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The Medium.2021) 2021년 개봉 영화




2021년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 기획, 각본, 제작을 맡은 태국산 공포 영화. 반종 파산다나쿤 감독은 태국 공포 영화 ‘셔터(2004)’로 잘 알려져 있고, 나홍진 감독은 ‘곡성(2016)’으로 유명해서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호러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내용은 태국의 동북주 ‘이산’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가문 대대로 조상신 ‘비얀’을 모시는 ‘랑종(무당)’인 ‘님’을 주인공으로 삼은 다큐멘터리가 촬영되고 있었는데. 님의 형부가 사고사를 당한 뒤 조카인 ‘밍’이 이상 증세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타이틀인 ‘랑종’은 태국어로 영매. 한국의 무당과 같은 뜻이고, 작중에서 랑중은 가문 대대로 조상신을 모시면서 신내림을 받아온 것으로 나오고 그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한국의 무당 역시 가문 대대로 무업을 잇는 ‘세습’과 어느날 갑자기 신이 내려오는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는 ‘강신’ 등이 잘 알려져 있고. 그에 관한 사례가 무당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방송 등에서 진짜 밥 먹듯이 많이 나온다.

본작의 배경이 태국이라서 이국적인 느낌이 살짝 나긴 하나, 메인 소재 자체는 메인 소재 자체는 한국 기준으로는 꽤나 익숙한 것이다.

그 때문에 영화 시나리오의 관점에서 보면 익숙하기에 새로운 맛이 없고 오히려 식상하기까지 할 정도다.

거기다 작중에 나오는 태국 무당의 굿이나 퇴마 의식 묘사가 좀 심심한 편이라. 70년대 홍콩에서 자주 나왔던 ‘저주’ 영화에서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쪽 주술을 주요 소재로 다루면서 충격과 공포의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던 걸 생각해 보면 이쪽은 그때로부터 약 반세기 뒤에 나온 최신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맛이 너무 싱겁다.

작품의 장르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서 논픽션 느낌 나게 만들려면 최대한 현실적인 묘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는데. 이것도 극 후반부에 가면 완전 픽션 모드로 체인지해서 진짜 극단적인 픽션 초전개로 나아가서 논픽션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 것도 아니다.

본편 내용이 태국 시골에 사는 무당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게 촬영팀은 주조연급 인물들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화면을 촬영만 하는, 배경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사실 영화 장르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실제 촬영된 화면, 연출, 스토리의 흐름 등은 일반 영화와 똑같다.

그래서 촬영팀이 캐릭터화된 것이 아니고, 앞서 말했듯 논픽션 기조를 끝까지 유지한 것도 아닌데 왜 굳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건지 좀 의문이 드는 점도 있다.

전반부의 내용은 랑종인 ‘님’의 일상과 가족 관계, 조카 ‘밈’이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뭔가에 씌인 빙의 상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루고 있어서 스토리의 호흡이 다큐멘터리의 호흡이다 보니 굉장히 느릿느릿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정말 숨 쉴 틈 없이 계속 몰아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는데. 본작은 정반대라서 ‘자, 나는 숨 쉬지 않고 볼 준비가 되어 있어. 얼마든지 오라고!’라고 작정하고 보고 있는데. 약 1시간 동안 긴장감 1도 없어 숨 쉴 틈이 없는 건커녕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초반부도 아닌 전반부의 지루함을 참아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서, 여기서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갈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한 전반부를 버티고 난 뒤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류 공포 영화의 왕도적 전개로 논픽션의 탈을 벗고 픽션으로 갈아타게 되는데. 밍이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빙의 상태가 된 뒤에는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1973)’처럼 되고, 그 뒤 촬영팀이 집안에 CCTV를 설치해 퇴마 의식이 벌어지기 6일 전에 생긴 일을 촬영할 때는 오렌 펠리 감독의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가 된다.

그 이후 고어성이 극도로 높아지며 화면이 피칠갑으로 물들어 영화의 장르가 무슨 좀비 영화로 변한 것마냥 스페인 좀비 영화인 ‘R.E.C(2007)’를 떠올리게 하고, 마지막 무대인 폐공장에서의 화면 촬영은 한국 공포 영화 ‘곤지암(2017)’을 생각나게 하니 뭔가 좀 이것저것 마구 뒤섞은 것 같아서 뭔가 이 작품만의 개성이 없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호러 스릴러를 보여줘서 엄청 신선했던 걸 생각해 보면, 이거 진짜 나홍진 감독이 직접 각본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애초에 메인 소재는 태국 무당 랑종인데. 이게 나중에 가면 무당과 무업에 얽힌 이야기가 어느새 실종되고, 악령에게 빙의 당한 부마자의 학살무쌍이 주를 이룬다.

