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파랜드 스토리 1 먼 나라 이야기 (ファーランドストーリー 遠い国の物語.1993) 2021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3년에 ‘TGL’에서 PC9801, DOS/V용으로 만든 SRPG 게임. 한국에서는 '하이콤'에서 DOS/V판을 한글화하여 정식 발매했다.

내용은 ‘아크’와 ‘란티스’가 수련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려고 할 때, ‘흑기사’가 마을을 습격해 아크의 연인인 ‘훼리오’와 그녀의 시종 ‘멜’을 납치해가서, 아크 일행이 훼리오를 구하러 떠나서 여러 동료들을 모아 반란군을 결성하여 악마군단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일본 게임이지만 일본 현지보다 한국에서 꽤 히트를 쳐서 시리즈가 쭉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된 게임으로, RPG 게임 주인공 이름 ‘아크’라고 하면 콘솔 유저는 PS1용 게임 ‘아크 더 래드’의 주인공 ‘아크’를 떠올릴 텐데. PC 게임 유저한테 ‘아크’하면 파랜드 스토리의 아크였다.

전투 때 공격을 하면 공격 애니메이션 컷이 나오는 것과 일정한 레벨이 도달했을 때 특정한 아이템이 있으면 상위 클래스로 전직하는 것 등을 보면 인텔리전트 시스템/닌텐도의 ‘파이어 엠블렘(1990)’과 클라이막스/세가의 ‘샤이닝 포스(1992)’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꽤 큰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게임 내 캐릭터 일러스트와 캐릭터 스킨이 SD 캐릭터라서 파이어 엠블렘과 샤이닝 포스의 리얼 사이즈 캐릭터와 정반대로 캐쥬얼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액션 비주얼이 떨어지는 건 또 아니다. SD 캐릭터라고 해도 전투 공방 때의 애니메이션 컷은 상대방에게 달려들어 뚜까 패는 게 나름 박력이 있고. 공격의 종류도 다양해서 보는 맛이 있다.

유니트의 능력치는 클래스(직업), 레벨, 체력, 경험치, 공격력, 방어력, 지식력, 민첩성, 마법 방어로 나뉘어져 있고 장비 슬롯은 무기 1개뿐이다.

레벨은 20이 만랩, 체력은 150, 그 이외에 능력치는 45가 최대치다. 클래스 체인지는 레벨이 10이 됐을 때 클래스 체인지 아이템인 '성스러운 지팡이(프리스트)', '정령의 활(엘리멘탈 마스터)', '강력한 도끼(스팔탄)', '기사의 란스(나이트)'을 사용하면 클래스가 바뀌고 레벨이 1로 리셋된다. 샤이닝 포스의 전직 시스템과 같다.

전직 가능한 캐릭터는 이완(파이터=나이트), 카이(파이터=나이트), 고달(드와후=스팔탄), 리사(엘후=엘리멘탈 마스터), 파미라(세이렌=버드), 윌(매지션=소사라) 등 총 6명이다.

샤이닝 포스처럼 레벨 업을 하면 랜덤으로 상승하는데. 운이 나쁘면 능력치는 안 오르고 레벨만 오를 수도 있고. 지식력이 전혀 필요 없는 전사가 지식력이 오르거나, 반대로 지식력이 필수인 마법사가 힘이 오르는 것 등. 클래스에 맞지 않은 능력치가 오를 때가 있어서 좀 난감하다.

하지만 전투 맵에서 언제든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노가다만 하면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다.

또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한 턴 제한이 없어서, 스테이지상 대장급 적이 거점을 점령한 상태에서 잡졸들을 무한정 소환하는 구간에서 레벨 노가다가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아군 유니트 전원의 만랩을 만들 수도 있다.

버섯(체력), 힘의 열매(공격력), 수호석(방어력), 악마를 쫓는 표(마법 방어), 행운의 신발(민첩성) 등등. 능력치를 한 번에 5씩 올려주는 소비형 아이템이 나오는데. 이게 스테이지 내 보물 상자에서 얻는 것 이외에 마을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서 레벨 노가다와 함께 돈 노가다를 병행하면 유니트 육성 시간이 단축돼서 유니트 키우는 환경이 쾌적하다.

공격은 ‘직접 공격’과 ‘간접 공격’으로 나뉘어져 있다. 직접 공격은 공격 범위 1칸. 간접 공격은 공격 범위 2칸이라고 보면 된다. 무기에 따라서 직접 공격/간접 공격을 둘 다 지원하거나, 둘 중 하나만 지원하는 게 있다.

