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에 영국의 작가 ‘제임스 허버트’가 집필한 종교 소재의 공포 소설 ‘성지(Shrine)’를 원작으로 삼아, 2021년에 고스트 하우스 릭쳐스에서 ‘에번 스필리오토폴로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제작사인 고스트 하우스가 ‘샘 레이미’와 ‘로버트 태퍼트’가 공동 설립한 곳이라서, 본작은 ‘샘 레이미’가 제작에 참여했다. 1988년에 나온 호러 영화 ‘더 언홀리’는 제목만 같을 뿐 무관한 영화다.
내용은 미국 메사추세츠 주 밴필드 마을에서 1845년에 마녀로 기소된 여자가 화형당한 후 그 영혼이 인형의 몸에 봉인되어 나무 밑에 묻혔는데. 현대 이르러 저널리스트 ‘게리 펜’이 취재 차 밴필드에 찾아갔다가 인형을 훼손시켜 여자의 영혼이 풀려난 이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앨리스’라는 소녀가 갑자기 귀가 들리고 입이 트여서는 ‘성모 마리아’가 치유해주셨다고 말해 그게 매스컴을 타고 전국에 알려져 세상이 떠들썩해진 가운데. 그게 실은 진짜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1845년 때 죽은 여자의 악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스토리의 구조상, 초반부에 주인공 ‘게리 펜’이 인형을 훼손시켜 봉인을 깨는 묘사가 나오고 중반부에 성모 마리아 가면을 쓴 악귀의 모습을 꿈과 현실에서 번갈아 보여줘서 사건의 흑막에 대한 반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병자가 치유 받아서 성모 마리아의 기적인 줄 알았는데 실은 악귀의 소행이었더라! 이게 메인 소재고, 악귀의 존재를 감지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주인공의 행적이 메인 스토리라서 결과적으로 거짓 선지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하다.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앨리스가 자신이 가진 힘이 진짜 성모 마리아의 기적인지, 악귀의 힘인지 고민하는 내적 갈등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고. 그 앨리스를 단독 취재하고 있는 펜도 방관자로서 상황 돌아가는 걸 지켜만 보고 있다가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서 스토리 전개가 되게 허술하다.
사건의 진상 조사 전후 과정의 묘사가 어느 정도 빈약하냐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탐문하면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게 아니고.. 앨리스의 삼촌인 ‘헤이건’ 신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해서 헤이건 신부의 생전에 사용한 물건을 뒤지던 중. 옛날 사건을 기록한 책 한권 찾아서 읽는 것으로 퉁-치고 넘어가고. 그 시점에서 ‘사건의 흑막이 누군지 알 것 같아!’ 이러는 순간. 그 흑막이 악귀의 형상으로 나타나 위협을 가해오는 상황인 거다.
종교 소재의 미스터리 스릴러가 될 줄 알았는데. 거짓 선지자 대놓고 악귀의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을 해치는 서양 요괴물이 된 것이다. 38년 전에 나온 소설을 실사 영화로 만들면서 호러 영화의 장르적 문법으로 재구성한 결과물인 것 같다.
본작은 실제로 악귀의 대한 배경 설정과 묘사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1845년 때 마녀로 기소된 여자는 이름이 ‘마리아 엘노어’인데, 영생과 힘을 얻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은 사탄의 신부로 기적을 일으켜 사람들을 고쳐서 사람들의 믿음을 얻었지만,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해쳐서 마녀로 기소되어 얼굴에 놋쇠로 만든 마리아 가면이 씌워진 뒤 화형을 당하고 인형에 영혼이 봉인되어 나무 밑에 묻혀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해서. 봉인이 풀린 이후에는 불에 탄 해골에 마리아 가면을 쓴 모습으로 나타나 접촉한 상대를 불에 태워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요력과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요괴로 묘사된다.
요괴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디자인, 배경 설정, 요력 묘사 등은 다 그럴듯해 보이긴 한데, 출연 분량이 짧은 게 흠이다. 이왕 본 모습을 드러낼 거면 제대로 드러내서 요력 대참사라도 일으키면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실제로 영화상 바디 카운트는 달랑 3명밖에 안 돼서 빈 수레가 요란한 느낌이다.
작중 악귀의 힘의 원천은 사람들의 믿음인데. 이게 중요 설정인 만큼 그 믿음의 광기라도 보여줬다면 괜찮겠지만.. 영화 러닝 타임 1시간 넘게 사람들이 악귀를 성모인 줄 알고 믿다가, 기자인 주인공이 ‘여러분 이거 다 구라에요!’라고 하니 단 한 순간에 모두 돌변하고. 앨리스도 그동안 자신의 힘에 대해 1도 고민하지 않고 이건 진짜 성모님의 기적이에요! 이러던 애가 주인공이 ‘저항해! 맞서 싸워!’ 이렇게 추임새 넣어주니 ‘여러분 기자님 말씀대로 이거 구라 맞아요!’ 이러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3분도 채 안 되니 허술함의 정점을 찍는다.
결론은 평작. 성모 마리아의 기적과 성지라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성모 마리아를 가장한 거짓 선지자 악귀라는 설정은 그럴 듯하고, 악귀 디자인도 괜찮지만.. 정작 악귀의 비중이 큰 것에 비해 출연 분량이 짧아서 볼거리가 부족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전후 과정의 묘사가 부실하며 지나치게 작위적인 전개가 속출해서 스토리의 구성이 허술해서 속 빈 강정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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