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들려주는 세계 공포 괴담: 일본 (2012) 2021년 서적




2012년에 ‘재미북스(과학어린이)’에서 ‘권찬호’ 작가가 글, ‘이민호’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만든 아동용 공포 서적. 전 10권 구성인 ‘오싹오싹 세계 공포 여행’ 시리즈의 제 2권.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일본을 배경으로 한 괴담 이야기다.

일본의 괴기담하면 ‘요괴’를 빼놓을 수 없어서 본작에도 요괴를 소재로 한 괴담이 몇 개 등장하기는 하나. 그 많은 요괴 중에 작중에서 다룬 건 ‘네코마타(꼬리 둘 달린 변신 고양이)’, ‘캇파’, ‘후타쿠치 온나(두 입 여자), ‘설녀’, ‘텐구’, ‘로쿠로쿠비’ 밖에 없다.

아동용 서적이란 걸 감안해도, 해당 요괴를 소개하는 ‘일본 요괴 사전’에는 좀 잘못된 정보들이 적혀 있어서 글 작가가 이쪽에 관한 조사를 소흘히 한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설녀를 ‘유키온나’라고도 부른다고 썼는데. 설녀의 일본어 음역이 유키온나다.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 일본어로 유키온나. 한자로 설녀로 쓴다는 말이고, 또 설녀가 아기를 맡길 때 그 아기를 안으면 무거워져서 깔려 죽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건 설녀가 아니라 ‘우부메(産女: 산녀)’라서 설녀와 전혀 관련이 없다.

우부메는 임신 중의 여성이 죽어서 요괴가 된 것으로, 갓태어난 아기를 안고 나타나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아기를 안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아기를 안으면 아기가 점점 무거워지는데 이때 그 무게를 견뎌내면 우부메가 성불한다는 괴담이다. (애초에 설녀는 추운 지방에서 출몰하는데 눈보라 치는 밤에 뜬금없이 아기를 안고 나타나서 안아달라고 하는 건 이상하잖아!)

‘텐구’와 ‘로구로쿠비’를 단순히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요괴로 소개하는 것도 좀 그랬다.

뭐 로쿠로쿠비야 기본적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요괴인데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설도 있긴 하니 그렇다 쳐도, 텐구는 수행도와 연결된 요괴라서 선한 텐구와 악한 텐구가 있긴 해도 사람을 잡아먹는 단순한 요괴가 아닌데. 뭔가 둘 다 기괴하게 생겼으니 분명 사람을 잡아먹을 거다! 라고 생각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캇파’ 같은 경우는 일본 요괴 사전 코너에선 그나마 좀 제대로 설명을 하긴 했는데. 정작 캇파 에피소드에서는 캇파가 사는 냇가나 강가가 배경이 아니라. 대뜸 한 밤 중에 이야기 속 주인공을 골목길에서 스토킹하더니, 주인공이 학교 수영 시간에 수영을 하니 캇파들이 불쑥 나타나 주인공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캇파의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기 보다는, 그냥 물에 사는 요괴란 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대충 지은 것 같다.

그밖에 ‘누레온나’는 일본 요괴 사전 코너에만 소개되는 요괴인데. 그림이 인간의 상체와 뱀의 하체를 가진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사 ‘라미아’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본래 누레온나는 에도 시대의 민속화에서 뱀의 몸통에 사람의 머리가 달린 모습으로 그려진다.

일본 요괴 사전 코너로 따로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머리카락이 자라는 ‘히나 인형(일본 전통 인형)’이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린다는 이야기는 그나마 기승전결을 제대로 갖추고 소재 활용도 잘해서 나은 편이다.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요괴 사전’ 코너 자체를 독립시켜 에도 시대의 요괴를 소개한 것과 ‘일본의 미스터리’ 코너에서는 ‘팔척귀신’, ‘쿠네쿠네’, ‘이누나키 터널’ 등의 일본 현대 도시 괴담과 괴담 속 존재를 소개한 것도 있다.

거기 나온 요괴나 괴담 소재를 메인으로 다루었으면 일본의 괴담이란 컨셉에 맞는 이야기를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절반 이상이 오리지날 스토리인데 이게 일본과 전혀 관계가 없고. 등장인물 이름만 일본 이름으로 적어 넣은 거라서 전작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근데 그나마 전작은 영국 사람 이름뿐만이 아니라 영국 지명이라도 나왔는데. 이번 작에서는 일본 지명이 안 나오고 일본인 이름만 가져다 써서 현지화 느낌이 더욱 약해졌다.

책 속에 수록된 이야기의 전반적인 밀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만화와 글만 적혀 있는 단편 괴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야기 자체의 종류는 많지만 2~3페이지 안에 끝내는, 너무 짧은 이야기가 많다.

특히 ‘귀신과 나’는 주인공이 무서운 이야기 듣고 밤에 자다가 귀신과 조우했는데. 귀신이 자신을 본 이상 살려둘 수 없다고 말하니, 눈 뜨고 자는 척하면서 끝나는 이야기라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괴담 만화, 괴담 단편글 이외에 미니 게임도 나오긴 하나. 전작보다 미니 게임의 종류가 줄어들었는데. 그중에서도 2개는 그림으로 직접 그린 게 아니라 CG와 실제 사진의 합성으로 꾸며 놓은 거라서 뭔가 성의가 부족한 느낌마저 든다.

작화는 ‘이민호’ 작가로 바뀌었는데. 이전 작의 작화를 맡은 정현희 작가의 작풍이 순정 만화에 가깝다면, 이민호 작가의 작풍은 아동 만화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그 기준으로 보면 작화가 안정되어 있다.

그림을 특별히 무섭거나, 흉측하게 그리지 않고 아동 만화의 수준에 맞춰서 수위를 조절하면서, 그 안정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유지하고 있어서 그림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본작에 나온 그림 중에서는 ‘후타쿠치 온나(두입 여자)’ 그림이 제일 좋은데. 정작 후타쿠치 온나 관련 내용은 만화가 아니라 단편 글의 이미지 1장 정도로만 나왔고. 책 커버 일러스트에는 본편 내용에 나오지도 않은 기모노 입은 여인이 그려지거나, 바쿠(맥)‘, ’텐구‘, ’캇파‘, ’누레온나‘만 나와서 표지 선정이 잘못된 것 같다.

결론은 평작. 괴담의 본고장인 일본편이라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괴담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일본과 전혀 무관한 오리지날 스토리를 잔뜩 넣었는데. 그 전반적인 내용의 밀도가 떨어져서 글은 전작보다 못하고. 그림이 그나마 아동 만화에 최적화되어 있고 안정감이 있어서 그림 덕에 간신히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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