주인공 '아크'의 최종 무기인 '성검'은 극 후반부에 나오는데. 이게 마법 효과가 붙었다는 설정이라, 힘과 지식력의 합산치가 공격력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순수 전사 계열이라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지식력도 올려야 최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법을 전혀 못 쓰는 전사 계열이 최종 무기 때문에 힘, 지력을 동시에 올려야 하는 게 특이한 구성이다.

MP의 개념이 없어서 마법은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회복 마법은 힐러(클레릭, 프리스트, 비숍) 클래스가 사용 가능하지만, 다른 유니트를 회복시킬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회복할 수 없는 게 좀 불편하다.

힐러 스스로가 회복을 하기 위해선 회복 마법이 아니라 회복 아이템을 사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근데 아이템은 언제든 ‘도구’ 메뉴를 켜서 전 캐릭터 공용의 인벤토리창에서 유니트의 행동 턴을 소비하지 않고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상당히 편하다. 일반적인 게임이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행동으로 간주해서 1턴을 소비하는 걸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파격적인 부분이다.

힐러는 레벨업을 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는데. 보통, SRPG 게임에서는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경험치를 얻는 경우가 일반적이라서 전투력이 낮아도 힐러가 회복만 잘해주면 레벨이 팍팍 오르는 반면. 본작은 아무리 회복 마법을 사용해도 경험치가 1도 안 올라서 어떻게든 직접 공격으로 적을 뚜드려 패야 경험치가 쌓인다.

그나마 앞서 말한 능력치 올려주는 아이템 덕분에 힐러 키우기가 완전 어려운 건 아니라서 다행스러운 점이다.

힐러의 회복 마법은 부활도 겸하고 있어서. 체력이 0이 된 유니트한테도 굳이 부활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힐러가 회복 마법을 걸면 바로 부활할 수 있다.

다만, 사망 패널티가 있어서 유니트가 죽으면 레벨이 1 내려가고 능력치도 랜덤으로 하락하니 조심해야 한다.

공격 마법 같은 경우도 회복 마법과 같이 MP 개념 없이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데. 장비에 따라서 마법의 종류가 달라지고, 광역 마법의 개념이 없어 단일 지정 밖에 못한다. 한 번에 여러명의 적을 공격할 수 없는 게 어떻게 보면 빡셀 수도 있는데, 이게 반대로 보면 적 역시 아군을 광역 마법으로 때릴 수 없어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

보조 마법은 바드(음유 시인)의 노래 하나밖에 없는데. 이게 행동이 완료된 아군 유니트를 다시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정령 소환 마법은 엘프 종족의 엘리멘탈 마스터 클래스만 사용 가능하고. 공격과 함께 디버프를 걸어버려서 적의 지력 능력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

마을에 들어갔을 때 ‘쇼핑’ 메뉴가 뜨는데. 소비형 아이템과 무기를 구입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팔 때는 의외로 마을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맵에서 환경창을 열어 ‘아이템 일람’창을 켜서 아이템을 클릭하면 팔기가 가능하다.

이 아이템 팔기 역시 세이브/로드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서 인벤토리창 관리가 매우 쾌적하다.

게임 내에서는 직접 표기되지는 않지만, 숲과 마을에서 방어력 보정을 받는 지형 효과가 있고. 힐러는 언데드 몬스터를 공격할 때, 엘프는 비행 몬스터를 공격할 때, 서큐버스가 아군의 남자 캐릭터를 공격할 때 등의 상황에서 데미지 보정을 받는 유니트별 상성도 있다.

본편 스토리는 꽤 왕도적이다. 납치된 히로인부터 시작해서, 주인공 ‘아크’는 보통 전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알고 보니 풀네임이 아크 혼 휄사리아로 제1 왕위 계승자라는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라이벌인 ‘디바’는 흑기사가 되어 적으로 나타나고. 적의 간부는 이복 여동생 ‘엘레노아’이며, 사건의 흑막인 ‘여왕’은 사악한 아이라고 핍박 받으며 살아온 것에 모든 것을 기획했으며, ‘인간’, ‘드워프’, ‘엘프’, ‘세이렌’ 등 4개 종족이 가지고 있던 봉인의 열쇠를 모아서 부활한 마왕이 최종 보스로 등장한다.

90년대 판타지물에서 나올 만한 건 다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인데, 스토리의 비중이 주인공 아크한테 집중되어 있는 게 좀 아쉽다.

다른 캐릭터는 합류 이벤트 때 몇 마디 대사를 한 이후로 메인 스토리 내 대사 지분이 전혀 없어서 캐릭터성을 어필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모든 게 다 아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아크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다.

