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5] 워크래프트 어드벤처: 부족의 지도자 (Warcraft Adventures: Lord of the Clans.1998) 2021년 게임(카테고리 미정리)




1998년에 ‘Animation Magic’에서 개발, ‘Blizzard Entertainment’에서 Windows 95용으로 발매를 하려고 했다가 취소된 어드벤처 게임.

내용은 오크족의 ‘듀로탄’ 부부가 오크 자객들에게 살해 당하고 갓난아기 ‘스랄’만 홀로 남겨졌다가, 오크 포로 수용소 ‘던홀드’ 요새의 주인인 ‘’에델라스 블랙무어‘가 스랄을 주워다 키우게 되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장성한 스랄이 던홀드 요새를 탈출해 아제로스를 탐험하면서 오크들을 규합하고 드래곤의 협력을 얻어 던홀드 요새를 함락시키는 이야기다.

본작은 199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998년에 발매 예정이었고. 당시 워크래프트 세계관으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다는 사실이 세간의 화제로 대단한 주목을 받으며 기대를 한 몸에 모았지만 결국 발매가 취소되었지만. 본작의 개발사인 ‘애니메이션 매직’이 러시아계 개발사라서 2010년에 러시아쪽에서 러시아 게임 개발자에 의해 유출이 되고, 2016년에는 러시아 블리자드 유저가 익명의 제3자에게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버전을 받아서 유포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게임 그래픽은 루카스 아츠의 ‘원숭이 섬의 비밀 3(1997)’와 같은 2D 애니메이션풍인데. 게임 조작 방식은 90년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 스타일이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꾹 누르면 아이콘창이 뜨는데 좌측의 외눈박이 해골 아이콘은 ‘보기’, 우측의 이빨 해골 아이콘은 ‘말하기’, 하단의 손아귀 아이콘은 ‘아이템 줍기/사용’ 등의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화면 좌측 상단 끝의 ‘스크롤’을 클릭하면 책(세이브/로드/게임 종료)‘ 아이콘과 아이템 인벤토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1개 이상의 아이템을 합성할 때는 인벤토리창 내에서 아이템을 클릭한 후 합성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드래그하면 된다.

게임 플레이 내에 퍼즐 요소가 전혀 없고, 타이밍을 요구하는 건 딱 한 번 밖에 없는데 그것도 사실 타이밍 맞추기 굉장히 쉬우며, 게임오버 요소 자체도 없어서 게임 난이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플레이 진행 구간별로 그 지역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에 만들어놔서 이미 한 번 갔던 곳을 되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일이 많아서 되게 불편하다.

예를 들어 설산 지역의 오크 전사가 웬딩고와 분전을 벌이고 있을 때, 오크 전사를 돕기 위해 횃불이 필요한데. 그거 하나 만들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설산에서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죽은 카라스의 배낭에 있는 넝마를 꺼내다 둘둘 말은 다음. 던홀드로 돌아가 노움 발명소 입구에 있는 엔진에서 새고 있는 오일에 넝마를 적신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다시 설산 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역과 지역 사이를 이동하는 게 커맨드 선택 한 번에 가능하면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았을 텐데. 고블린 비행정의 로프 사다리를 클릭해야 월드맵에서 지역 이동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지역 단위로 이동을 한 다음에, 그 지역의 맵에서 마우스 커서로 클릭해 이동해야하는 곳이 있어서 진짜 뭐 별거 하는 것도 없는데 게임 진행이 너무 늘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설산 지역에서는 비행정 착지 지점에서 비탈길에 ‘방패’를 사용해서 서핑 보드처럼 눈길을 타고 내려가야 하고. 그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컷도 따로 있는데.. 스킵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지역 간의 이동을 할 때 이걸 계속 되풀이해야 한다.

주인공은 ‘스랄’인데. 이게 지금 현재의 ‘스랄’과 이미지가 좀 많이 다르다. 일단, 이 작품은 워크래프트 2의 확장팩이 발매된 1996년에 개발을 시작해 1998년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다. 워크래프트 소설판과 워크래프트 3에서의 스랄 이미지가 구축되기 전에 나온 것이다.

