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이클립스 (日蝕.1995) 2021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富优资讯有限公司(후요우 통신)’에서 MS-DOS용으로 만든 SRPG 게임. 한국에서는 ‘SKC’에서 수입해 정식으로 한글화하여 발매됐다. 원제는 ‘日蝕(일식).’ 영제는 ‘이클립스(Eclipse)’다.

내용은 신이 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여 재난이 없는 ‘아모스 대륙’에 살게 했는데, ‘사악원소’가 아모스 대륙을 침식하여 인간의 본질이 변하고, 악마 ‘사바카’를 만들어내자, 신이 4명의 ‘성전기사’를 임명하여 ‘용자의 검’, ‘빛의 옷’, ‘현자의 석’, ‘무사의 책’을 주어 사바카를 봉인시켰는데. 이때 사바카가 검은 태양이 이상한 빛을 발산하면 돌아올 것이란 예언을 남기고,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 ‘아도 제국’에서 재관 ‘하이레스’와 재상 ‘크리스도프’가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고, 쌍둥이 왕자 '아리크스', '아티스' 둘만이 충신 ‘레스다’와 ‘상지스’의 손에 의해 간신히 탈출하여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 하이레스와 크리스도프가 사바카를 부활시키기 위해 마군을 보내 대륙 전체를 들쑤시자, 아리크스와 일행들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턴제 SRPG 게임으로, 대만 게임이지만 게임 내 일러스트는 서양 게임 느낌 나고, 게임 필드에서의 유니트 생김세는 일본 ‘페가서스 저팬’의 ‘그레이 스톤 사가(1994)’ 풍이고. 전투가 벌어질 때 공방을 주고 받는 전투 화면이 따로 나오지 않고. 필드상에서 유니트가 그냥 직접 공격을 하고 마법을 사용하는 모양새는 일본 ‘히메야 소프트’의 ‘칠영웅 이야기(1995)’를 연상시키는데, 본편 스토리와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부대 컨셉 등은 또 일본의 KSK의 ‘퍼스트 퀸 4(1994)’를 생각나게 하고. 일부 캐릭터는 세가의 ‘샤이닝 포스 1(1992)’을 따라가고 있다.

유니트 능력치는 생명(HP), 역량(MP), 방어, 정신, 민첩, 이동력, 이동방식, 부하상태, 피로도, 경험치로 구성되어 있다.

퍼스트 퀸 4의 피로도 시스템을 가져다 썼는데, 퍼스트 퀸 4는 전투가 실시간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이동 자체는 문제가 없고 전투가 벌어질 때 적과 맞부딪쳐 싸우면 피로도가 실시간으로 쌓이는 방식이지만. 본작은 턴제 전투라서 전투 뿐만이 아니라 이동을 할 때도 피로도가 쌓인다.

피로도 수치에 따라 유니트의 상태도 바뀐다. 상태가 좋을 때는 알파벳 A와 +까지 붙어서 표시되지만, 상태가 나쁠 때는 알파벳 표기가 한 단계씩 내려간다.

상태 좋을 때는 적에게 공격을 받아도 레벨과 능력치에 상관없이 생명력이 1씩 달아서 뭔가 적의 공격이 스치는 공격 같지만.. 상태가 나쁠 때는 반대로 데미지 수치고 올라가서 조심해야 한다.

휴식을 취하면 피로도와 생명력이 소량 회복돼서 전투 중간중간에 휴식을 하는 건 필수다. 게임의 특성상 회복 아이템은 전혀 없고. 마법 중에서도 피로도를 복구해주는 것은 없기 때문에 휴식을 하지 않는 이상 피로도가 복구되지 않는다.

장비 슬롯은 무기, 방어(방어구), 도구(악세서리) 등의 3가지다.

돈의 개념이 없어서 게임 내에 상점도 존재하지 않고, 장비도 드랍되지 않는다. 무기, 방어구는 경험치를 쌓아 등급(레벨)을 올리면 무기, 방어구도 파워업해서 변하고. 도구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전리품으로 정해진 것들을 입수할 수 있다.

SRPG 게임으로서 미션 시작 전에 화면 우측에 있는 ‘양방향 화살표’를 클릭해 활성화시킨 후, 좌측 하단의 ‘대기인물’ 슬롯에 있는 유니트를 선택하면 우측 하단의 ‘출전인물’로 옮겨지는데, 그 뒤에 화면 우측에 있는 ‘행동’을 누르면 미션에 돌입할 수 있다.

그 위쪽의 메뉴는 ‘읽기(데이타 불러오기)’, ‘기록(데이타 저장)’, ‘음악(BGM 온/오프)’, ‘종료(DOS로 빠져나가기)’ 등을 지원한다.

