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2021) 2021년 개봉 영화




2001년에 ‘손노리’에서 만든 국산 호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원작으로 삼아, 2021년에 ‘송운’ 감독이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 원작 게임으로부터 무려 20년만에 나온 영화다.

내용은 어둠이 깃든 땅을 학생들의 맑은 기운으로 봉인한 ‘연두 고등학교’에 한국 최강의 퇴마사 ‘무영’의 후계자인 ‘이희민’이 전학을 왔다가, 우연히 첫눈에 보고 반한 ‘한소영’의 다이어리를 줍게 되고. 한밤 중에 다이어리를 사탕과 함께 소영이의 책상에 놓고 오려고 학교에 들어갔다가 귀신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동명의 게임의 원작이지만, 감독이 원작 게임을 전혀 해보지 않은 티가 팍팍 날 정도로 원작 구현율이 매우 떨어진다. 진짜 단순히 주요 캐릭터들의 이름과 학교 이름만 따온 수준이다.

‘화이트데이’라는 것도 작품 초반부에 전혀 언급되지 않고 영화 끝나기 직전에 언급하고. 사탕 전달이 아니라 다이어리 전달이 주 목적인 데다가, 소영이에게 반한 건 맞지만 정작 썸은 영화 오리지날 캐릭터인 ‘유지민’과 타기 때문에 히로인으로서의 소영이의 캐릭터성이 붕 떠 버렸다.

본편 내용 자체도 본래 원제가 ‘귀멸의 퇴마 학교’였다가 ‘부서진 결계’로 바뀌었을 정도로, 퇴마 설정에 너무 심취해서 원작 게임과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 버렸다.

주인공 ‘이희민’은 퇴마사 ‘무영’의 후계자이고, 영화 오리지날 캐릭터이자 진 히로인인 ‘유지민’은 귀신은 볼 수 없지만 귀기를 느끼는 예비 퇴마사이며, 지민의 이모는 연두 고등학교의 교장이자 퇴마사로 무영의 동료로 주요 인물이 죄다 퇴마사다.

원작의 ‘최은미’는 아예 무당으로 나와서 사건의 흑막으로서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을 제물로 삼은 저주를 퍼부은 것으로 나온다.

이게 극 후반부에 가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게 아니라, 주요 인물들의 첫 등장 씬 때 캐릭터 소개 자막으로 스포일러하는 것부터 시작해 작품 전반부에 주요 반전이 죄다 드러나 알려줄 거 다 알려줘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원작 게임으로 치면 게임 거의 끝나기 직전에 밝혀지는 귀신의 존재도, 본작에서는 중반부에 밝혀진다)

주요 배경은 연두 고등학교지만, 학교 안보다 오히려 학교 밖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사건의 흑막이 밝혀져서, 이게 학교 안에 있는 주인공 일행의 활약에 의한 것이 아니라서 주인공 일행의 비중과 활약이 매우 떨어진다.

스토리를 이상하게 꼬아 놓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부제가 ‘부서진 결계’인데, 학교의 결계를 부서서 귀신들을 활개치게 만드는 게. 사건의 흑막의 의도이긴 해도 결계를 직접 깨고 다니는 건 주인공 희민이다.

희민은 아무것도 모른 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계를 깨고 다닌다. 본인 스스로 뭘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이어리 가져다준답시고 한밤중에 학교에 갔다가 자기도 모르게 사건에 휘말려 처음부터 끝까지 ‘어어?’ 이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하다가, 막판에 가서 더 볼 게 없으니까 갑자기 진정한 퇴마사로 자동 각성하여 최종 보스 때려잡고 이야기를 끝낸다.

모종의 이유로 학교 정문이 잠겨 있다고는 해도, 희민이 학교 안을 헤매는 것도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학교 밖의 퇴마사 일행과 후술할 일진 양아치들 시점의 이야기가 난잡하게 뒤섞여 있어서 그렇다.

극 후반부에 가서는 더 이상 학교가 배경인 것도 아니고, 학교 안의 심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과거에 벌어진 일을 동영상 재생하듯 보기만 하는데. 존나 뜬금없이 주인공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스토리 내내 아무런 언급도 없는 죽은 친구가 등장하며, 희민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다가 난데없이 최강 퇴마사로 각성해서 불꽃 채찍을 휘두른다.

불꽃 채찍을 진작에 주어 귀신들을 때려잡는 전개로 나갔다면 차라리 퇴마물로서 더 그럴 듯 했겠지만.. 영화 거의 끝날 때쯤에 대뜸 각성시켜서 불꽃 채찍을 주고는, 각성하기 무섭게 층계참에서 최종 보스 때려잡는데, 액션 연출이 허접한 것도 허접하지만, 분량이 5분도 채 안 돼서 안 넣은 것만 못한 수준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불꽃 채찍보다 경문이 쓰여진 법봉으로 바닥을 찍어 삼국무쌍 느낌의 충격파를 날려 학교에 나타난 학생 잡귀들을 쓸어버릴 때 퇴마한 귀신 수가 불꽃 채찍으로 때려 잡은 것보다 훨씬 많은데. 문제는 그 퇴마 법봉을 히로인인 유지민이 쓴다는 거다.

