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 1 (2006) 2021년 서적





2006년에 ‘홍진 P&M’에서 ‘도레미’ 작가가 글, ‘이우영’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출시한 아동용 공포 만화.

내용은 시골 마을에서 ‘순심이’, ‘철구’, ‘탱이’ 등 세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귀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인 ‘기영이와 기철이의 학교괴담(2004)’은 검정 고무신 IP로 만든 작품이지만, 정작 검정 고무신 원작자가 참여하지 않은 반면. 본작은 검정 고무신의 원작자인 도래미 작가(글)‘, ’이우진 작가(그림)‘가 참여해서 직접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도래미, 이우진 작가 콤비의 작품 중 검정 고무신 관련 작품이나 학습 만화가 아닌 첫 번째 장르물이자 공포 만화라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본작은 검정 고무신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지만, 시골을 배경으로 삼아 시골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귀신 이야기를 듣는 컨셉을 가지고 있어 검정 고무신 원작이 가진 옛날의 추억을 공포물로 승화시켰다.

검정 고무신 작가들이 갑자기 왠 공포 만화를?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이 나온 2000년대 초는 아동용 공포 만화가 범람하던 시절이었고. 또 사실 검정 고무신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공포 에피소드들을 생각해 보면 작가들이 공포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살짝 엿보이기도 해서 뜬금없이 나온 것 까지는 아니다.

본작에서는 아이들과 할머니 등 오리지날 캐릭터가 등장하기는 하나,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기만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스토리의 기본 구조가 보통의 괴담집과 같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많이 나온 아동용 공포 서적이 현대의 도시 괴담, 인터넷 괴담, 일본 공포 만화 에피소드를 도용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반면에. 본작은 시골 배경에 할머니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란 컨셉에 딱 맞춰서 문자 그대로의 옛날 옛적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기존의 아동용 공포 서적과 차별화됐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닌데, 그것도 작중의 시간대에 맞게 60~70년대의 이야기라서 현대의 도시 괴담과는 또 다르다.

6.25 전쟁 당시 희생당한 화전민의 귀신이 고갯길에 출몰한다거나, 인삼밭을 지키려고 천막에 구들장을 깔고 잤는데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죽은 아이들이 귀신이 한 밤 중에 나타난다는 것 등등. 옛 시대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서 오히려 흥미를 끄는 구석이 있다.

다만, 흥미를 끄는 건 괴담의 시대 배경이 옛날이라는 것 뿐이고. 작풍과 연출의 문제로 순수 공포물로서의 공포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밀도도 낮다.

옛날 옛적 이야기로 전래 동화 베이스의 공포 에피소드는 컨셉은 괜찮지만 각색을 좀 어정쩡하게 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여우 아들‘은 시골 농부의 막내 아들이 고기를 유난히 밝히고 동물의 생간을 뽑아 먹는데. 그게 실은 여우가 농부의 막내 아들을 죽이고 아들로 둔갑해 벌인 짓이라는 게 밝혀지는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여우 새끼들을 죽여서 원한을 산 사건의 발단이 이야기의 처음이 아니라 맨 마지막 에필로그 때 밝혀지기 때문에 기승전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고양이의 변신‘에서는 시골 총각이 고양이 시체를 발견해 수습했는데 우연히 반역자 비밀 장부를 습득하고. 길가던 여인을 구해준 답례로 금방울을 받았는데, 비밀 장부가 실은 반란 수괴가 적힌 명부라서 위험에 처한 순간. 금방울을 흔들어 간신히 살아난다는 이야기라서 고양이 시체, 반란 수괴 명단, 금방울 등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 이야기 구조 자체가 이상하다.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하기에는 길가던 여자와 고양이의 상관 관계가 밝혀지지 않는다)

’마님 도깨비‘편은 오래된 거울의 도깨비가 사람의 생간을 뽑아먹고 젊어지는 내용인데. 남자 도깨비는 바깥에서 활동하며 보물을 훔치고, 여자 도깨비는 집안에 있으면서 사람의 생간을 뽑아먹는다는 오리지날 설정이 들어가 있어서 뭔가 기존의 도깨비와 괴리감이 느껴지게 한다. 도깨비가 기물신=물건신이라는 말로 시작하더니 무슨 구미호마냥 생간을 뽑아먹으니 너무 생뚱맞았다.

스토리를 떠나 작화만 보더라도, 작화 퀼리티가 별로 높지가 않다. 본작이 나온 2006년은 검정 고무신 연재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으로, 검정 고무신이 최초 연재된 1992년으로부터 무려 1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작화의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뭔가 무서운 장면을 연출하려고 해도 작화가 따라주지 않으니 무서움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공포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은 알겠는데 손이 따라가지 못해서 한계가 명확해진 것 같다.

책 겉표지에 나온 흰자위를 드러낸 처녀 귀신은 호러블하게 그려졌는데. 속 내용물은 그게 전혀 반영이 되지 못해서 표지 사기에 가깝다.

결론은 평작. 검정 고무신의 도레미, 이우진 작가 콤비가 검정 고무신 관련 작품과 학습 만화 이외의 다른 장르, 그것도 공포물을 시도한 건 처음인 데다가, 시골 배경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란 컨셉에 맞춰 옛날 이야기를 베이스로 한 괴담들이 나름 신선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긴 하나. 흥미를 끄는 것과 별개로 이야기 자체의 밀도가 떨어지고. 작화 밀도가 낮아 공포물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한계가 드러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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