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 (2021) 2021년 개봉 영화




2021년에 ‘최재훈’ 감독이 만든 한국 공포 영화. 2021년 3월 24일 개봉으로, 개봉 시기적으로 2021년에 나온 한국 영화 중 첫 번째 공포 영화가 됐다.

내용은 영문과 대학생 ‘도현’이 우연히 편입생 ‘진호’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최 교수’에게 최면 치료를 받게 됐는데. 그날 이후 알 수 없는 기억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메인 소재는 ‘최면’이지만, 좀 더 깊이 파고 들어보면 핵심적인 내용이 ‘학폭 미투’이고. 거기에 최면 소재를 가미해 풀어낸 복수극으로, 학폭 미투에 대한 응징은 시의적절한 소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류의 복수극 자체는 다소 식상한 내용인 데다가, 학폭 미투 자체도 디테일하게 다루지 못해서 시나리오적인 부분의 완성도가 생각 이상으로 떨어진다.

학폭 미투가 소재인데, 가해자들이 가해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이 있어서, 스토리 내내 아무 죄도 없는 젊은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것처럼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실은 너희들이 존나 나쁜 놈들이고. 죽을 죄를 지었으니 죽는 거다!’라고 해버리니, 감정 몰입이 전혀 안 된다.

가해자들이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란 밑밥을 충분히 깔아 놓고, 죽음의 심판을 내려 복수극을 완성시켜야 죄짓고 못 산다는 권선징악적 징벌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 있는데.. 가해자는 기억을 못한다는 설정에 함몰되어, 복수극의 빌드 업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 죽어 나가는 것만 보여준다.

기억을 잃었으니,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냥 사람들 계속 죽어 나가다가, 더 죽일 사람이 없이 마지막 한 명 남았을 때. 사건의 흑막이 뿅-하고 나타나서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니.. 학폭 미투가 핵심적인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게 아니라. 영화 마지막에 가서 반전이랍시고 나온 것이라 스토리를 존나 억지로 끼워 맞췄다.

본작의 감상 댓글에 스토리에 개연성이 없다는 말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일부 장면은 좀 불필요하게 잔인한 구석이 있다. 칼로 연필 깎다가 자기 손가락 살을 깎아버리는 거나, 두 눈을 뽑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혼령 묘사 등등인데 극 전개상 꼭 들어갈 필요가 없는데도 좀 억지로 넣은 느낌마저 든다.

정작 가해자들이 죽는 순간은 무슨 무비 이벤트 안 보고 스킵 버튼 누르는 것마냥 간략하게 묘사하고 슥 지나가기 때문에 뭔가 포인트를 계속 놓치는 것 같다.

배우들도 연기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서 평균 연기력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사실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떨어지는 거지만, 극 전개상 작중 인물들이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기도 전에 죽어나가기 때문에 연기력을 뽐낼 만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연기력을 기대할 만한 배우들은 ‘손병호’, ‘서이숙’ 등의 중견 배우들인데. 이 둘은 ‘특별출연’으로 등장해서 캐릭터 비중이 거의 배경 인물 수준에 가깝기 때문에 중용 받지 못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건, 작중에서 최면 상태에 빠질 때 스쳐 지나가는 배경 연출과 포스터 디자인 정도 밖에 없다. 본작을 만든 ‘최재훈’ 감독이 장편 영화보다는 영화의 미술 감독 쪽으로 오래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그 부분만 유일하게 낫다 싶다.

그 밖에 아무리 주역들이 대학생이라고 해도, 흡연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게 좀 눈에 걸린다. 흡연 장면이 꼭 나와야 할 이유도 모르겠는데, 틈만 나면 꾸역꾸역 담배 피는 장면을 넣어서 진짜 화면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결론은 비추천. 학폭 미투라는 시의적절한 소재를 차용했음에도 사회 문제를 비판한 게 아니고, 작중에서 벌어진 최면 살인의 동기로만 쓰여서 깊이가 없고. 학폭 미투 소재의 복수극인데 가해자의 기억이 없다는 설정에 함몰되어 밑도 끝도 없이 사람 죽는 것만 보여줘서 허술한 구성과 개연성 없는 스토리의 환장스러운 조화로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떨어지는 데다가, 연기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신인 배우들의 발연기까지 더해진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스토리는 2007년에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팀 겟네임’이 연재한 웹툰 ‘교수인형’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팀 겟네임은 닥터 하운드(2017)의 아루아니 작가가 글, 스위트 홈의 김칸비 작가가 그림을 맡은 웹툰 작가 팀으로 본작이 두 작가의 데뷔작이다)

표절 의혹 제기된 부분은, 어린이가 범죄를 저질렀다가 최면으로 기억이 지워지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살인사건이 벌어져 싹 다 죽어 나가는 복수극이 시작된다는 것인데.. 영화 ‘최면’은 그 부분 이외에 캐릭터, 사건, 스토리 전개, 결말 등이 웹툰과 전혀 다르고,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영화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가 대단히 떨어져 표절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유일하게 건질 만한 건 아이돌 그룹 ‘베리굿’의 멤버인 ‘조현’이 등장해서 미모를 뽐낸 것밖에 없다. 영화 포스터에서는 중요 인물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초기에 리타이어해서 출현 분량도 적은데. 겁나 이쁘게 나와서 미모만이 눈길을 끈다. (근데, 영화 본편 내용보다 출현 배우 미모만 눈에 띄는 게 또 한국 공포 영화 망함의 클리셰라..)

덧붙여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언론에서 '소리 없이 입소문 탄 작품' 어쩌고 하면서 홍보 기사가 올라왔지만.. 전국 관객수 5.5만명으로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해 소리 없이 입소문 탄 게 아니라 그냥 소리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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