오크 족장의 아들이지만 부모님이 살해 당하고 인간의 손에 주워져 인간의 손에서 자란 오크 노예였다가, 감옥을 탈출해 오크 부족을 규합하여 인간과 맞선다는 내용은 이후에 나온 워크래프트 3와 동일하지만.. 본작은 장르가 어드벤처 게임이고. 비장한 서사시 같은 백 스토리와 달리 실제 게임 내에서는 스랄의 코믹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배경만 존나 진지하지, 게임 분위기 자체는 판타지 코믹 어드벤처에 가깝다. 아무래도 콕텔비전의 고블린 시리즈를 벤처마킹한 것 같다.

문제는 고블린 시리즈는 본래 세계관 자체가 코믹하기 때문에 코믹 판타지라는 장르에 최적화된 캐릭터 및 스토리가 나온 반면. 워크래프트는 그런 코미디와 거리가 먼 게임이고. 실제 캐릭터 설정과 배경 스토리도 존나 진지한데 인게임에서 주인공이 슬랩스틱 코미디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거다.

스랄이 던홀드 요새에서 탈출할 때 수도사의 로브와 장갑을 착용하고 감옥 화장실 똥물에 적힌 빗자루를 가발처럼 쓴 뒤, 투석기에 자기 몸을 실어 감옥 벽을 넘어가는 것부터 시작해, 고블린 비행정의 밧줄 사다리 타려고 하다가 발이 사다리에 걸려 거꾸로 매달려 날아가거나, 바지가 흘러 내려 엉덩이를 노출하는가 하면. 설산 지역에서 폭포 빙벽에 자기 모습 비쳐 보면서 잘생겼다 셀프 칭찬하고, 빙벽에 혓바닥을 가져다 댔다가 혀가 얼어붙어 고생하는 것 등등. 캐릭터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진다.

설산 위에서 방패를 서핑보드처럼 타고 내려가고, 등에 제트팩을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내용도 있어서 황당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제일 황당했던 건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강력한 존재로 묘사되는 ‘데스 윙’이 본작에서는 완전 허접하게 개죽음을 당하는 것인데. 스랄이 죽은 젖소의 시체 속에 숨었다가 데스윙에게 한 입에 먹혀서, 데스 윙의 뱃속에서 데스 윙의 내장 기관을 트랩으로 꽉 조여, 이후 데스윙의 배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격노한 데스윙이 브레스를 내뿜으려다가 폭사해 머리가 잘려 죽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을 생각해 보면 진짜 미천 거 아니냐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데. 대격변이 2010년에 나왔으니 제작진이 이 게임을 만들던 1998년에는 훗날 데스윙이 그렇게 떡상할 줄은 상상도 못하고 그랬을 것 같다.

개그 색깔을 빼고 스토리와 배경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일단. 오크들이 흑마술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타락했고. 듀로탄 부부를 살해한 오크들이 실은 굴단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니라 블랙무어의 사주를 받았으며, ‘하사관’과 ‘타레사 폭스턴’, ‘굴단’ 등은 아예 등장을 하지 않아서 스랄이 인간에게 가진 증오심만 부각하고 있다.

굴단, 하사관, 타레사 폭스턴 등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등장한 게 워크래프트 소설인 ‘워크래프트: 부족의 지배자’ 때였고. 이게 본래 이 워크래프트 어드벤처 2의 발매가 좌초되자, 이 캐릭터와 설정을 바탕으로 2001년에 노벨라이징시켜 소설로 출시된 것이라 그렇다.

스랄의 이미지가 구축되고 확립된 소설판과 워크래프트 3 모두, 이 워크래프트 어드벤처에서 나온 캐릭터, 설정을 베이스로 해서 다시 만든 것이라서, 내가 아는 스랄 이미지와 다르다는 이유로 마냥 깔 수는 없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발매가 취소됐다고는 해도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나왔으니 말이다.

허나, 그건 둘째 치고 본편 스토리가 엉망진창인 건 결코 실드를 칠 수가 없다.

캐릭터 설정과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스랄이 호드 군세를 이끌고 인간과 맞서는 내용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야 하고. 실제 게임 내에서 오크 부족을 규합하고 드래곤족의 지원을 받아 던홀드 요새를 함락하는 게 마지막 스토리로 나오기는 하는데..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인간 VS 오크의 종족 간 전쟁이 아니라. 그냥 스랄 혼자서 떠나는 아제로스 대탐험이다.

이것도 말이 좋아 아제로스 대탐험이지, 갈 수 있는 지역이 몇 개 없고. 그마저도 앞서 말한 왔던 곳을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게임 플레이의 특성상 배경 스케일이 한없이 작다.

