘, 태양빛에 약하고 사람의 목을 물어 피를 빨아먹어 피해자의 목에 송곳니 자국이 있는 건 기존의 흡혈귀와 동일하지만. 부패한 시체와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고 사람의 말을하기는 커녕 최소한의 지성조차 없이 오로지 흡혈에만 매달리는 무지성 언데드 몬스터로 묘사되고 있어 좀비 같은 느낌을 준다.

정확히는, 흡혈귀의 특성을 가진 좀비라서 좀비 흡혈귀로 요약이 가능할 정도다.

무엇보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이 단순히 피를 빨려 죽기만 하지, 또 다른 흡혈귀로 부활하지는 않아서 뭔가 좀 흡혈귀가 가진 공포 포인트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친 기분이다.

흡혈귀의 무서움은, 단순히 특정한 방법에 의해서만 죽고 사람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라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괴물의 정체를 숨기고 사람 행세를 하면서,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면서 어느 순간 돌변해 와락 덤벼들고. 흡혈 당한 사람이 또 다른 흡혈귀가 돼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인데. 그걸 다 빼놓고 보니 뭔가 팥 없는 붕어빵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하이라이트 씬 때 흡혈귀가 목이 잘렸는데. 그 시점에서 절명하지 않고 잘린 목과 몸통이 각각 따로 움직여 최후의 저항을 하는 것 정도다.

흡혈귀 퇴치법 중에 하나가 머리를 자르는 것인데. 본작에서는 머리를 잘리고도 움직여서 흡혈귀물의 관점에서 보면 꽤 신선했다. 이게 나름대로 본작에서 밀어주는 장면이기라도 한 듯, 영화 포스터 중 일부에서는 흡혈귀의 머리 없는 몸통이 떡하니 그려지기도 했다.

흡혈귀를 떠나서 주인공 일행과 주변 인물을 놓고 보면, 좀 캐릭터 설정이나 묘사, 스토리가 많이 심심한 편이다.

일단, 강시 영화와 다르게 개그 색체가 옅은 편인데. 그렇다고 공포에 특화된 것도 아니라서 되게 어중간하다.

흡혈귀가 히로인을 노리는 건 극 후반부의 일이라서 그 전까지는 흡혈귀가 주인공 일행을 직접적으로 노리지 않고. 주인공 일행이 흡혈귀의 행적을 쫓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흡혈귀과 직접 대면하는 씬이 생각보다 적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흡혈귀 사건의 목격자인 히로인과 썸타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흡혈귀 사건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어울리지도 않는 로맨스를 쑤셔 넣은 느낌이라 극 전개가 재미없다.

캐릭터 간의 갈등도 주인공 VS 흡혈귀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사진 기자인 주인공과 경찰의 갈등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서 핀포인트가 어긋났다.

모처럼 흡혈귀가 나오니, 흡혈귀 사냥꾼이나 신부라도 나왔다면 또 모르겠는데. 사진 기자, 좀도둑, 경찰 같이 흡혈귀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나오니, 흡혈귀 자리에 인간 범죄자나 살인마를 집어넣어도 내용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라 굳이 흡혈귀가 들어갈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 정도다.

결론은 평작. 80년대 홍콩 영화 중에 흡혈귀물은 보기 드문 것이라 유니크한 점이 있지만, 흡혈귀의 설정과 묘사가 흡혈귀의 특성을 가진 좀비처럼 그려져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했고, 메인 소재가 흡혈귀인데 본편 스토리는 흡혈귀보다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서 뭔가 좀 여러 가지 부분에서 핀포인트가 벗어난 작품이다.


덧글

  • 먹통XKim 2022/02/11 23:05 #

    비디오로 가지고 있는데 아직껏 못 본;;
  • 잠뿌리 2022/02/14 02:10 #

    홍콩산 흡혈귀 영화라 특이하긴 해서 한번쯤은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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