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괴물 백과 –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驚奇與怪異: 域外世界怪物志.2018) 2021년 서적




2018년에 중국의 작가 ‘류싱’이 집필한 저서 ‘驚奇與怪異: 域外世界怪物志(경기여괴이: 역외세계)’를, 2020년에 현대지성사에서 ‘세계 괴물 백과’란 제목으로 번안하여 정식 출간한 작품.

내용은 고대 근동(중동)부터 시작해 이집트, 그리스, 중세 종교, 동방 민족, 유럽의 전설 속에 나오는 110가지 괴이한 존재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고대 근동(중동) 신화’, ‘이집트 신화’, ‘그리스 신화’, ‘종교 전설’, ‘동방 여러 민족’, ‘유럽의 전설과 괴이한 일’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고, ‘괴물 백과’라는 제목에 걸맞게 신화 속 신, 영웅보다는 괴물과 괴물의 형상을 한 괴이한 존재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괴물’이란 단어만 보면 요즘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게 된 ‘몬스터 백과’ 같은 거 아니냐, 똑같은 몬스터 재탕 삼탕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의외로 실제 결과물은 좀 다르다.

고대 근동, 이집트, 그리스, 종교 전설(중세 기독교)까지는 기존의 신화 사전, 도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게 단순히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만 복사+붙여넣기한 것까지는 아닌 게, 각 신화의 연관성을 제시하고 추측하는 내용을 덧붙여서 저자가 최소한 스스로 관련된 문헌을 뒤져가며 정보를 구하고 연구한 흔적은 있다.

아무래도 고대 근동 신화가 목차상 가장 처음에 나오는 만큼 가장 오래됐기 때문에 그 뒤에 나온 신화 속 괴물이 고대 근동 신화의 괴물에 기원을 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주로 나와서 기승전고대 중근동 신화로 끝나는 게 좀 단순한 패턴이기는 하나, 그래도 이런 게 기존에 나온 괴물 사전과 차별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본편 내용 중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돋우기 시작하는 건 ‘동방 여러 민족 전설’과 ‘유럽의 전설과 괴이한 일’ 카테고리다.

‘동방 여러 민족 전설’은 14세기 중세 시대 서양인들이 동방(인도, 에티오피아) 등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 낸 신비한 종족들을 다루고 있는데. 중국 신화에서 중국인들이 서역을 미지의 땅이라고 여기며, 그곳에 신비한 종족이 산다고 상상을 하던 것의 서양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기 나오는 신비한 종족은 어디까지나 ‘이상한 인간’이니 초자연적인 존재는 아니라서, ‘괴물/요괴’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는 관계로 지금까지 나온 몬스터 백과류 책에서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작에서 그 소재를 다른 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유럽의 전설과 괴이한 일’도 유니콘, 와이번, 그리핀, 인어, 늑대 인간, 스핑크스, 켄타우로스, 고르곤(메두사) 등은 워낙 메이저해서 기존의 몬스터 백과류 책에서 빠짐 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라 되게 식상했지만, 그 이외의 다른 괴물들은 전에 볼 수 없는 것들이 잔뜩 나와서 이게 또 흥미진진하다.

독일의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가 로마 카톨릭의 부패에 반기를 들어 종교 개혁을 하던 때, 교황청과 여론전을 펼치면서 그 당시 카톨릭 교회를 풍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낸 풍자화 속 괴물, 중세 시대 동물지에서 묘사된 동물, 소문으로 떠돌거나 혹은 처음부터 가짜로 만들어진 괴물 등등. 신화, 전설, 민담의 범주에서 벗어난 중세 시대 창작 괴물들이 나온다.

이게 중세 시대 창작 괴물이라서 되게 마이너한 것들이다 보니 기존의 몬스터 백과류 책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소재였는데. 본작은 그걸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문에서 괴물을 소개할 때마다 그 괴물에 대한 삽화가 한 장씩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데. 이게 저자가 따로 그린 것이 아니라, 고대 시대의 벽화, 조각상 사진과 중세 시대 목판화, 삽화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출저 표기를 하고 있어서 현대의 관점으로 그림을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느낌 그대로 들어서 매우 좋다.

기존의 몬스터 백과류 책에서는 몬스터 그림을 새로 그려 넣는 게 일반화됐는데. 그림을 잘 그리면 그나마 낫지만.. 그림을 못 그리거나, 혹은 아동용 서적이라고 그림의 눈높이를 낮춰서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한 그림이 태반이라서 그림과 내용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책 자체를 온전히 읽기 힘든 일까지 생기고. 이 책 저 책 할 것 없이 똑같은 괴물 재탕 삼탕 소개하는데 그 괴물의 그림은 책마다 죄다 다르니 괴물 그림의 원류와 기원을 찾기 너무 힘드니 차라리 이렇게 옛날 그림을 그대로 넣는 게 훨씬 낫다.

아쉬운 점은 번역에 약간 아쉬운 점이 있는 게, ‘케루빔(Cherubim)’을 ‘거룹’, ‘세라프(Seraph)’를 ‘스랍’이라고 적어놓은 부분들이다. 이게 아는 사람만 아는 매니악한 단어도 아니고. 국어 사전에도 그렇게 적혀 있는데 영어 철자만 보고 거룹, 스랍. 이렇게 발음하니 뭔가 좀 번역의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설마 저게 중국식 영어 발음인 건가?)

여기서 케루빔, 세라프 같은 천사들을 왜 괴물 사전에 넣은 걸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케루빔, 세라프의 괴이한 생김세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실제 내용은 괴물 사전 테마에 맞아떨어진다.

결론은 추천작. 책 본편 전반부의 소재는 기존에 나온 신화 사전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후반부의 소재는 기존에 나온 몬스터 백과류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유니크함이 있고, 책 속 삽화를 새로 그린 것이 아니라 옛날 그림을 사용하고 있어 괴물 그림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중국에서 중국인 저자가 집필한 책인데 의외로 동양권 괴물은 전혀 다루지 않고, 책 속에서도 중국 신화를 언급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라서, 중국에서 나온 서양 신화/괴물 중심의 괴이 사전이란 것도 흥미롭다.

덧붙여 이 작품 책 앞표지에는 '스핑크스, 사이렌, 유니콘, 켄타우로스.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전 세계 괴물들을 만나다.'라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지만.. 사실 그건 오히려 기존의 괴물 백과류에서 지겹게 울궈먹은 것들이라 별로 볼만한 게 없고. 오히려 책 표지 곳곳을 장식한 괴물들의 중세 시대 삽화가 눈길을 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괴물들을 소개한다는 걸 부각시켜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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