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들려주는 세계 공포 괴담: 중국 (2013) 2021년 서적




2013년에 ‘재미북스(과학어린이)’에서 ‘김혜련’ 작가가 글, ‘허재호’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만든 아동용 공포 서적. 전 10권 구성인 ‘오싹오싹 세계 공포 여행’ 시리즈의 제 4권. 네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중국을 배경으로 한 괴담 이야기다.

괴담 소재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이 ‘요괴’와 ‘괴담’의 본고장이라면, 중국은 ‘신화’, ‘전설’, ‘기담’ 쪽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많이 나온 바 있다. (대표적으로 강시선생, 천녀유혼 시리즈)

하지만 일본이 현대 배경의 도시 괴담도 널리 알려진 반면. 중국 쪽은 현대 배경의 도시 괴담에 취약하다.

‘베이징 375번 버스 괴담’, ‘중국 흉가 괴담’, ‘인체 전시관 괴담’ 등등. 찾아보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일본 괴담과 미국의 도시 전설에 비하면 너무 마이너해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본작도 중국편인데도 불구하고. 실제 중국에서 알려진 중국 괴담은 거의 없다.

‘영혼 결혼식’이 그나마 중국 괴담스럽긴 한데, 이건 실제로는 대만의 ‘길거리 빨간 봉투 괴담’이라서 순수 중국 괴담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리즈 2탄인 일본편은 그래도 일본 요괴를 소재로 한 괴담이라도 나왔지, 본작은 중국 요괴를 소재로 한 괴담도 전혀 없다.

중국의 귀신(이라고 쓰고 요괴로 읽는)을 소개하는 코너가 따로 있긴 한데, 정작 본편 내에서 괴담 소재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책 커버 일러스트에 ‘강시’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져 있지만.. 정작 본편에 실린 만화나 소설에선 강시의 ‘강’자도 나오지 않는다.

작중의 괴담이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강시가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본편 내에서 ‘호수 속의 거울’ 이야기나 ‘연못 귀신’ 이야기 등을 보면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본 시리즈 처음으로 옛날 배경 이야기도 나오는데. 강시를 빼먹은 건 이해를 할 수 없다.

순수 중국 괴담은 아닌데 중국의 풍습을 괴담으로 재구성한 게 몇 개 있긴 한데, 이게 소재는 흥미로운데 이야기가 좀 억지스럽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에서 남의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 밥을 남기면 예의가 없다는 내용을 가지고. 주인공이 남의 집에 가서 밥공기를 싹 비우니 밥 차려준 이웃집 아줌마가 귀신이 되어서도 계속 찾아와 밥을 준다는 괴담으로 각색하고, 중국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찻잔을 가득 채우면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라 반만 채워야 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회사원인 주인공이 회사 전무의 의뢰를 받아 회사 부장을 살해했는데. 부장의 귀신이 주인공에게 달라붙어 전무에게 대접하는 찻잔을 가득 채운다는 괴담으로 각색해서 뭔가 되게 어거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

이런 이야기 이외에는 본 시리즈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 배경 스킨만 중국으로 덧씌운 괴담들만 나오는데. 그 빈도가 너무 높아서 중국 괴담 컨셉 자체가 퇴색할 정도다. (영어권 도시 괴담은 ‘행운의 편지(체인메일)’를 중국 배경으로 바꾼 게 제일 이질적이었다)

사실 본작은 괴담보다는 중국의 신화, 전설을 따로 소개하는 것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귀시’와 ‘귀신의 날’이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귀시’는 ‘귀신 시장’의 줄임말로 죽은 귀신들이 산 사람이 태운 지전을 저승길 노잣돈으로 삼아 그들만의 시장을 형성한다는 민간 전승이고, ‘귀신의 날’은 ‘중원절’. 또는 ‘귀절’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음력 칠월 보름의 명절로 1년에 한 번 염라대왕이 ‘귀문관’을 열어 지옥에서 고통 받던 원귀들이 그날 하룻동안 이승으로 올라와 후손들의 제사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풍습이다.

본작에서 그 귀시를 만화의 소재로 다룬 건 ‘눈알사탕’ 이야기인데. 귀시가 귀신 분장 쇼인 줄 알고 있던 아이들이 눈알사탕을 먹고 귀신을 보고, 귀신이 된다는 이야기로. 눈알사탕 4개째 먹으면 4가 죽을 사를 의미하니 산 사람이 귀신이 되어 버린다! 라는 내용이라 이게 대체 귀시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귀시가 귀신들의 시장이고. 귀신을 매매하는 게 주요한 일이라고 하니. 귀신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하던가, 아니면 귀신을 매매하는 걸 메인 소재로 삼았어야 되지 않았나 싶다.

작화는 ‘허재호’ 작가로 바뀌었는데. 1995년에 만화 잡지 ‘영 점프’에서 도망자로 데뷔한 후 출판 만화 쪽에선 성인 만화를 주로 그리다가, 학습 만화로 전향한 작가로 작가로 베테랑 작가답게 작화가 무난하다.

다만, 본편 내용이 앞서 말한 문제들로 인해 평균적인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책 컨셉에도 맞지 않는 관계로, 글이 받쳐주지 못하니 그림도 포텐셜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좀 기억에 남는 건 귀시 때 나온 ‘꼬마 물귀신’이 귀엽게 그려졌다는 것과 ‘연못 귀신’의 디자인 자체는 괜찮았다는 점 정도다.

연못 귀신은 작중에선 여자의 머리만 있는 머리 귀신이라서, 이게 중국 고전 소설집인 ‘수신기’에 나오는 ‘비두만’이란 요괴를 베이스로 한 것 같은데. 스토리를 기승전결에 맞춰 제대로 쓰지 않고 단순히 낮에 보니 예쁜 여자인데 밤에 보니 귀신이었더라. 라고 간단히 쓰고 넘어가서 많이 아쉽다.

결론은 비추천. 중국의 괴담이 책의 컨셉인데, 순수 중국 괴담이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극 수소의 이야기는 중국의 문화를 괴담으로 재구성한 것인데 그 내용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본편에 실린 괴담이 밀도가 떨어지다 못해 그림의 발목까지 잡는 수준이라서 평타도 치지 못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그림을 맡은 ‘허재호’ 작가는 본작으로부터 5년 후, 2018년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18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서 ‘귀시’로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본작의 귀시와 그쪽의 귀시는 제목이 동일하지만, 그쪽의 귀시는 장르가 추리 스릴러라고 하니. 귀시라는 제목이 가진 상징성만 따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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