결국, 최강의 퇴마사의 후예라는 주인공이 작중에 때려잡는 귀신은 단 한 마리뿐이라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지금의 ‘부서진 결계’ 부제로 바뀌기 전의 초기 부제인 ‘귀멸의 퇴마 학교’ 그대로 달고 나왔으면 진짜 가관이었을 것 같다.

부실하고 유치한 퇴마 연출에 비례하여 귀신과 심령 현상의 묘사도 도저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을 자랑한다.

두 눈덩이가 검은색 구멍으로 나오는 CG로 처리하거나, 실체가 뚜렷하게 나올 때는 무슨 파충류마냥 녹색 비늘을 달거나 혹은 썩다가 만 듯 부패한 모습으로만 나와서 전반적인 귀신 분장이 조잡하기 짝이 없다.

아예 제대로 된 실체도 갖추지 못한 채 검은 연기에 빨간 눈빛만 반짝이는 그림자나 폭죽 같은 불꽃에 검은 연기 꼬리가 달린 모습으로 CG 처리한 것도 많으며, 그 귀신 관련해서 결계가 깨질 때의 묘사도 검은 색의 유리창이 깨지는 CG만 줄창 집어넣어서 허접함의 끝을 보여준다.

원작에 나온 귀신 들린 수위 같은 경우, 본작에서도 등장하기는 하는데. 딱 2번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단발성 이벤트 귀신으로만 나와서 학교 안에 갇혀 수위 귀신한테 쫓기는 원작 게임의 공포를 전혀 재현하지 못했다.

스토리 전개상 나오지 않아도 무방한 내용이라, 명색이 게임 IP 영화니까 게임 원작 내용도 구현을 해야지. 하고 넣기 싫은 걸 억지로 쑤셔 넣은 느낌마저 든다.

원작 게임의 등장인물 중 ‘설지현’은 본작에서 원작 게임에 나온 몇몇 이벤트를 재현하는데 필요한 도구처럼 나와서 해당 이벤트가 끝난 뒤로는 캐릭터 비중이 아예 없어져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는 수준이고. 원작의 히로인 ‘한소영’은 캐릭터 비중이 대폭 축소되어 작중에 벌어진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제3자란 설정이 붙어서 홀대받고 있다.

퇴마, 귀신 연출은 개허접한데 무당, 굿, 저주, 오행 결계 등의 오컬트 설정들을 쓸데없이 부각하고 있다. 불교 학교, 세습무, 강신무, 강림신, 저주굿 등등 무속 소재의 오컬트물로서의 전문 용어를 좔좔 늘어놓는다.

감독이 하고 싶은 건 화이트데이 게임의 영화화가 아니라. 그냥 퇴마 영화 하나 찍고 싶은데 그냥 내면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하니까 게임 IP를 가지고 와서 원작 게임의 이름값을 보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은, 학교 일진 양아치들에게 딸을 잃은 무당 어머니가 원한을 품고 저주굿을 벌이고. 한밤 중에 학교에 간 일진 양아치들이 저주의 제물로 바쳐서 하나둘씩 죽어 나가는 것이다.

이 일진 양아치 일행이 죽어 나가는 모습과 그들의 만행이 밝혀지는 내용이 영화 전체의 약 2/3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작 희민과 양아치 일행의 동선은 전혀 겹치지 않고. 양아치 일행이 싹 다 죽어 나가는 동안 희민 일행은 개네들이 죽어 나가는 사실조차 모른 채 따로 행동하고 있어서 스토리 정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양아치 일행들은 욕도 잘하고 폭력도 저지르고, 인성도 더러우며, 만악의 근원으로 설정해 완전 저질스럽게 묘사하고 있어 학교 폭력 영화를 방불케 해서, 사건의 흑막이 가진 피해자 속성을 부각시키는 대비 효과를 주지만.. 그게 퇴마 요소와 함께 원작 게임과 전혀 다른, 이질감의 근원이라서 보기 불편하다.

거기다 사건의 흑막과 귀신을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시켜서 극 후반부의 전개가 신파극의 끝을 찍으면서 작중 인물들 마구 죽이고 목숨을 위협한 귀신들이 실은 존나 불쌍하니까 이해하고. 슬퍼해 달라고 감성팔이를 시전하는 데다가, 이게 결과적으로 주인공 일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주인공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만들고, 사건 해결 자체가 학교 안이 아닌 학교 밖에서 이루어져 완전 주객전도된 상황이라 총체적 난국이다.

배우들 전반이 발연기를 펼쳐서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거기에 캐릭터 대사가 너무 유치해서 점입가경인데, 그중에서 특히 남자 주인공 이희민 역의 ‘찬희’는 처참한 수준이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 하나 밖에 짓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 배우 연기력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각본의 문제가 더 크긴 하다.

말이 좋아 주인공이지, 퇴마사의 후예라는 설정만 요란할 뿐, 스토리 본편에서 나와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서 배우 개인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주인공인데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낯부끄러울 정도다.

