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뢰명왕의 전설 첫째 마당 – 용인,진천 편 (2006) 2022년 서적




2006년에 ‘동아일보사’에서 ‘신진석’ 작가가 그린 역사 학습 만화.

내용은 귀천계와 귀하계가 열린 어느날 붉은 달이 떠오른 후 퇴마사인 ‘귀천거사’의 손주 ‘태극기’가 11대 ‘귀뢰명왕’이 되어 ‘주술문’을 열어 옛날 옛적 시대로 시간이동을 하여 사건을 해결해 하회탈의 정령 11개를 모아서 ‘사천귀’와 ‘12지귀’와 맞서는 이야기다.

본작의 ‘귀뢰명왕’은 ‘이매’, ‘각시’, ‘양반’, ‘초랭이’, ‘중’, ‘부네’, ‘할미’, 선비‘, ’주지‘ 등 10개의 하회탈 속 탈의 전령들을 거느리게 되는데. 전령마다 특징과 특기가 있으며, 역대 귀뢰명왕에게 전수 받은 필살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태극기‘는 11대 귀뢰명왕으로서 소꿉 친구이자 서포트인 ’다슬기‘와 함께 주술문을 통해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는데. 이때 사람과 귀신의 중간에 있는 존재가 되어 사람 눈에는 안 보이지만 귀신의 눈에는 보여서 귀신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건을 해결하여 탈의 전령을 해방해 기술을 습득하는 게 점점 강해지고 사천귀 일당과 맞서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근데 이게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1권에 해당하는 첫째 마당에서는 사천귀과 직접 등장하지 않고. 사천귀의 사주를 받은 12지귀 중 ’술(개)의 귀신‘만 등장하며, 이 술의 귀신도 태극기의 할아버지인 ’귀천거사‘가 제압해 성불시키기 때문에 태극기와 직접적인 대결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작중에 태극기가 탈의 전령의 힘을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작중에서 사용해 싸우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니, 태극기의 액션씬 자체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이게 단순히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주인공과 악당의 갈등이 형성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게 문제다.

주인공과 악당이 서로 만나고,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심화되어 대립을 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야 제대로 된 전개인데. 이걸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이 대신하고 있으니 주인공이 붕 떠버리는 것이다.

사천귀와 12지귀는 현대에 나타나는 상황에, 귀천거사는 현대에 남아 있고. 태극기와 다슬기는 과거로 넘어가서 어쩔 수 없는 전개였다고는 하나, 그럼 현대와 과거로 타임라인을 나누어 놓을 게 아니라. 사천귀와 12지귀가 과거에 등장해서 옛날이야기가 진행되는 걸 방해하고. 태극 일행이 그걸 저지해서 이야기가 온전히 완성되게끔 하는 전개로 나갔어야 했다.

악당과 싸움은 현대에서 하는데, 악당과 싸울 기술은 과거에 가서 배운다는 구조 자체가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태극기가 하는 일은 히로인인 ’다슬기‘와 함께 과거로 시간이동을 해서 귀신과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인데. 이게 말이 좋아 사건을 해결하는 거지, 실제로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기만 한다.

사건은 전설, 민담에 기록된 그대로 흘러가서 그 과정과 결과가 바뀌는 일이 없다. 단순히 사건의 주역인 귀신이 태극기 일행이 자기들끼리 떠드는 말을 듣고 영감을 받아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전개가 반복되고 있어서 이건 완전 주인공이, 주인공이 아니라 마을 NPC 수준이다.

TV 애니메이션 ’은비까비의 옛날이야기‘가 생각나는 구조지만, 그래도 은비까비의 옛날이야기는 은비와 까비가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건에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요술을 사용해 이야기 속 주인공을 도와주어 그 이야기가 온전히 진행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본작과 비교할 수가 없다.

주인공 일행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로서 방조만 하고 있다 보니, 주인공이 의리는 있다는 성격 자체도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주인공 태극기는 덜렁거리고 쪼잔한데 의리가 있다는, 딱 90년대 아이큐 점프 주인공 스타일인데. 작중에서 의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정확히는, 의리있는 모습을 보여줄 만한 기회가 없고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덜렁거리는 모습만 보여준다.

