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둘리 부라보 랜드 (1992) 2021년 게임(카테고리 미정리)




1983년에 ‘김수정’ 작가가 그린 만화 ‘아기공룡 둘리’를 원작으로 삼아, 1992년에 ‘잼잼 크럽’에서 개발, ‘다우 정보시스템’에서 ‘패미콤’용으로 발매한 액션 게임.

내용은 집에서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하던 ‘고길동’이 정체불명의 레코드판을 돌리다가, ‘디스크 악마’를 소환했는데. 디스크 악마가 고길동을 잡아가고. 온 세상을 악마의 세계로 만들려고 새로 개장한 ‘부라보 랜드’를 점령해 그곳 숲속 깊은 곳에 자신의 성을 지은 뒤, ‘심불이’, ‘추장’, ‘해적선장’, ‘염라대왕’, ‘해피 유령’, ‘꼴뚜기 왕자’, ‘칼슘 귀신’ 등을 부하로 삼아 부라보 랜드를 혼란에 빠트리자, 둘리가 친구들을 구하고 부라보 랜드를 어린이들의 낙원으로 회생시키기 위해 출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미 제믹스(MSX), 삼성 겜보이(세가 마크 3)용으로 아기 공룡 둘리 게임이 나온 바 있어서, 본작은 아기 공룡 둘리 게임판 중에서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희귀 게임 취급을 받다가 2017년에 비로서 ‘장군의 아들(패미콤판)’, ‘도술동자 구구’ 등과 함께 에뮬 롬이 덤프된 바 있다.

겜보이판이 횡 스크롤 슈팅 게임에 가까웠다면, 이 패미콤판은 횡 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캡콤’의 ‘록맨’ 스타일이다.

게임 조작 방법은 십자 패드 좌우 이동, B버튼(공격), A버튼(점프), START버튼(시작 및 일시 정지)다.

게임 본편은 국산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텍스트 요소가 매우 적어서 국산 한글 게임이란 게 별 의미가 없다. 한글로 표기되는 부분은 각 스테이지 명칭밖에 없다.

줄거리는 둘리가 디스크 악마로부터 친구들을 구하고 부라보 랜드를 탈환하러 간다는 내용이지만, 앞서 말했듯 게임 내 텍스트 요소가 전무해서 그 줄거리 내용은 게임 패키지에 동봉된 매뉴얼에서밖에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실제 인게임에서는 텍스트가 나오지 않는 것도 않는 거지만, 둘리가 친구들을 구하는 내용 자체도 나오지 않고. 보스전 클리어 후에 나오는 한 컷짜리 데모 영상은 게임 스토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생뚱 맞은 것들이 많아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만든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둘리의 친구들은 게임 내에서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간접적으로만 나온다.

‘우주 해적 나라’에서 도우너의 ‘타임 코스모스’가 이동식 발판으로 나오고, ‘알 수 없는 나라’는 보스전을 클리어하면 데모 화면에 ‘또치’가 식인종한테 붙잡혀 장작구이가 될 위기에 처하는 장면에 나오며, 게임 오버 화면에서는 둘리가 ‘희동이’를 업고 나온다.

‘도우너’와 ‘마이콜’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출현 씬이 단 한 컷도 없다.

‘심불이’ 같이 원작 만화에만 등장하던 캐릭터조차 보스 캐릭터로 활용하는데 왜 레귤러 멤버인 둘리의 친구들은 그렇게 홀대한 건지 모르겠다.

게임 내 스테이지는 ‘우주 해적 나라’, ‘부라보 열차’, ‘귀신의 집’, ‘지하 탐험 보트’, ‘알 수 없는 나라’, ‘하늘나라’, ‘물속나라’, ‘디스크 악마성’ 등의 총 8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 디스크 악마성은 최종 스테이지로 이전의 7개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한 다음에 선택이 가능하고. 이전의 7개 스테이지는 클리어하는데 순서가 따로 없고 뭐든 원하는 걸 선택해 먼저 클리어할 수 있다.

잔기와 라이프의 개념이 있는데. 잔기는 최대 5개까지 늘릴 수 있고, 라이프도 최대 5개를 늘릴 수 있는데.. 기본 라이프가 3개라서, 스테이지 클리어 후 남은 최대 체력이 리셋돼서 라이프 3으로 돌아온다.

