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피코 소년 슈퍼 (ピコピコ少年 SUPER.2015) 2021년 일본 만화




2015년에 ‘오시키리 렌스케’가 발표한 게임 만화.

내용은 본작의 작가인 ‘오시키리 렌스케’의 어린 시절 게임에 얽힌 추억담이다. (작중에선 본명인 칸자키 료타로 나온다)

피코피코 소년(2009), 피코피코 소년 터보(2011)에 이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일본 현지에서는 2015년에 발매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로부터 4년 후인 2019년에 미우(대원씨아이)에서 발매했다. 2019년에는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피코피코 소년 EX가 일본 현지에서 발매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

시리즈 이전 작인 피코피코 소년이 초등학생 시절, 피코피코 소년 터버가 중,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면. 본작은 초등학교, 중학교, 사회인(성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의 확장성은 넓어졌다.

초등학생 시절의 짝사랑 이야기, 중학교 시절 단짝 친구와 고무보트를 타고 놀았던 이야기, 인터넷으로 알게 된 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 정모를 했던 이야기, 온라인 게임에서 여자 친구를 사귄 친구들 이야기 등등. 이야기 자체의 볼륨은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게임이 메인이 아니라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피코피코 소년 시리즈가 가진 아이덴티니는 주인공 칸자키 료타의 게임 라이프인데.. 본작에 와서는 게임이 주가 아니라 어떤 일의 계기, 혹은 소품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게 됐다.

오프라인 정모를 하러 갔는데 게임기를 들고 갔다가 바람 맞거나, 보트를 타고 노는데 게임 보이를 잠깐 했다거나,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와 열혈 피구를 했다거나 등등. 굳이 게임이란 태그가 들어가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 회상, 노스텔지어류 작품 중에서도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유니크한 구석이 있었는데. 그게 약해져서 본작 고유의 색깔이 흐릿해졌다.

열성적인 게이머의 어린 시절 게임 라이프 이야기가, 한 만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세계관이 좁혀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대신 게임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란 관점에서, 작가 본인의 옛 시절 이야기로서 묘사 밀도가 올라가서 작가의 팬이라면 무난히 볼 수도 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게임 만화로서의 폼이 많이 죽어서 아쉬움을 안겨준다.

이게 단순히 작가의 역량이 떨어지거나, 혹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서 억지로 쥐어 짜낸 문제가 아니라 기구한 사연이 얽혀 있어서 속 사정을 알고 보면 실망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강하다.

본작의 작가 ‘오시키리 렌스케’는 본래 호러 코미디와 액션 쪽에 특화된 작가였는데. 호러 매니아이면서 동시에 게임 매니아이기도 했고. 2009년에 발표한 ‘피코피코 소년’이 히트를 치면서, 그걸 바탕으로 탄생한 게 게임 소재의 러브 코미디 만화 ‘하이스코어 걸(2010)’로 그게 작가 경력 최대의 히트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이스코어 걸이 승승장구하면서 2014년에는 애니메이션화 소식까지 들렸는데. 그 해 SNK 플레이모어에서 자사의 게임이 하이스코어 걸 만화에 무단으로 사용됐다고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고, 하이스코어 걸의 출판사인 ‘스퀘어 에닉스’가 압수 수색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하이스코어 걸 애니메이션의 제작사가 SNK에 원작 만화에 나온 SNK 게임의 영상과 음악 사용을 문의했는데. 그게 원작 만화 연재 당시 SNK에 사전 통보가 없었고. 출판사와 게임사 간의 라이센스가 체결된 것이 아니라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작가는 스퀘어 에닉스 편집부가 저작권 협의를 해결했다고 믿고 만화를 그렸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은 데다가, SNK 플레이모어 측의 항의를 무시하기까지 해서 결국 고소를 당한 것이고. 그 결과 하이 스코어 걸은 연재 40화만에 휴재에 들어가고, 시중에 풀린 단행본을 전부 회수됐으며, 오시키리 렌스케 작가는 스퀘어 에닉스 직원들과 함께 경찰에 불구속되어 입건돼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2015년에 스퀘어 에닉스가 SNK 플레이머오와의 법적 문제가 해결됐음을 알리고, 2016년에 하이스코어 걸의 연재가 재개되고. 2018년에는 애니메이션화까지 무사히 되지만.. 본작은 해당 사태가 터져서 한창 절정에 이를 때쯤에 연재되다가 급하게 마무리되어 단행본으로 나온 것이라서 폼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품 활동적인 부분에서 인기 절정의 순간,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니, 진짜 어떤 작가였든 간에 멘탈이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는데. 멘탈이 무너진 것도 무너진 거지만, 저작권 침해 문제로 인해 게임 장면을 만화 속에 그려 넣을 수 없다는 금제 때문에 본편에 수록된 에피소드에서 게임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본작은 단행본 자체는 2015년에 나왔지만 연재 자체는 2014년에 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터져서 한창 소란스러울 때 연재됐기에 혼돈의 중심에 있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게임 소재 선정 부분에 있어 최대한 몸을 사린 게 절실히 느껴졌다.

실제로 시리즈 이전 작에서는 패미콤, 게임보이, PC엔진,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 PS3, XBOX 등등. 다양한 게임기, 게임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것에 반해. 본작에서 게임이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메인으로 나온 건 캡콤의 ‘뱀파이어 세이버’와 Home Data의 1988년작 ‘영계도사’ 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높이 살만한 건 작가가 현실에서 겪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마무리 자체는 제대로 했다는 거다.

단행본에 수록된 에피소드 기준으로 최종화 전후의 이야기는 작가인 오시키리 렌스케가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성취감을 느꼈다가, 문제의 사태가 터진 이후 멘탈이 완전 날아간 모습으로 등장해 좌절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가서 다시 의지를 불태우는 내용이 나와서 현실에서 처한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작가 근성이 느껴져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

보통, 어지간한 작가는 멘붕을 일으켜 절필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펜을 놓지 않고 재기에 성공한 것을 보면 현대 만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 하다고 본다.

결론은 미묘. 게임을 소재로 한 노스텔지어류 만화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현실의 문제에 부딪쳐 금제적인 상황으로 인해 소재 선정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본 시리즈의 근간이 뒤흔들려 작품 폼이 많이 죽어 시리즈 이전 작과 비교하면 고유한 매력이 많이 옅어져 평범한 작품이 되어 버렸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 마무리는 잘했고. 비록 게임 비중이 낮아지긴 했어도 오시키리 렌스카 작가 본인의 옛 시절 이야기의 묘사 밀도는 높아졌으니 작가의 팬이라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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