스토리가 온전히 진행되는 건 주인공 이외에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 뿐이고. 주인공 시점으로 넘어오면 자기 혼자 바보 짓을 하고 몸개그를 하며 생쇼를 해서 스토리 진행에 아무런 기여도 못하고. 서포터은 다슬기가 그나마 태극기의 바보 짓을 태클걸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설명해서 주인공 콤비로서의 존재감을 멱살 잡고 끌고 간다.

주인공은 태극기인데 하는 일이 워낙 없어서 다슬기가 없으면 주인공 일행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인 거다.

과거의 옜 이야기는, ’만화로 보는 우리 땅 옛 이야기‘라는 책 소개문에 맞춰서 지역별 이야기를 하나씩 다루고 있다. 지역에서 전해지는 민담 중에서도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어서 역사 학습 만화에 귀신을 첨가했다.

2000년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귀신 만화의 붐에 편승한 느낌이다.

본작에 수록된 이야기는 ’생거진천, 사거용인‘으로 ’살아서는 진천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땅이 좋다‘라는 뜻이 있는 말의 유래가 된 민담이다.

진천땅에 살고 있는 농부 추천석이 어느날 갑자기 저승사자에게 끌려갔는데. 본래 용인땅의 양반 추천석이 끌려 가야 하는 걸 착각해서 데려오는 바람에, 명부에서 풀려나 이승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장례를 치르고 육신이 땅에 묻혀 혼백만이 남게 되어, 용인땅의 추천석이 저승사자에 끌려가고 남은 빈 육신으로 들어갔다가, 진천의 가족들과 함께 살려고 했지만 관아로 끌려가 진천땅의 추천석은 죽었으니 이제 용인땅의 추천석으로 살아가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작화는 ’신진석‘ 작가가 맡았다. 90년대초 아이큐 점프에서 데뷔한 작가로 ’저승사자 또리‘, ’타임 브레이크‘, ’천상십팔반‘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이후 성인조폭 만화 ’아작‘을 그리다가 다시 학습 만화로 넘어왔다.

90년대 아이큐 점프 시대의 명랑체라서 작풍은 학습 만화에 잘 어울리는데. 그것과 별개로 주인공 묘사도 완전 옛날 스타일이라 ’덜렁거린다‘는 성격을 너무 강하게 어필하여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바보 같은 대사,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면서 지면을 가득 채워 작품의 가독성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대상 연령대가 낮은 작품이라서 그런지 액션 연출의 밀도가 너무 떨어져서 이게 좀 크게 발목을 잡는다.

작중에 액션이라고 해봐야 귀천거사와 술의 귀가 싸우는 것만 나와서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블러핑하면서 허세 부리고 너를 소중히 대해준 인간을 기억해! 라고 감성팔이하는 귀천거사랑 싸울 때 방구 공격도 하는 술의 귀를 보고 있으면 아무리 아동 만화라고 해도 너무 퀼리티가 낮은 게 아닌가 싶다.

결론은 미묘. 지역에서 전해져오는 귀신 관련 민담을 소재로 삼은 학습 만화란 점은 괜찮지만, 귀뢰명왕과 탈의 전령, 12지귀 등등 주요 설정이 되게 거창한 것에 비해서 주인공의 활약상이 너무 떨어지고 액션 비중을 크게 잡은 것에 비례하여 액션 퀼리티가 지나치게 낮아서 액션은 안 넣은 것만 못한 수준이 되어 버려 학습 만화로서의 소재 선정만 괜찮았지, 판타지 액션을 추가한 게 완전 사족이 되어 버린 작품이다. 어설픈 판타지, 액션 요소 죄다 쳐내고 그냥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 학습 만화 컨셉에 충실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았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생거진천 사거용인 민담은 전설의 고향 1996년판의 제 15화 ’내 혼백 남의 육신‘편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덧붙여 본작은 딱 2권만 나왔다. 2권은 ’경남, 밀약편 아랑의 전설‘이다. 1권당 이야기 하나에 탈의 전령 1마리가 개방되는 걸 생각해 보면 최소 10권은 나왔어야 할 것 같은데 전체 이야기의 2/10 밖에 못하고 조기종결된 것 같다.

근데 이게 아동용 액션 만화가 이런 케이스가 많아서 장편 구성인데 1권만 나오고 끝난 게 많다. 예를 들어 고스트 헌터 광개토 대왕의 전설, 천하무적 퇴마 천사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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