기본 무기는 표창 모양의 총알인데. 파워업 요소는 전혀 없고 이것 이외에 다른 무기도 없다.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이 무기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록맨 스타일이기 때문에, 버튼을 연타하면 연사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게 딱 3발씩만 연사가 가능하다. 화면상에 총알 3개가 떠 있는 동안에는 추가로 총알을 쏠 수 없다는 소리다.

무기는 없지만 하트(체력 회복), 둘리 머리(1UP), 시계(화면상의 적을 일시 정지시킴), 마법의 시약(일정 시간 동안 무적), 폭탄(화면상의 적을 전부 격파) 등의 아이템은 있다.

하지만 드랍형 아이템이 아니라 배치형 아이템이라서 스테이지별로 딱 정해진 만큼의 아이템만 나오는데. 하트와 둘리 머리는 그래도 한 스테이지 내에서 1~3번 정도 나오는 반면, ‘시계’, ‘폭탄’, ‘마법의 시약’ 등의 아이템 3가지는 완전 희귀 아이템이라. 한 스테이지 내에서가 아니라, 전체 스테이지 중에서 한두 스테이지에서만 평균적으로 1번씩만 나와서 아이템 보급률이 굉장히 떨어진다.

게임 레벨 디자인은 온전한 게임 플레이가 어려울 정도로 불합리한 구석이 많다.

플레그 같은 중간 세이브 기능이 없어서 스테이지 진행 도중에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게임의 기본 스타일은 캡콤의 ‘록맨’ 같은 느낌인데, 피격 판정은 거의 ‘브로드번드’의 ‘스펠랑카’ 수준이라서 굉장히 엄격하다.

낭떠러지나 함정 등에 살짝 스쳐도 무조건 죽는데, 이동식 발판 같은 걸 타고 이동하다가도 1도트만 발판을 벗어나 낭떠러지/함정에 닿으면 즉사한다.

이동식 발판을 타고 지면을 향해 내려가는데, 보통 일반적인 게임은 지면에 닿은 순간 바로 땅을 딛고 서는 반면. 본작에서는 지면에 닿기 전에 발판에서 점프하지 않으면 지면에 닿는 것 자체에 사망 판정이 생겨 죽어 버린다. 즉, 발판 위에서 지면에 가서 닿으면 죽고, 지면에 닿기 직전에 발판에서 뛰어 올라 지면 위에 서면 안 죽는 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적은 중간 보스/보스를 제외한 일반 자코들은 방어력이 낮아서 기본 공격 한두 번으로 물리칠 수 있는데, 문제는 잡졸이 나오는 구간이 이동식 발판을 타고 이동하는 구간이 많아서 안 그래도 피격 판정이 엄격한데. 꼭 점프로 뛰기 어려운 구간에 자코들이 튀어나와서 총알을 쏘아 오기 때문에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엿먹이고 싶어 하는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질 정도다.

한 방에 즉사하지 않고, 닿으면 계속 데미지를 주는 함정 같은 경우는 더 악랄한 게, 데미지를 입으면 둘리가 눈을 감고 몸을 뒤흔드는 피격 모션은 있는데 무적 시간을 일체 주지 않아서 데미지 트랩에 걸리면 거기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생명력이 다 떨어져 죽어 버린다.

데미지 트랩 말고도 자코 같은 경우도, 한 마리 이상의 자코가 등장할 때. 앞서 다가오는 자코와 충돌해서 데미지를 입은 순간. 뒤에서 따라오는 자코와 또 충돌해서 다단 히트를 당해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일도 생긴다.

난이도가 무자비한 록맨조차도 데미지를 입으면 투명 무적 시간을 단 몇 초라도 줬는데 본작은 그것조차 주지 않아서 무자비x2다.

보스전 때 죽으면 다행히 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아니라 보스전 구간부터 다시 하는데. 문제는 보스들의 평균 공격 패턴이 굉장히 짜증나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거다.

좌우로 움직이다가 점프를 하며 공격해오는 보스는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데, 비행 혹은 순간이동으로 화면 곳곳에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공격하는 보스는 공략하기 매우 까다롭다.

공략 패턴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고. ‘화면 곳곳에 나타나는’ 특성 때문에 이쪽에서 아무리 점프를 해도 공격할 수 없는 위치에 나타나 탄막을 펼치는 게 짜증 나는 거다.

최소한 발판 같은 거라도 있어서 거길 딛고 올라가든, 점프를 하든 이쪽에서 공격할 수단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걸 주지 않은 채 보스가 지 혼자만 마음대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공격하게 만드니 사람 빡치게 만든다.