분명 이야기의 시작은 ‘무당의 핏줄’에 관한 것인데, 정작 그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할 무당 캐릭터는 허무하게 리타이어하고, 이야기가 끝맺을 때쯤에는 결국 무당의 핏줄이 중한 게 아니라 ‘가문의 업보’가 중한 게 되어 ‘신내림’이 아닌 ‘카르마(업)’가 작품의 테마가 되었기 때문에, 제작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지만, 무당을 전면에 내세웠으면서 이렇게 만든 건 포인트를 잘못 짚은 게 아닌가 싶다.

이게 결과적으로 태국 배경의 태국 무당 이야기라는 동남아시아의 이국적인 느낌마저 희석시켜서, 극 후반부에 가서는 ‘굳이 태국이 배경이었어야 할 이유가 있나?’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부마자의 학살무쌍은 극 후반부의 내용으로 본작의 하이라이트씬이라고 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CCTV 촬영 장면과 더불어 본작의 양대 공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서 그 부분만 딱 떼어놓고 보면 호러 영화로서 공포에 충실하다.

하지만 전반부의 다큐멘터리 전개로 쌓아 올린 논픽션 분위기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려, 앞서 말한 극단적인 픽션 초전개로 이어져서 논픽션과 픽션 사이의 밸런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무당 소재의 미스테리라고 생각하고 보고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 악마 빙의 좀비 고어물로 끝나니. 유치하다고 까거나, 개연성 따지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나마 이 작품이 최소한 망작까지는 아니고. 간신히 평타는 치게 해주는 건 태국 배우 연기력인데. 정확히는, 밍 배역을 맡은 ‘나릴야 군몽콘켓’의 구마자 연기다.

평소 때는 완전 미인 배우인데, 부마자 연기를 할 때는 문자 그대로 신들린 연기력을 선보여, 거의 엑소시스트의 리건 배역을 맡은 ‘린다 블레어’급이라고 볼 만하다.

진짜 작품 자체의 멱살 잡아끌고 혼자 하드캐리한다. (뭔가 딱 이미지가, 니콜라이 고골의 ‘비이(Viy)’에 나오는 마녀라서 차라리 뷔이 태국판을 만들면 베스트 캐스팅일 것 같은데..)

다큐멘터리의 관점에서 보면 님 배역을 맡은 ‘싸와니 우툼마’의 연기력도 좋은데. 문제는 님은 뭔가 좀 제대로 된 활약을 하기도 전에 리타이어해서 캐릭터의 비중이 큰 것에 비해 중용 받지 못한 느낌이라 아쉽다.

결론은 평작. 태국 배경에 태국 무당을 소재로 삼은 게 동남아시아 특유의 느낌이 있긴 하나, 본편 내용 자체는 엑소시스트, 파라노말 액티비티, 좀비물 등등 이것저것 다 모아놓은 잡탕찌개라 메인 소재인 무당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서 모처럼의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했고, 전반부는 논픽션으로서 너무 지루하고, 후반부는 너무 극단적인 픽션으로 나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갖춰야 할 논픽션과 픽션 사이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해서, 반종 피산다나쿤, 나홍진 등 두 감독의 이름값을 못하는데.. 배우의 신들린 연기력으로 간산히 평타는 치게 만든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영화 평론가들이 이 영화 보고 존나 무섭다 어쨌다 해서 개봉 직전까지 화제가 됐었는데. 그걸 믿고 나홍진 감독의 곡성 같은 작품 기대하고 보면 실망이 클 것이다. 역시 영화의 결과물은 일부 평론가의 설레발이 아니라 관객들 관람 후기가 더 참고가 된다.


덧글

  • 무명병사 2021/09/25 23:20 # 답글

    역시 '프로 평론가' 나으리들이 하는 말은 그리 믿을 게 못ㄷ...
  • 잠뿌리 2021/09/25 23:27 #

    평론가들 설레발은 믿음이 안 가지요.
  • 시몬벨 2021/09/26 01:43 # 삭제 답글

    오싹했던 부분이 몇군데 있는데 그외에는 별로 무섭지 않았죠. 제일 인상적이었던건 중반부에 비얀 신과 님의 이별 장면. 개인적으로 제목이 랑종(무당)인 만큼, 님이 끝까지 활약했다면 좀더 제목에 맞는 엔딩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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