게임 메인 화면에서는 ‘지난흔적’, ‘유랑천하’, ‘게임종료’의 3가지 메뉴를 지원하는데. 언뜻 보면 ‘지난흔적’이 데이터 불러오기 같고, ‘유랑천하’가 게임 시작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지난흔적’이 게임 시작이고, ‘유랑천하’가 데이터 불러오기다.

메인 플레이 때 지원하는 ‘명령(커맨드)’는 ‘이동’, ‘전투(공격)’, ‘상황(스테이터스 수치 확인)’, ‘시스템’이 있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자기 턴에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유니트별로 민첩성에 따라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이라, 순서를 바꿔서 다른 유니트를 먼저 조정할 수 없고. 미니 맵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맵상에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하기 좀 어려운 구석이 있다.

화면 시점을 움직일 때, 보통은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그 방향에 따라 시점이 이동하기 마련인데. 본작은 화면 상하좌우 4방향의 끄트머리를 클릭해서 이동하는 방식이라 좀 번거롭다. 키보드를 전혀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마우스로만 조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마법사, 성직자 등의 스펠 유저들은 ‘마법’ 커맨드가 있는데 ‘전투’ 커맨드 자체가 없어서 물리 공격은 할 수 없다. 방어구야 그렇다 치고, 물리 공격을 아예 못 하는데 왜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법을 새로 배우는 것도 무기 파워업 여부와 무관하게 레벨만 오르면 자동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무기의 존재 이유를 더더욱 모르겠다.

동료 캐릭터는 생각보다 많은데, 최종화 직전까지의 동료 최대 수는 12명이다. 플레이 초반부의 일부 동료가 사망하거나, 세뇌 당해 적으로 나오는 이벤트 등이 있어서 사망 확정 캐릭터 2명까지 합치면 총 14명이다.

종족이 ‘인간’, ‘반요정’, ‘지정(난쟁이)’, ‘익인(날개 달린 유익인)’, ‘수인(동물 귀 인간)’, ‘거인’, ‘용족’, ‘기계’ 등 종류가 많아서 파티 구성원이 다양하다.

근데 무슨 이유인지, 명색이 SRPG 게임인데 기병, 궁병류 캐릭터가 없다. 직업 타입이 전사, 아니면 마법사 타입 둘밖에 없다.

동료가 많으니 파티 볼륨이 큰 것은 좋은데, 문제는 스토리 진행 도중에 동료와 헤어졌다가, 나중에 다시 재회해 파티에 합류했을 때 레벨이 리셋된다는 거다.

동료 중에 누가 파티에 빠지고, 빠졌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 재합류하면 그 시기가 언제인지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인공 이외에 다른 캐릭터를 공들여 키우는 게 복불복이 되어 버렸다.

메인 스토리는 사악한 신관, 재상이 반란을 일으켜 제국을 손에 넣고, 사악한 마왕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가운데. 제국의 쌍둥이 왕자가 충신의 손에 의해 간신히 탈출하고 세월이 흘러 그들이 어른이 된 뒤 마왕 부활을 저지한다는 내용인데.. 판타지 장르의 클리셰라고 할 만큼 너무 식상한 내용인 데다가, SRPG라고 전투에 치중해서 스토리를 소흘히 한 듯. 있는 설정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주인공 ‘아리크스’가 제국의 왕자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게 보통은, 초반에 밝혀진 뒤에 왕자로서 빼앗긴 나라와 왕위를 되찾기 위한 싸움이 진행되어야 할 텐데.. 본작에선 아리크스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게 극 후반부라서 왕자란 게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쌍둥이 형제인 ‘아티스’도 대현자의 제자로 첫 등장해서 변변한 대사 하나 없이 길가던 마법사 A 수준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리크스의 쌍둥이 형제란 사실이 밝혀져서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한다.

중반부에 고신전에서 적 마법사의 자폭 공격에 의해 헤어졌던 소피아가, 최종화 직전에 뜬금없이 적에게 세뇌 당해 나타났다가 주인공 일행한테 뚜드려 맞고 죽는데. 이것도 게임 패키지 뒷면에 주인공이 소피아를 안고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일러스트로까지 실얻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게임 내에서는 되게 건성으로 묘사하고 넘어갔다. (아니, 보통은 소피아가 제정신 차리고 유언이라도 남기면서 주인공하고 눈물의 이별 이벤트를 나눠야 하는 거 아니냐고!)