보스들은 둘리와 다르게 피격 당하는 모션이 없고, 보스의 체력 게이지도 따로 없는 데다가, 게임 내 프레임 문제로 인해 이쪽에서 쏜 총알이 보스의 몸을 통과하는 일까지 생겨서, 공격을 해서 명중을 시켜도 이게 맞은 건지, 안 맞은 건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진짜 거지 같다.

록맨을 예로 들면 록맨이 맞으면 눈을 깜빡거리며 뒷걸음질치는 피격 모션을 취하고, 록맨이 보스에게 공격을 명주시키면 ‘팟’하는 소리와 함께 보스의 몸에 충격파 이펙트가 나오며, 보스의 체력 게이지도 표시됐던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진짜 무슨 눈가리고 게임하는 느낌마저 든다.

최종 보스인 디스크 악마를 쓰러트리면, 디스크 악마의 데모 컷씬 한 장이 나온 후 별도의 엔딩 장면 하나 없이 바로 엔딩 스텝롤이 올라가고. 스텝롤이 다 올라간 다음에는 에필로그 씬으로 고길동이 빗자루로 마당을 쓸다가 둘리가 다가오는 걸 보고 잔소리를 하다가, 둘리가 눈을 뭉쳐 던져서 고길동을 맞춰 쓰러트리고는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장면으로 끝맺음을 한다.

이게 언뜻 뵈면 되게 허무한 엔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게임 내 도트 캐릭터로 한 컷 등장한 게 본작에서는 대단한 거라 어찌 보면 고길동을 나름대로 대우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우너, 마이콜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고, 또치는 스테이지 클리어 후 컷씬에 잠깐 나오고, 희동이는 게임 오버 씬에 일러스트로 등장하기 때문에, 도트로 찍어 게임 캐릭터 모습으로 나온 건 둘리와 고길동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인기 만화 원작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고정되어 있고 조연 캐릭터는 일절 등장이 없어서 원작 구현을 잘했다고 볼 수 없고, 순수 국산 한글 게임이지만 텍스트 요소가 매우 부실해서 게임 내 한글 표기 자체도 몇 개 없어서 한글 게임의 의미가 없으며, 게임 난이도가 불합리하다 싶을 정도로 높아서 온전한 게임 플레이가 힘든 상황에, 손오공, 슈퍼 마리오가 적으로 등장하는 문제 등으로 졸작을 넘어서 괴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닌텐도에 라이센스를 받지 않은 작품이라 순수 국산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닌텐도 패미콤 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비공식 해적판 게임이다.

그래서 캐릭터 저작권 문제가 야기될 만한 부분이 좀 있는데.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브로스’의 주인공 ‘마리오’와 ‘드래곤볼’의 ‘손오공(유년 시절)’이 인게임에서 적으로 등장한다.

게임 매뉴얼에 손오공과 마리오의 이름이 정확히 적혀 있고 손오공은 둘리를 도우러 왔다가 디스크 악마에 의해 둘리의 적이 됐고. 마리오는 이전에는 주인공(슈퍼 마리오 원작)이었는데 이번엔 적으로 나왔다는 설명이 있으며, 심지어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 3버전을 피부 색깔만 하얗게 칠해 놓고 그대로 가져다 써서 적으로 등장시킨 거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

덧붙여 이 작품은 객관적으로 보면 쿠소 게임이지만.. 1992년 발매 당시에는 인기 만화 원작 게임에, 국산 게임의 어드밴티지까지 받아서 당시 한국의 게임 잡지인 ‘게임월드’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어 1992년 게임 월드 5월호의 잡지 커버 일러스트를 장식하고. 게임 공략도 실렸으며, 거기에 힘입어 게임 월드에 실린 게임 판매 베스트 10에서도 상위에 올라간 바 있다.

추가로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점이 있다면, 엔딩 스텝롤이 캐릭터 원작 ‘김수정’ 작가의 라이센싱이 명시되어 있고, 게임 패키지 뒷면에도 그 부분이 적혀 있다는 점이다. 무단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만화 원작 작가한테 정식으로 허락을 받은 것이다.


덧글

  • zoncrown 2021/11/09 17:25 # 삭제 답글

    패미컴+한글겜의 컬트한 조합과
    개구린 게임스타일, 헛웃음나오는 게임화면 덕에

    현재 똥겜 즐기는 똥믈리에라면
    모두가 찍어먹고 가야하는
    똥과의례 같은게 되버린 게임....
  • 잠뿌리 2021/11/12 00:54 #

    둘리 게임 중에 흑역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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