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헌터 (2004) 2023년 서적




2004년에 ‘웅진주니어’에서 ‘민제연’ 작가가 글/그림을 맡아서 발매한 아동용 판타지 만화.

내용은 초등학생 ‘강개토’가 여름방학을 맞이해 시골 할아버지댁에 놀러갔다가 실수로 벽장의 봉인을 풀어 108 요괴가 풀려나게 되자, 1600년 전 천관녀와 함께 힘을 합쳐 108요괴를 봉인했던 ‘광개토 대왕’의 영령이 나타나, 개토가 스스로의 힘으로 108요괴를 봉인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개토의 퇴마행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넘버링 1이 분명히 적혀 있고, 본편 내용도 도입부에 가까워서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이라고 추정되지만, 2004년에 1권만 나온 뒤, 2권은 나오지 않고 끊겼다.

본작의 제목인 ‘고스트 헌터’는 작중의 설명으로 나온 내용 그대로 ‘퇴마사’를 지칭하는 것이다. ‘광개토 대왕의 전설, 만화로 보는 세계 민속 어드벤쳐’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작중에 108요괴를 봉인한 게 광개토 대왕이고, 108요괴들이 구미호, 도깨비 등의 한국 전설, 민담에 등장하는 존재들이라 민속 어드벤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1600년 전에 광개토 대왕이 108요괴를 봉인했다는 설정은, 한국형 판타지의 관점에서 보면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본편 내에서는 이름만 광개토 대왕이지, 실제로 광개토 대왕과 108 요괴의 접점은 전혀 없기 때문에 단순히 이름만 빌려온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다 광개토 대왕의 영령이 등장하지만, 부제에 ‘광개토 대왕의 전설’이 적힌 게 민망할 정도로 비중이 떨어진다. 주인공 ‘강개토’한테 니가 직접 108 요괴를 봉인하라는 말 만하고, 잔소리만 하지, 스승이나 멘토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대체 왜 등장시켰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애초에 작중에 광개토 대왕이 주인공 개토의 집안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일절 공개되지 않았고. 광개토 대왕이 개토의 조상도 아니고, 개토의 집안이 퇴마사나 무당 등의 무속 집안도 아닌데 존나 뜬금없이 108 요괴의 봉인 벽화가 집안에 있다는 설정이 나온 거라서 좀 메인 설정을 아무 생각 없이 지은 느낌마저 든다.

작중에 광개토 대왕은 ‘천관녀’와 힘을 합쳐 108 요괴를 봉인했는데. 여기서 천관녀는 본래 신라 진평왕 시대 때 김유신이 화랑이던 시절 사귀었던 기생 혹은 신녀라서, 왜 신라의 신녀가 고구려의 대왕과 퇴마 콤비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광개토 대왕 시대는 300~400년이고 진평왕 시대는 500~600년이라서 시간 연대도 안 맞는다고!)

어린 소년 주인공이 요괴의 봉인을 풀어 요괴가 현세에 풀려나서, 주인공이 요괴 봉인의 퇴마행에 나서는 전개는 보통은 ‘후지타 카즈히로’의 ‘요괴 소년 호야(원제: 우시오와 토라)’를 생각나게 하는데. 그 작품은 1990년부터 연재된 작품이고, 본작이 발매한 게 2004년인 걸 생각해 보면 아마도 ‘한현동’ 작가의 ‘신 구미호(2002)’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한국 민속, 오리엔탈 판타지 컨셉이라서 더욱 그렇다.

작품 컨셉과 스타일은 한국형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는 반면. 봉인이 풀리는 과정에서 뱀 요괴를 무섭게 묘사하거나, 구미호가 성형에 실패한 여인에게 힘을 주어 빨간 마스크로 만드는 내용 등을 보면 아동용 공포 만화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판타지 액션에 공포를 추가했다.

다만, 작화와 연출 수준이 아동 만화에 맞춰져 있다 보니 액션이 됐든, 공포가 됐든.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넘치는데 그에 비해 손이 따라가지 못해 만화 자체의 재미는 떨어진다.

캐릭터도 개성적인 것도, 디자인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건질 게 없다.

1권에서 108 요괴의 봉인이 풀려나는 에피소드를 도입부로 보면 그 뒤에 구미호, 도깨비 에피소드까지. 연재 화수로 치면 달랑 3화 분량만 실린 것이라 속단하기에 이를 수도 있지만, 장편으로 기획됐는데 시리즈가 쭉 이어지지 못하고 1권만 나오고 끝난 건 괜히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본편 내용은 별 재미가 없고 오히려 본편 후기로 수록된 에피소드별 요괴의 소개글이 차라리 더 볼만하다.

‘개토와 함께 배우는 한국 민속 이야기’라고 하는 독립된 코너로, 작중에 나온 요괴의 기원, 유래, 해석 등을 주인공 개토가 대사를 치는 느낌으로 설명해준다.

구미호 같은 경우, 여우의 습성과 옛 조상들의 여우에 대한 인식, 여우 요괴의 등급, 용의 여의주와 같은 여우옥 등을 소개하고. 도깨비 같은 경우, 장난을 좋아하지만 정령이지만 일제강점기 시대 때 일본의 오니 신화와 융합되어 뿔이 달린 이미지가 고착화됐고. 묘지에서 나타나는 도깨비불은 시체가 썩어서 생겨난 인화수소의 자연발화라는 설을 소개하는 것 등등. 생각보다 꽤 정성을 들여서 쓴 흔적이 보여서 최소한의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차라리 판타지 만화가 아니라 한국 환상종을 다룬 판타지 사전으로 나왔다면 더 나았을 것 같은데 뭔가 좀 방향성을 잘못 잡은 것 같다.

결론은 미묘. 한국 민속, 오리엔탈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광개토 대왕의 영령과 108요괴라는 설정만 요란하고, 컨셉이 신선한 것도, 작화, 연출이 좋은 것도,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스토리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라서 본편에 수록된 만화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는데. 후기처럼 수록된 요괴 소개가 본편보다 더 나아서 뭔가 주객전도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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