오크 부족을 규합하는 과정도 드라마틱한 느낌은 전혀 없는 게. 앞서 말한 코믹 터치가 강한 게임 진행 때문에 그런 것이다. 오크 부족장들 만나서 아무리 가오 잡아도 그 만나기 전의 과정을 코미디로 만들어 버리니까 헛웃음조차 안 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껏 호드 군세 일으켜놓고 대규모 전쟁 씬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최종 전개가 스랄 혼자 던홀드 요새로 돌아가 2명의 경비병을 쓰러트리고. 곧바로 블랙무어의 방에 잠입해 부모의 원수를 갚고 블랙무어를 쓰러트리는 전개로 이어져서 결국 스랄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다해서 호드의 군세가 들러리에 지나지 않게 됐다.

도대체 이럴 거면 왜 오크 부족을 규합했고, 왜 드래곤족의 지원까지 받은 건지 당최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엘프는 아예 등장하지 않고. 드워프, 노움, 고블린, 트롤, 오우거, 데스 나이트 등은 전부 다 NPC로만 나오며, 호드 군세로 규합된 건 오크 부족과 드래곤 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워크래프트가 가진 캐릭터 설정과 세계관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밑도 끝도 없이 판타지 코믹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어서 본가 게임과의 온도 차이가 너무 커 괴리감이 느껴지고. 원작 IP와 별개의 독립적인 게임으로 보자면, 이동 가능한 지역이 몇 군데 안 되는데 같은 곳을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게임 진행 때문에 플레이 템포가 늘어지고. 메인 스토리의 달성 목표와 거기에 이르는 전후 과정이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해 각각 따로 놀고 있어서 게임 구성이 매끄럽지 못하며, 뭔가 틈만 나면 슬랩 스틱 코미디를 하는데 하나도 재미가 없어서 완전 시대에 뒤떨어진 망작이다.

발매가 취소됐기 때문에 전설상의 게임으로 남아 있던 건데, 발매 취소 사유가 ‘퀼리티 부족’인 걸 그대로 입증하는 작품으로. 예정대로 발매됐으면 블리자드의 흑역사가 될 건 확실했다. 게임 역사상 ‘나오지 말았어야 할 게임이 진짜 안 나왔다는’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본작을 개발한 ‘애니메이션 매직’의 대표작은 필립스의 CD-i용으로 나온 ‘젤다의 전설 시리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 중에 최대 흑역사로서 시리즈 본가의 넘버링에서 아예 퇴출된 작품으로, AVGN에서 CD-i편을 다룰 때 가열차게 까였고 인터넷 밈이 되기까지 했다.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21/11/28 11:40 # 답글

    당시 장르를 어드벤처로 만들다보니 이런 식의 말도 안되는 전개를 들이대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개다가 스토리 라인 짜는 사람이 워크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이런저런 무리수도 많이 두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내용이 일부 재현되었다 하지만 말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조작하려는 용들을 막아내기 위해 파티짜고 플레이를 해서 쓰랄을 돕긴 합니다만...

    PS: CD-i용으로 나온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재발 재대로 누구든 리메이크 좀 해주었으면 합니다. 세계관이나 스토리는 그럭저럭 먹히는데 게임의 퀄리티를 그렇게나 똥 멍청이로 만든건 진짜...

    PS2: 저 시절에 엘프가 없는 건 워크2에서 엘프가 얼라이언스에 들어오긴 했으나, 이 후 달라란을 중심으로 한 인간 마법사들과 관계가 안 좋아지고, 엘프들이 드워프들을 깔보는 탓에, 사실상 얼라이언스와는 거리를 두기 시작하죠. 또 이 시기 인간 사제단에서 시작된 성기사단의 대두도 엘프와 인간의 거리두기에 큰 역활을 했죠

    그게 반영된 것이 워크3의 휴먼 유닛 구성인데, 정말로 소서러스 빼곤 엘프를 찾지 못합니다. 인간+드워프 조합이죠.
  • 잠뿌리 2021/12/04 21:12 #

    그리거 보니 워크 3 휴먼 진영은 인간, 드워프 중심이었네요.
  • 시몬벨 2021/11/29 02:17 # 삭제 답글

    횃불 하나 만든다고 저 짓거리 하는건 진짜 좀 아닌데요...
  • 잠뿌리 2021/12/04 21:13 #

    뭔가 게임 구성이 잘못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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