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악령 체험 (2014) 2021년 서적




2014년에 ‘꿈소담이’에서 ‘김근영’ 작가가 글, ‘크레파스’가 그림을 맡아서 만든 아동용 공포 만화.

내용은 두 눈의 색깔이 각각 다른 오드 아이를 가지고 있어 귀신을 볼 수 있는 괴담 전문 기자 ‘류영’이 괴담을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풀 타이틀은 ‘실제상황! 학교괴담 X파일 공포의 악령 체험’인데. 정확히, 책 제목 자체는 ‘공포의 악령 체험’이고 앞에 붙은 실제상황은 시리즈 이름이다.

꿈소담이 출판사에서 나온 실제상황 시리즈는 ‘공포의 악령 체험’, ‘내가 만난 귀신들 1’, ‘내가 만난 귀신들 2’, ‘공포의 귀신 체험’ 등 총 4권이 있다.

줄거리만 보면 괴담 전문 기자 ‘류영’이 주인공인 것 같지만, 실제 본편 내용은 옴니버스 스토리다. 류영 본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는 2개 정도 밖에 안 되고 그 이외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배경 인물로만 나오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도 많아서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없다.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를 강조하면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자기 소개로 시작하는 것에 비해, 실제 류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가 전체 이야기 중에 단 2개 밖에 없기 때문에, 모처럼의 귀안/영안(귀신을 보는 눈) 설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애초에 괴담 전문 취재 기자란 그럴 듯한 설정을 넣었으면서 괴담 취재 내용이 2개 밖에 안 되는 것부터가 완전 에러다.

인터넷 괴담을 각색한 내용이 어김없이 나오는데, 각색을 좀 이상하게 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몇몇 있다.

‘내 손자 내놔’ 에피소드는 자동차 유리창에 귀신 손바닥이 찍혔는데. 유리창 바깥이 아니라 안쪽, 즉 자동차 안에서부터 찍힌 거더라. 라는 터널 귀신 괴담을, 수학여행 때 생긴 일로 각색한 이야기인데. 차 타고 길을 가다가 숲길에서 왠 어린 아이를 태웠더니. 그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이 쫓아와 공포에 떨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어린 아이 귀신이 사라지고 자동차 유리창에 귀신 손바닥 수십 개가 찍혔다는 결말이 나와서.. 히치 하이킹 귀신과 귀신 손바닥 자국의 연관성을 어디서 찾아야되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제목이 왜 내 손자 내놔냐고?)

이야기 전반부의 공포 포인트는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으로 잡아놓고 엔딩은 뜬금없이 자동차 유리창에 아이 귀신 손바닥 자국으로 끝내니 공포 포인트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빨간 불빛’ 에피소드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이 뜬금없이 괴담 전문 기자 류영을 불러서 취재하라는 것도 존나 이해가 안 가는데. 류영이 술 취해서 묵게 된 선생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서 귀신한테 맞아 죽고. 그날 밤 류영이 현관문의 현관 렌즈로 본 빨간 불빛이 실은 렌즈를 마주 본 귀신의 빨간 눈이었더라. 라는 내용이라서 이건 앞뒤 수준이 아니라 기승전결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

‘사물함’ 에피소드는 한 소녀가 아끼는 목걸이를 소녀의 친구가 눈독 들여서 사물함에 넣어둔 걸 훔쳤는데. 밤새도록 목걸이를 찾던 소녀가 밤늦게 귀가를 하던 중, 연쇄 토막 살인마한테 붙잡혀 살해당하고. 다음날 소녀의 친구 사물함에 소녀 귀신의 머리통이 들어 있어서 목걸이 내놓으라며 일갈하는 내용이라서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야기 전체적으로 보면,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한 소녀 귀신 이야기일 텐데. 연쇄 토막살인범과 잘린 머리가 사물함에 나타난다는 극 전개가 너무 부자연스럽다.

작화는 ‘크레파스’가 맡았는데 이게 작가 개인의 필명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팀의 팀명이다. ‘WHO?’ 시리즈를 비롯한 학습 만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창작 팀이다.

본작만의 작풍 특징이라면 인물 작화가 마른 몸이 평균 체형에 팔 다리가 가는데 얼굴만 유독 커 보이는 것인데 어른과 아이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고, 구도도 다양해서 그림체에 안정감이 있다.

문제는 그 안정감과 별개로 작풍 자체가 공포물과 전혀 맞지 않아서 일반적인 그림은 멀쩡한데 귀신이나 공포스러운 상황을 묘사할 때는 작화 퀼리티가 대폭 떨어져 공포 분위기가 짜게 식는다는 점이다.

타이틀 커버 일러스트를 장식한 피눈물 흘리는 소녀 귀신과 빨간 눈의 꼬마 아이 귀신 같은 경우, 소녀 귀신은 주인공이 학교에서 야구를 하다가 흉가에 공이 떨어져 그걸 주우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여자 아이와 숨박꼭질을 했는데 그게 실은 귀신이었더라. 라는 이야기. 꼬마 아이는 꿈에서 왠 아이가 신발을 찾아달라고 하는데 신발을 안 찾아주면 꿈꾼 사람의 발을 잘라 간다는 이야기인데. 소녀 귀신 쪽은 무섭게 그리려고 노력한 것에 비해서 작풍과 연출의 문제로 전혀 안 무섭고. 꼬마 아이 쪽은 내용이 호러블한 것에 비해서 아이 귀신 자체에 대한 묘사가 너무 싱거워서 그림이 내용을 받쳐주지 못했다.

그림 자체가 나름대로 무섭게 잘 뽑힌 건 사실 ‘사물함’ 에피소드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머리통 귀신이다.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피눈물을 흘리며 일갈하는 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게 에피소드의 이야기 구성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그림과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 본작에서 공포물로서 유일하게 밥값을 한다. 근데 이게 나름대로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라 그런지 타이틀 커버에 실리지 못한 게 좀 안타깝다.

결론은 평작. 에피소드의 공포 포인트적인 부분에서 앞뒤가 맞지 않고 기승전결이 엉망인 이야기가 있어서 스토리 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작풍이 공포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무섭게 그리려고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시원치 않아 일부 무서운 내용을, 그림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생기지만.. 작화 자체는 무섭게 그리지 못해서 그러지 일반 만화로서의 안정감이 있고. 공포 만화로서의 흔들리는 아이덴티티를, 사물함편의 머리통 귀신이 간신히 끈을 부여 잡고 버텨서 간신히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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