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2021) 방송/드라마/다큐멘터리




2021년에 MBC에서 매주 목요일밤 11시에 방영하는 공포 토크 프로그램. 파일럿 프로그램이 2021년 1월에 방영을 했고, 3월부터 정규 편성되어 10월인 지금 현재까지 방영 중에 있다.

내용은 제보자에게 사연을 받아 패널들이 낭독하면서 재현 드라마로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다.

‘촛불’과 ‘괴담’이라는 태그만 놓고 보면 일본의 ‘하쿠모노가타리(백물어)’가 생각나는데. 백물어는 괴담을 하면 촛불을 하나씩 끄는 방식으로 100가지 괴담을 하는 것인 반면. 본작은 반대로 괴담을 낭독하고 통칭 ‘어둑시니’라고 부르는 시청자 판정단이 무섭다고 생각할 때 촛불을 켜는데, 이때 켜진 촛불의 수로 겨루는 방식이다.

매주 방영분에서 공모 상금 44만원이 걸려 있고, 촛불이 켜진 개수에 따라 추가 금액이 주어진다.

괴담이 얼마나 무서운지 판정을 내려 괴담끼리 겨루고, 상급을 지급하는 이 방식은 기존의 공포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이라 꽤 참신했다.

본작은 MBC에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방영된 재현 프로그램 ‘다큐 드라마 이야기 속으로’의 정신적인 후계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히는, 이야기 속으로에서 방영된 재현 드라마 중 미스터리, 공포 사연을 재구성한 것에 근본을 두고 있다. 실제로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이야기 속으로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었다.

시청자가 보내온 공포 사연을 재현 드라마로 만든다는 것 자체는 재현물의 기본이니 새로울 것은 없지만, 프로그램 패널들이 각자 하나씩 사연을 맡아 직접 낭독을 하는 건 전에 볼 수 없었던 방식이라 새로웠다. 패널의 낭독과 재현 드라마 장면과 교차 편집을 해서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낭독을 할 때 나오는 삽화와 재현 드라마의 공포 장면 등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귀신 분장과 묘사도 일품이고 재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준수해서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나무랄 곳이 없다. 과거 ‘이야기 속으로’랑 비교하면 진짜 시대의 변화가 느껴질 정도다.

고정 패널이지만 비연예인이라서 사연 낭독은 따로 하지 않는 ‘심용환’ 교수, ‘곽재식’ 박사 등도 괴담 사연의 역사적인 관점, 풀이와 일명 ‘괴심파괴’라는 논파적 접근을 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도 괜찮았다.

문제는 회차가 지나면서 프로그램의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져서 회생 불가능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본작의 장점이자 개성은 앞서 말한 패널들의 낭독인데. 이게 초반에는 패널들이 전부 제보자 사연을 하나씩 맡아 낭독했다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빈도를 점점 줄이더니. 지금 현재는 3개로 줄어들었다.

그 3개도 1개는 후술할 문제의 실화 사연이고. 제보자 사연은 실제로 2개로 줄었으며, 패널과 게스트가 각각 하나씩 낭독을 맡아 패널 VS 게스트의 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어서 프로그램의 볼륨이 팍 줄다 못해 안이 텅텅 빈 공갈빵 수준이 됐다.

패널 중에 1명만 낭독을 맡게 되니, 다른 패널들은 하는 게 이야기 듣고 리액션하는 것밖에 없다.

게스트 같은 경우, 방영 초기에는 실제로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 주로 나왔는데. 지금 현재는 영화나 드라마 홍보차 나오는 사람이 많아져서 게스트 소개할 때 무서운 거 싫다. 귀신은 안 믿는다. 이렇게 김빠지는 소리하면서 찬물을 끼얹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패널 VS 게스트 구도 때문에 게스트도 사연 낭독을 해야 하는데. 패널들은 사연 낭독을 많이 해왔으니 문제가 없지만 게스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와서 사연 하나 읽고 가는 거라 낭독 수준의 편차치가 너무 크다.

근데 사실 본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2021년 9월부터 실제 범죄와 사건 사고를 다루는 컨셉으로 바꾸었다는 거다. 정확히는, 3가지 이야기 중에 첫 번째 것을 무조건 실화 사건으로 각색해서 넣는 것이다.

본작은 괴담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귀신, 미스터리 등의 비과하적인 심령 현상을 주로 다루고 있었는데. 존나 뜬금없이 범죄 실화 이야기를 다루면서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다.

범죄 실화의 재현 드라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등 이미 동시간에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이 여러 개 있어서 대체제가 얼마든지 있는데. 괴담 프로그램은 본작 하나뿐이라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컨셉을 그렇게 바꾸니 본작만의 고유한 색깔과 유니크한 점이 완전 사라졌다.

거기다 범죄 실화를 다루는 방식이 괴담 프로그램으로서 공포를 주기 위해 실컷 자극적으로 묘사해놓고, 맨 뒤에 실제 피해를 입은 유족들한테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하는 건 가증스러운 짓이다. 예능 방송에서 범죄 실화를지 마음대로 흥미본위로 다루어 놓고 저러는 건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한 처사다.

그밖에 지금 현재 방영 분에서는 심용환 교수가 하차해서 괴담의 역사적인 관점 해석 및 풀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고. 사연 낭독의 수가 적어지다 보니 곽재식 박사가 괴담파괴 드립치면서 끼어들 틈도 없어서 출현진을 홀대하는 것도 문제다.

결론은 비추천. 메인 패널들이 제보자 사연을 낭독하고 재현 드마라로 교차 편집하는 내용과 사연 낭독의 무서움을 시청자 판정단이 판정하여 사연끼리 겨루는 방식이 신선했고, 이제는 거의 명백이 끊기다시피 한 한국 괴담 프로그램의 부활이란 점 자체도 큰 의의가 있지만.. 회차가 지나면서 프로그램의 볼륨이 점점 줄어들고. 패널들이 활약할 기회가 적어지면서, 급기야 범죄 실화 이야기를 다루어 괴담 프로그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해서 시작은 장대했는데 끝이 초라해 용두사미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덧글

  • 2021/10/15 08: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1/10/15 19: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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