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괴담 수사대 사이킥 (2011) 2021년 서적




2011년에 ‘엠북스’에서 ‘닥터고’ 작가가 그린 아동용 공포 서적. 엠북스의 공포의 달인 시리즈 4권이다.

내용은 미스테리 공포 사건을 해결하는 학교괴담 수사대 ‘사이킥’에 속한 아이들 7명이 폐교에서 모여서 학교/학원가에 떠도는 괴담을 이야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학교괴담 수사대 ‘사이킥’은 귀신을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귀신이 출몰하는 심령 스팟에 모여서 일을 한다는 거창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작중에서 하는 일은 그냥 심령 스팟에 옹기종기 모여서 촛불 켜놓고 괴담을 늘어놓는 게 전부다.

여러 사람이 모여 촛불 100개를 켜놓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괴담을 끝날 때마다 촛불을 1개씩 끄는 일본의 햐쿠모노가타리(백물어: 百物語)의 한국판인 것이다.

본작에서는 괴담의 내용이 진짜면 괴담 속 귀신이 사라지고, 괴담 내용이 가짜면 귀신이 나타나 아이들을 해코지한다는 오리지날 규칙이 나오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괴담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서 이 어디가 학교괴담 수사대라는 건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작중 사이킥에 속한 아이들은 독립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 아니고 너나 할 것 없이 이야기의 화자 역할만 해서 누구 하나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하는 장면 없이 바로 본편 내용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괴담회로서의 묘사 밀도가 다소 떨어진다. 괴담회가 시작되기 직전에만 분위기 잡지, 시작된 이후 에필로그가 나오기 전까지는 괴담회인 줄도 모를 정도다.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 사이킥이 미스테리 공포 사건을 해결한다고 줄거리에 나오는 반면. 실제 괴담회에서 하는 이야기는 무슨 사건이든 간에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게 말이 좋아 학교괴담 수사대 어쩌고지. 실제로는 아이들이 자기들이 직접 겪은 것도 아니고. 사건과 전혀 무관한 제 3자로서 남의 이야기를 괴담으로 늘어 놓는 것이라서 그렇다. 그 때문에 귀신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할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괴담회에 나오는 괴담 자체로 넘어가서 보면, 메인 컨셉은 학교, 학원가에 떠도는 괴담을 모은 것인데. 하나하나 파고 들어보면 학교, 학원과 무관한 이야기를 좀 어거지로 연관시킨 게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학교, 학원이 배경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옥상 위에서 99라고 숫자를 세는 아이가 있어 위에 가서 봤더니 아이가 주인공을 옥상에서 떠밀어 추락사시키고는 숫자 100을 이어서 세는 거라던가, 잠자고 있는데 귀신이 나타나 사람들 눈을 뽑아 죽여서 깜짝 놀라 눈을 감고 있으니 귀신이 하나 둘, 하나 둘 숫자 세는 소리가 들려서 알고 봤더니 자기 눈앞에서 그러고 있는 것,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같이 탄 사람이 귀신이었다는 것 등등. 90년대에 유행했던 낡은 귀신 이야기를 학교/학원으로 배경만 바꿔서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그나마 그렇게 재탕한 도시 괴담은 기승전결이라도 되어 있지. 오리지날로 추정되는 이야기들은 기승전결도 갖추지 못해서 퀼리티가 더욱 떨어진다.

휴대폰을 새로 사서 독서실에 가서 친구들한테 자랑했는데. 다음날 휴대폰이 없어져서 어디갔나 했더니 뜬금없이 교통 사고 현장에서 귀신이 어느새 주인공 휴대폰을 가져가서 그걸로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나, 학원 영어 선생이 수업을 못해서 아이들이 클레임을 걸어 짤리고 난 뒤. 귀신이 되어 학원 버스 운전 기사로 둔갑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야기 등은 극 전개가 너무 뜬금없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에필로그에서 8번째 괴담을 끝낸 게 귀신이라서, 귀신의 등장과 함께 아이들의 비명 소리로 끝나는 배드 엔딩은, 백물어에서 촛불 100개를 끄면 ‘청행등’이라는 요괴가 나타나거나, 마지막 괴담을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결말과 비슷한 거라 마무리도 좀 식상하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나오는 귀신 디자인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다. 본편에 나오는 귀신 디자인은 뭔가 좀 다 하나 같이 2% 부족한 느낌인데, 에필로그의 귀신은 나름대로 힘주고 그린 듯. 책 커버 일러스트와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기까지 했다.

본작에서 그나마 나은 건 작화가 평타는 친다는 점이다.

이게 미려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동용 공포 서적 평균 그림으로 보면 최소 평타는 치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다.

수작업이 아닌 디지털로 작업을 한 느낌인데, 컬러의 밝기 조절을 통해서, 단색이 아닌 풀컬러인데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준 부분이 괜찮았다.

작화에서 아쉬운 건 귀신들 디자인이 뭔가 좀 좀비스러운 게 많아서 괴담 분위기가 짜게 식는다는 거다.

작중에서 앞서 말한 커버 일러스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괴담 귀신 말고 건질 만한 귀신 디자인은 눈알 귀신 정도 밖에 없다.

눈알 귀신은 사실 귀신 자체의 디자인보다는 주인공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 손에 눈알 다발을 들고 킥킥거리는 모습이 나름 호러블해서 볼만했다.

결론은 평작. 귀신을 본 적이 있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미스테리 공포 사건을 해결한다는 학교괴담 수사대 설정이 설정만 그렇고, 실제 본편 스토리에서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과 90년대 도시 괴담을 재탕해서 내용이 식상해서 설정과 스토리는 부족하지만.. 아동용 공포 서적 기준으로 보면 작화가 안정적이고, 컬러의 밝기 조절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 건 괜찮아서 비주얼적인 부분의 가산점으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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