출연 배우 중 유일하게 연기력을 기대해볼 만한 베테랑 배우는 ‘장광’ 뿐인데. 배우 인상만 보면 원작 게임과 대비해서 귀신 수위 역으로 제격이지만.. 본작에선 황당하게 퇴마사 ‘무영’으로 등장한다.

캐릭터 비중과 활약은 희민보다 더 큰데, 중반부에 좀 허무하게 리타이어해서 이쪽 역시 연기력을 보여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결론은 비추천. 게임 원작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저 게임 원작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과 지명만 빌려왔을 뿐. 게임 원작의 재현율이 한없이 낮아 게임 원작에 대한 이해, 애정, 존중이 1도 느껴지지 않으며, 설정만 거창하고 스토리가 중구난방에, 유치찬란한 연출과 오글거리는 대사, 허접한 귀신 분장, 존재감 없는 주인공, 배우들의 발연기까지 더해져 비주얼, 캐릭터, 스토리 모든 게 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수준이 낮아서 2021년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 가히 최악으로 손에 꼽을 만한 재앙의 흉작이다.

한국 쌈마이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으로, ‘용가리(1999)’, ‘학교전설(200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긴급조치 19호(2002)', ‘주글래 살래(2003)’, ‘클레멘타인(2004)’, ‘제니와 주노(2005)’, ‘다세포 소녀(2006)’, ‘디 워(2007)’,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2008)’, ‘7광구(2011)’, ‘조선미녀삼총사(2014)’, '리얼(2017)'의 뒤를 이을 만하다.

이 작품이 가진 유일한 의의는, '오징어 게임', '도깨비' 등의 선전으로 한국 창작물이 세계에 널리 인정 받고 인기를 끌어 국뽕이 치사량 수준까지 차올라서 '한국 최고! 한국 최강!' 이런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이 작품을 보면 단숨에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덧글

  • 큐베다이스키 2021/10/23 22:18 # 답글

    "귀멸의 퇴마학교"라는 수정 전 부제와, 예고편 보고 망작이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어떤 퀄일지 궁금해서 포인트 할인해서 보고 왔었는데, 망작을 넘어선 괴작이더라고요

    보면서 진지하게 감독이 화이트데이 안티팬이라서 이렇게 만든건지, 아니면 엄청난 팬이라서 원작 게임을 돋보이게 하려고 이렇게 만든건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잠뿌리 2021/10/23 15:51 #

    화이트데이 원작 게임 IP가 다시는 활용될 수 없게 자폭한 느낌입니다. 원작 IP에 사형선고를 내렸죠.
  • 시몬벨 2021/10/23 23:25 # 삭제 답글

    게임원작으로 영화를 만들면 90%는 폭망한다는거 알면서도 왜 끊임없이 만드는건지. 이런건 관객들보다도 감독들이 훨씬 더 잘 알고있을텐데, 자기들은 그 10%안에 들거라고 생각하는걸까요.
  • 잠뿌리 2021/10/26 21:34 #

    게임 원작의 네임 밸류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kanei 2021/10/24 02:22 # 답글

    헉... 화이트데이 추억의 게임이라 영화 나온다길래 보고 싶었는데 완전 괴작을 만들었나보네요;;;; 그냥 걸러야겠습니다 ㅜㅜ
  • 잠뿌리 2021/10/26 21:35 #

    추억 파괴 영화입니다.
  • 먹통XKim 2021/10/25 12:48 # 답글

    포스터만으로 볼 마음을 날려버릴 위력이었습니다
  • 잠뿌리 2021/10/26 21:35 #

    가장 처음에 공개된 귀멸외 퇴마 학교 포스터가 유치찬란했었죠.
  • 블랙하트 2021/11/01 18:48 # 답글

    기껏 '장광'을 캐스팅 했으면서 수위 역이 아닌것 부터가...
  • 잠뿌리 2021/11/03 21:39 #

    수위 귀신 자체를 단역으로 잠깐 등장시키고 만 걸 생각하면 감독의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지요.
  • ㅎㄱㅅㅎ 2021/11/10 17:12 # 삭제 답글

    불꽃 채찍에 퇴마사의 후예라는 설정... 첫 번째 포스터 볼 때부터 무슨 악마성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인 줄 알았네요.
  • 잠뿌리 2021/11/12 00:55 #

    감독이 화이트 데이가 아니라 악마성 드라큘라를 더 좋아했나 봅니다.
  • zoncrown 2021/11/12 02:13 # 삭제 답글

    https://page.kakao.com/viewer?productId=58173096

    카카오스토리 부기영화라고 유명한 영화리뷰 만화가 있는데
    거기 이거 리뷰만화가 있어서 알게됨.
    너무나 충격적인 요약에 머리가 어질어질....

    아니 귀신 마빡에 나 귀신이라고
    귀신 귀자 박아놓은거 실화냐고.....
  • 잠뿌리 2021/11/12 15:49 #

    부기영화도 이 영화는 못 견뎠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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