방향치 기믹을 가진 드워프 광전사 ‘드카티’, 허당 인간 전사 ‘이완’, 사차원 속성의 세이렌 ‘미리아’, 덜렁이 세이렌 ‘아리나’ 등등. 몇몇 캐릭터는 자기만의 개성이라고 할 만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본편 스토리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게임 진행 중 특정 이벤트, 보스전 때. 그걸 실행한 캐릭터의 개별적인 대사가 존재하기는 하고. 엔딩 이후애 각 캐릭터의 후일담이 확실하게 나와서 그건 괜찮았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에 정식 발매된 버전은 DOS/V판을 컨버젼한 것인데 사운드 트랙이 CD를 재생하기 때문에 음악 퀼리티는 높다. (PC9801은 디스켓 4장, DOS/V판은 디스켓 3장+음악 CD 구성이다)

헌데, 번역 퀼리티 자체는 좀 낮은 편이다. '엘프', '드워프'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 '엘후', '드와후'라고 번역한 것부터 시작해서 작중 인물 대사가 존대와 하대가 뒤섞여서 존댓말로 말하다가 한 칸 아래에서 갑자기 반말을 하는가 하면, 캐쥬얼한 일러스트와 다르게 하오체를 쓰는 것 등등. 일본 게임의 대만판을 역수입해 번역한 게임들(아마란스 전설 3, 데드 포스=신세기 흥망사, 그레이 스톤 사가 2)보다는 그래도 조금 낫긴 하지만.. 번역률이 정식 한글판보다 PC9801판의 비공식 한글패치판이 더 나을 정도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엔딩 화면에서 일본 원판은 스텝롤이 올라가는데. 정식 한글판에서는 스텝롤이 올라가지 않는다.

결론은 추천작. 스토리는 90년대 판타지의 왕도를 따르고 있어서 평이한 편인데, 모든 걸 주인공 중심으로 두어 다른 캐릭터가 너나 할 것 없이 공기화되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각 캐릭터의 엔딩 후일담이 나와서 그건 괜찮았고. 세이브/로드, 아이템 사용 및 매각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할 수 있고. SD 캐릭터의 공방 비주얼이 볼만하며, 레벨 노가다하기 좋은 환경으로 캐릭터 키우는 게 쉬워서 접근성이 높아서 재미있게 잘 만든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파랜스 토리 SFC판(1995)’는 PC9801판 원작의 이식작이 아니라 오리지날 작품이고, ‘파랜드 스토리 FX(1996)’는 파랜드 스토리 1과 파랜드 스토리 2를 하나로 묶어 리메이크한 PC-FX판이며, ‘파랜드 스토리 네 개의 봉인(1997)’은 파랜드 스토리 FX의 PS1, 윈도우95판 이식작이다. 이 중에 파랜드 스토리 네 개의 봉인은 한국에서는 ‘파이널 파랜드 4개의 봉인’으로 정식 발매됐다.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21/10/16 15:41 # 답글

    힘든 게임이었죠.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가 레벨 20 만들고 나서 직업 체인지를 해야 더 강해진다는 시스템 덕에 아주 그냥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할 지경이고, 또 그렇게 안 하면 들고다닐 무기가 재한되니....

    가장 크게 이런점이 문제로 떠오른 것은 "라이트닝 지팡이" 어떻게 전직 안 하면 쓸 수가 없어 근접전용인 화이어 지팡이와 원거리용인 아이스 지팡이를 둘 다 갖고다니면서 조건에 따라 바꿔야 한다는 것도 골치 아팠습니다.
  • 잠뿌리 2021/10/16 20:40 #

    근데 사실 전직을 지원하는 캐릭터가 한정되어 있어서 스펠 유저만 유독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게임 전체를 통틀어 마법사 2명 나오는데. 그중에 한 명이 클래스가 매지션이라서 소서러로 클래스 체인지해야 라이트닝 지팡이 사용이 가능했죠. 파이터=나이트는 오히려 검을 버리고 랜스를 써야 하니 클래스 체인지해서 좋아진 체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 시몬벨 2021/10/16 19:52 # 삭제 답글

    파랜드시리즈 참 많이도 나왔죠. 본편인 파랜드스토리 외에도 파생작인 파랜드사가, 파랜드오딧세이, 기타등등까지 합치면 거의 20개정도 되지 않을지...그러고보니 파랜드오딧세이 시리즈 주인공도 이름이 아크인데, 오리지널 아크에 비하면 참 등신같은 놈이었죠
  • 잠뿌리 2021/10/16 20:41 #

    파랜드 시리즈가 국내에서 히트를 치다 보니 본가랑 무관한 작품들도 죄다 파랜드 택틱스, 파이널 택틱스이러면서 연결시켜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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