스토리 전반에 걸쳐 아리크스가 주인공으로서 대사를 독점하고 있고. 다른 동료들은 합류 이벤트 때 대사 몇 마디가 나온 이후로는, 스토리 본편에서는 대사 지분이 거의 없고. 있어도 별 의미 없이 주인공이 하는 말에 추임새를 넣는 것 정도라서 텍스트가 부실하다.

차라리 네임드급 적들의 평균 대사가 더 많을 정도다.

그래서 한국에서 정식 한글화하여 발매된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한글화의 의미가 퇴색될 정도다.

그밖에 게임 스토리 내 떡밥 회수도 진짜 어지간히 못했다. 줄거리 보면 신이 4인의 '성전기사'를 임명하여 용자의 검, 빛의 갑옷, 현자의 석, 무사의 책 등 4가지 신의 무기를 주어 사바카를 봉인했다고 나오는데.. 실제 인게임에서는 성전기사 4명 중 1명만 엑스트라처럼 나오고. 존나 뜬금없이 주인공 아리크스가 성전기사의 피를 이어 받은 자로 나와서 제국 왕자 설정은 완전 묻히는데, 신의 무기 4가지도 그냥 게임 플레이하면서 미션 깨다 보면 전리품으로 주는데. 각각의 아이템이 장착 효과가 특별히 높은 것도, 무슨 특별한 능력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진짜 별것 없는데 설정만 요란하다.

결론은 평작. SRPG 게임으로서 유명 게임의 요소를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게임 자체의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주인공 부대가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좋았는데, 동료의 이탈과 재합류 과정에서 레벨 리셋되는 문제와 동료들의 대화 지분이 너무 적어 각각의 캐릭터가 존재감이 없는 것과 메인 스토리가 식상한 것들로 인해, 부대 구성 컨셉만 괜찮고 게임 전반의 완성도와 재미는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동료 캐릭터 중, 기계 종족의 ‘수호자’와 용족의 ‘루이스’는 각각 샤이닝 포스 2의 고대 기계병 ‘박카스’, ‘샤이닝 포스 1의 드래곤 ’바류‘를 모방한 것 같다. 특히 바류는 꼬마룡의 모습으로 나와서 스토리 전개상 잠시 이탈했다가 어른용의 모습으로 바뀌어 재합류하는 것은, 샤이닝 포스 1에서 바류가 꼬마룡으로 나왔다가 레벨업 후 전직을 하면 성룡으로 변하는 것과 동일하다. (어린 아이였다가 단기간 성장하여 성인이 되어 합류하는 건 샤이닝 포스 2의 조인족 ’필더‘의 합류 이벤트에서 따온 것 같다)

덧붙여 본작은 DOSBOX로 실행할 때 Divide Error 에러가 떠서 설치도, 게임 플레이도 안 되는데. 그게 이 게임의 그래픽 카드가 VGA가 아니라 VESA를 지원하기 때문에 DOSBOX의 옵션에서 그래픽 머신을 ‘svga_s3’이 아니라 ‘vesa_olvbe’로 수정해야 한다.

추가로 인스톨 화면에서, 게임이 설치되는 동안 게임 오프닝에도 나오지 않았던 주인공의 출생 이야기를 텍스트로 보여주는 게 꽤 신선했다.


덧글

  • 금린어 2021/09/07 15:33 # 답글

    와 이게 정말 해보고 싶어서 오래전에 블로그에 글도 올렸었는데, 이렇게라도 구경하게 되네요 ㅠㅠ 정말 주변에 아무도 모르고 가진 사람도 없어서 여지껏 못해봤습니다
  • 잠뿌리 2021/09/07 18:57 #

    저도 최근에 구해서 해본 게임입니다. 희귀 게임이었죠.
  • 시몬벨 2021/09/09 01:39 # 삭제 답글

    소피아가 초반부터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빨간색 비키니아머 여전사 맞죠? 나름 히로인급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 잠뿌리 2021/09/10 08:01 #

    네. 맞습니다. 대사 지분이 거의 없어서 이름모를 용병 A 수준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데 중반부에 헤어졌다가 갑자기 최종화 직전에 적에게 세뇌당해서 보스로 등장해서 생뚱 맞았죠.
  • 시몬벨 2021/09/09 21:58 # 삭제 답글

    그러고 보니 이 게임이 멀티엔딩이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정말이라면 소피아 생존루트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잠뿌리 2021/09/10 08:04 #

    게임 전체를 통틀어 딱 한 번 3가지 루트 중 하나를 고르는 분기 선택지가 있는데 하나만 골라봐서 나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헌데 이 게임 패키지 일러스트가 주인공이 죽은 소피아를 안고 절규하는 듯한 그림이라서 아무래도 그게 공식 스토리로 봐서는 소피아 생존 루트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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