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문 (2021) 2021년 개봉 영화




2021년에 ‘심덕근’ 감독이 만든 한국 공포 영화.

내용은 1990년에 귀사리의 한 수련원에서 건물 관리인이 투숙객들을 연쇄 살인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같은 해에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의 어머니가 무당이라서 수련원 건물 앞에서 씻김 굿을 하던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02년에 도진이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산 사람과 죽은 귀신이 만나는 귀문이 열리는 날. 귀사리 수련원에 가서 지박령들을 성불시키려고 하던 중, 1996년에 호러 공모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귀사리 수련원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대학생 3인방과 시공을 초월한 초공간 속에서 조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줄거리를 봐도 되게 혼란스러운데. 일단, 정리를 하자면 사건의 발단 자체는 단순하다.

무당인 어머니가 굿을 하다가 원귀에 의해 돌아가시고. 12년 후 퇴마사인 아들이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폐 수련원을 찾아가 1990년에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그때 죽은 사람들의 지박령들을 퇴마하겠다는 게 주목표다.

실제로 도진은 퇴마사라 귀신을 볼 수 있고, ‘금강저’를 사용해 귀신을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극 초반부에는 폐 수련원에 들어가 지박령을 없애는 장면도 나온다.

문제는 호러 공모전 영상을 찍기 위해 폐 수련원에 찾아갔다가 실종된 대학생 3인방과 2002년의 시간과 1996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초공간 속에서 조우하면서부터 작중 타임라인이 완전 꼬인다는 점이다.

‘귀문’의 핵심적인 설정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져 산 사람과 귀신이 만나는 것인데.. 이걸 왜 굳이 2002년의 시간과 1996년의 현재/과거 시간을 합친 건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그렇게 합치더라도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90년과 2002년 현재만 합쳐야지. 1996년을 대뜸 중간에 끼워 넣어서 이 난리를 친 건지 당최 알 수 없다.

도진 파트는 퇴마사의 퇴마행처럼 진행하다가, 대학생 3인방 파트는 폐 수련원 배경의 파운드 풋티지물로 진행을 하니 서로 완전 엇갈려있는데 억지로 이어 붙여버린 것이라 스토리가 완전 뒤죽박죽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메인 소재의 중심을 잃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퇴마물을 하고 싶은 건지, 파운드 풋티지물을 하고 싶은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실제로 도진은 도입부만 보면 퇴마 좀 할 것처럼 보이고, 금강저도 갖고 있으니 뽀대는 나는데.. 도입부를 지나 본편 스토리에 진입한 뒤에는 퇴마사로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나온다.

주인공으로서 사건을 조사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조사를 하는가 싶어도 그걸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하고 초공간 속에서 헤매기만 해서 스토리 진전이 전혀 안 된다.

그냥 폐 수련원 내에 생성된 초공간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헤메다가 끝난다. 사건의 진상도 도진의 힘으로 밝혀지는 게 아니라. 사건의 흑막이 ‘실은 내가 최종 보스야!’라고 셀프로 고백하는 수준으로 숟가락 들고 밥 떠먹여주는 수준이라 스토리의 구성이 대단히 허술하다.

더 큰 문제는 대학생 3인방의 존재다 도진을 주인공으로 본다면 이 대학생 3인방의 존재 자체가 불필요하다. 메인 스토리에서 대학생들 파트를 완전 드러내도 아무런 하자가 없고, 오히려 대학생들 파트가 들어가면서 도진의 퇴마행이 완벽하게 묻혀 버렸다.

원래대로라면 도진이 수련원 안을 돌아다니며 조사에 착수해 사건의 단서를 얻고, 지박령을 퇴마해서 성불시켜야 되는데 대학생 3인방들 때문에 그게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퇴마가 목적인 애랑, 탈출이 목적인 애들을 붙여 놓은 것 자체가 완전 넌센스다)

그렇다고 도진과 대학생 3인방이 캐릭터 간의 케미를 이끌어낸 것도, 제대로 된 갈등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초공간 속에 갇혀서 사태 파악할 겨를이 없이 무작정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끝난다. ‘

애초에 폐 수련원에서 1990년에 발생한 살인 사건 때 죽은 사람들의 지박령을 다 퇴마한다고 찾아갔으면서, 그 많은 사람 중에 달랑 1명 퇴마했고. 수련원에 얽힌 비밀도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낸 것도 아니라서, 왜 굳이 폐 수련원을 배경으로 삼았는지 의문마저 든다.

이건 추측해 보자면, 폐 정신병원 배경의 파운드 풋티지물로 국내에서 꽤 히트를 친 ‘곤지암(2018)’과 유튜브 방송으로 BJ들이 폐가 탐방을 하는 게 한때 유행을 한 걸 보고, ‘요즘은 이런 소재가 먹히겠지?’하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 게 아닐까 싶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건 다 떠나서, 1996년 대학생 파트만 넣지 않았어도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 같다. 대학생 파트가 진짜 이 작품에 있어서 완전 구멍. 아니, 구멍 수준을 넘어선 블랙홀이라 작품의 완성도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건 서사가 늘어나서 이야기가 풍성해졌다고 하는 게 아니라. 서사를 대책 없이 늘려서 억지로 끼워 맞췄다가 폭망했다고 하는 거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중국집에 전화해서 짜장면을 한 그릇 시켰는데, 짜장면 위에 초장 듬뿍 찍은 생선회가 올라간 게 온 격이다.

그나마 나은 점을 어떻게든 찾아보자면, 극 초반부의 도진 파트가 공포 어드벤처 게임 느낌이 살짝 나는 게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볼 때 괜찮았다. 그 부분만 따로 떼어서 게임으로 만들어도 어울릴 것 같다. (물론 대학생 파트 같은 건 절대 넣지 말고)

결론은 비추천. 귀문을 메인 소재로 삼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그럴 싸한 설정을, 밑도 끝도 없이 3개의 시간대가 뒤섞인 초공간으로 만들어 놓고 각 시간대의 캐릭터를 한 자리에 억지로 쑤셔 넣어 스토리가 난잡하고 퇴마물로 시작해 파운드 풋티지물로 끝나는 장르 이탈 현상도 심해 전반적인 스토리의 구성이 매우 떨어져 작품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입부 때 도진이 아침에 자고 일어나 양치질하며 담배피는 씬 밖에 없다. 양치질 하고 나서 담배를 피는 게 아니라. 양치질 하면서 담배를 피는 거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넣은 건지 알 수 없는 씬인데. 양치하면서 담배 피면 간지 난다고 생각한 걸까.


덧글

  • 시몬벨 2021/09/16 00:55 # 삭제 답글

    그냥 도진 파트로 영화 다 만들고 보니까 러닝타임이 부족해서 억지로 끼워넣은거 아닐지...
  • 잠뿌리 2021/09/17 20:53 #

    본편 내용에서 대학생 3인방이 차지하는 스토리 비중이 너무 커서 도진 파트만 남겨 놓으면 러닝 타임이 30분도 채 안 될 것 같습니다.
  • spawn 2021/09/20 10:50 # 삭제 답글

    국산은 보지도 사지도 맙시다.
  • 잠뿌리 2021/09/22 23:50 #

    이 작품이 그냥 별로였을 뿐입니다.
  • uu 2021/09/25 15:06 # 삭제 답글

    ㅋㅋㅋ잘 읽었습니다 그런 어마무시한(?) 영화였군요
    김강우 좋은 배우라 생각하는데, 작품 고르는 솜씨는 어째ㅠ
  • 잠뿌리 2021/09/25 23:13 #

    뭔가 작품 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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