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공포괴담 (2015) 2022년 서적




2015년에 ‘키드런’에서 ‘최석환’ 작가가 그림, ‘괴짜 다락방’이 글을 맡아서 출시한 아동용 공포 서적. ‘간이 콩알만 해지는 공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 이야기다.

‘간이 콩알만 해지는 공포’라는 게 시리즈 제목이지만, 본작은 그 시리즈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본작의 그림을 맡은 ‘최석환’ 작가와 본작을 발매한 ‘키드런’도 이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작품 활동 내역이 없다.

단순히 작가랑 출판사가 같을 뿐. 작품 자체가 시리즈물로서 전작과 그 어떤 연관성도, 접점도 없다. 그래서 굳이 전작을 보지 않고 이번 작품만 봐도 감상에 지장이 없다.

이번 편은 ‘벽장 속에서’, ‘귀신을 부르는 주문’, ‘난 아직 배가 고파!’, ‘공포의 지하철’, ‘혼자 외로웠어!’, ‘죽음의 미술실’, ‘아빠와 나’, ‘머리채를 흔드는 손’, ‘전교 1등의 비밀’, ‘죽음의 망령들’ 등 10개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벽장 속에서’는 새 집으로 이사온 방에 벽장이 있는데 거기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 ‘난 아직 배가 고파!’는 서울로 이사간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가 실은 귀신이었다는 이야기, ‘공포의 지하철’은 밤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벌거벗은 남자 아이 귀신들이 전철에 들어와 혀로 할짝여 맛을 보며 희생자를 물색한다는 이야기로 셋 다 오리지날이긴 한데. 여전히 스토리에 두서가 없어서 극 전개가 뜬금없다. 그나마 후술할 ‘아빠와 나’보다는 좀 나은 게 이야기의 발단 부분이 두서가 없긴 해도 그래도 어쨌든 귀신이 나타나 위협을 가한다는 내용은 일관적이라서 그렇다.

특이점이 있다면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귀신의 위협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만큼.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귀신을 클로즈업하면서 공포스러운 묘사를 하는데. 이때의 연출과 작화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작보다는 좀 낫다는 점이다. 정확히, 전작보다 더 공포만화스럽다.

‘귀신을 부르는 주문’은 학교에서 주인공이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외웠다가 하교 도중 지하철 플랫폼에서 소녀 귀신을 목격하고 위협을 당한다는 이야기인데. 일본 만화를 표절한 부분이 있어 완전한 오리지날로 보기 좀 어려운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

정확히는, 일본의 만화가 ‘타카하시 요우스케(高橋 葉介)’가 2000년에 발표한 공포 만화 ‘공포학교(원제: 学校怪談)’에 나온 ‘일기’ 에피소드의 라스트씬에서 전동열차에 치인 소녀가 전동열차 정면에 달라붙은 채로 열차와 함께 다가오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제외하면 이야기 자체는 오리지날이지만.. 학교에서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왼다 < 학교 밖 전철에서 귀신을 본다 < 귀신이 다리를 붙잡고, 열차에 치인 상태로 다가와 위협한다는 극 전개가 아구가 맞지 않고 다 따로 놀고 있어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죽음의 미술실’은 전작의 음악실의 거울을 미술실의 거울 귀신으로 바꾼 수준이라서 완전 재탕이고. ‘머리채를 흔드는 손’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했던 딸이 비운의 사고를 당해 죽었는데. 죽은 딸이 갑자기 스스로 움직여 춤을 춰서 사진으로 찍어놨더니 귀신이 머리채를 잡고 흔들더라. 라는 90년대 괴담을 우려먹은 거라서 볼 만한 가치가 없다.

‘혼자 외로웠어’는 장난으로 폐냉장고 안에 들어갔다가 냉장고에 갇혀 죽은 아이 귀신과 조우한다는 내용으로. 죽은 아이 귀신의 얼굴을 해골처럼 묘사해서 공포감을 주고 싶어한 건 알겠는데. 에피소드 내용 자체는 무섭다기보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라 좀 공포 분위기를 억지로 낸 듯싶다. 그래도 최소한 이야기 자체는 아구가 맞아 떨어져서 다른 에피소드보다 나은 구석도 있다.

‘아빠와 나’는 전작의 ‘굴거리 나무’와 ‘귀신을 없애는 지우개’를 믹스한 내용이라 되게 괴상하다. 일단, 굴거리 나무에서는 주인공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꿈속에서 만나고, 귀신을 없애는 지우개는 할머니를 만나는 내용인데.. 본작에서는 그게 아버지로 바뀌었고. 꿈속의 아버지를 좀비처럼 묘사하더니, 대뜸 꿈 속의 다른 가족이 악마로 나타나고. 꿈속의 아버지가 그 위험을 경고한 것이라,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건강이 나빠져 재활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라서.. 극 전개가 의식의 흐름처럼 진행되어 엉망진창이다. 감동 스토리를 쓰고 싶은 건지, 호러 스토리를 쓰고 싶은 건지 글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다.

십분 양보해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메이징 스토리’나 ‘환상특급’ 같은 몽환적 기담을 추구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굳이 꿈속에서 경고를 하여 주인공의 목숨을 살려 준 아버지를 좀비처럼 그린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전교 1등의 비밀’은 전교 1등인 아이가 이상한 모자를 쓰고 난 뒤 공부를 잘하게 되자, 주인공이 그 아이의 모자를 가져다 썼는데. 실은 모자가 괴물이라 아이를 잡아 먹는다는 내용이라서 제목만 보면 전작의 ‘1등과 2등’을 재탕한 것 같지만 의외로 내용 자체는 완전 오리지날이라서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죽음의 망령들’은 100년 전에 폐교였던 여학교를 100년 후인 현재에 초등학교로 만들어 운영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 뒤 밖으로 나가라는 안내 방송이 들려와 아이들이 밖에 나가보니 지진이 일어나고 검은 유령들이 튀어나와 아이들이 몰살 당한다는 이야기다.

요약해서 봐도 존나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이야기 자체의 기본 골조는 학교 야자 시간 때 정전이 된 뒤.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들렸는데. 정전이라 울리지 말아야 할 스피커에서 귀신 목소리가 들린 것이란 내용의 도시 괴담을 각색한 것이다.

문제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갔다가 지진과 유령 어택으로 몰살 당하는 전개와 분위기, 아이들 표정 및 작화는 일본의 만화가 ‘우메즈 카즈오’의 ‘표류교실(1972)’을 베꼈다는 것이다.

작화와 연출은 여전히 저퀼리티이긴 하나, 그래도 귀신의 괴물 같은 형상을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그 부분만큼은 전작보다 나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학교괴담, 표류교실 등에 나온 연출, 장면을 베낀 부분이 있어서 그건 좋지 않다. 그마나 베껴서 그린 게 전체의 일부분이고. 베껴 그린 것 자체도 못 그려서 원작을 아는 사람이 볼 때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정도의 마이너 카피라서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게 한편의 촌극이다.

결론은 미묘. 글/그림 둘 다 여전히 퀼리티가 낮아서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면 여전히 꽝이라서 빈말로도 최소한 평타를 친다고 할 수는 없는데, 전작과 비교해보면 공포 만화의 관점에서 볼 때 내용은 둘째치고 그림과 연출적인 부분에서 전작보다 진짜 조금이라도 나아진 점이 있긴 해서 전작보다는 나은 후속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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