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이와 기철이의 학교괴담 (2004) 2021년 서적




2004년에 '홍진 P&M'에서 출시한 아동용 공포 만화.

내용은 서울에서 전학 온 ‘기영이’가 ‘만득이’, ‘보라’ 등의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귀신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앞표지에 KBS 2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이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는 만큼. 인기 만화 ‘검정 고무신’의 IP로 만든 시리즈 작품이다. 실제 본작을 출시한 홍진 P&M에서 KBS한국방송/새한프로덕션/호서대학교/호서벤처투자와 독점 계약한 작품이란 설명이 적혀 있어서 검정 고무신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KBS에서 제작 외주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근데 사실, 본작은 정확히 검정 고무신 스핀오프작은 아니다. 정확히, 검정 고무신 시리즈가 아니라 검정 고무신의 주인공인 ‘기영이와 기철이’ 시리즈로, ‘기영이와 기철이: 그래 그땐 그랬지(2013)’, ‘기영이와 기철이: 그땐 참 좋았었지(2013)’, ‘기영 기철이 진짜 사나이(2013)’, ‘기영이 기철이 군대 갈 적에(2005)’가 시리즈 관련 작품으로 나온 바 있다.

다른 시리즈는 전부 검정 고무신 원작자인 ‘도레미’ 작가(글), ‘이우진 작가(그림)’을 맡아서 만든 반면. 본작은 도레미/이우진 작가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작가란이 아예 공란으로, 홍진 P&M에서 펴낸이 표시만 되어 있어 작가 개인의 이름조차 표기되어 있지 않다.

그 때문에 똑같은 기영이 기철이 시리즈인데도 불구하고, 작화의 차이가 있어서 좀 낯설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검정 고무신 원작은 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추억 공감 만화인데, 본작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데다가, 기영이네 가족이 서울에서 이사 온 도시 출신이라서 검정 고무신 원작의 아이덴티티는 추억과 향수는 1도 없다.

기영이가 서울로 전학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시골 출신인 것도 아니고, 기영이네 할머니, 할아버지와 막내 동생 오덕이도 등장하지 않는 데다가, 기영이네 엄마는 배경 인물 A 수준으로 비중이 낮고. 기영이네 아빠는 후술할 설산 조난 괴담을 이야기해주지만 그 에피소드에 딱 한 번 등장하며 캐릭터 성격도 원작하고 많이 달라서 이질감마저 들게 한다. (아빠 보다는 삼촌 내지는 나이 차이 많은 큰 형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검정 고무신 원작과 전혀 무관한 작품인데, 기영이와 기철이를 등장시켜서 검정 고무신 주인공 스킨을 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타이틀은 ‘기영이와 기철이의 학교괴담’이지만, 사실 본편의 무대는 학교가 아니라 기영이, 기철이 형제가 사는 동네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고, 단지 기영이와 기영이의 같은 반 친구들이 겪는 이야기라서 학교괴담이란 걸 좀 어거지로 끼워 맞췄다.

또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기영이’이기 때문에 기철이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좀 적은 편이라서 기영이, 기철이 형제 간의 비중 배분도 별로 좋지 못하다. 아무래도 초등학생인 기영이와 중학생인 기철이의 행동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이건 무슨 ‘기철이는 기영이 형이니까 조연은 시켜줄게’라고 선심 쓰듯 등장시킨 느낌이다.

결국 기영이와 기철이도, 학교괴담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데 왜 굳이 학교괴담이란 제목을 쓴 걸까? 생각해 보면, 후술할 설정들을 보고 추정컨대, 한국에서 2002년에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학교괴담(学校の怪談)’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근데 정작, 작중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학교괴담 애니메이션판이 아니라, 일본의 만화가 ‘타카하시 요우스케(高橋 葉介)’가 2000년에 발표한 공포 만화 ‘공포학교(원제: 学校怪談)’에 나온 에피소드 일부를 표절했다.

공포학교 1권 6화의 ‘곰인형’은 곰인형 가방을 메고 다니는 소녀가 실은 인간이 본체가 아니라 등에 메고 있는 곰인형이 본체란 이야기인데. 본작에선 그걸 2화 ‘토끼 가방을 멘 소녀’에서 토끼 인형으로 바꿔서 베꼈고, 공포학교 2권 24화의 ‘일기’에서는 라스트씬에서 전동열차에 치여 죽은 소녀의 원귀가 열차에 달라붙은 채 열차와 함께 다가오는 씬을 모방한 장면이 4화 ‘소녀의 영혼’에 나오며, 공포학교 3권 43화 ‘입 찢은 여자’에서 주인공이 입 찢어진 여자한테 입을 더 찢으면 더 예쁠 거라고 하다가, 머리 위쪽이 뚝 떨어지자 그걸 발로 차고 장난치는 내용은 5화 ‘빨간 마스크’에서 그대로 따라했다.

그렇게 따라하지 않은 에피소드도 있긴 한데 무용수가 꿈인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뒤, 시체가 일어나 춤을 춘 게 실은 귀신이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는 이야기, 겨울 설산에 조난 당해 산장에 들어갔는데 산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귀신이고 바깥에서 문 두드리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 건망증이 심한 아이가 사고를 당해 죽었는데 머리만 집에 돌아와 ‘몸통을 잃어버렸어요’라고 하는 이야기 등등은. 00년대 초를 기준으로 보면, 거의 10여년 전인 90년대 ‘공포특급’ 시절에 알려진 이야기들이라 너무 뻔하고 식상해서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오리지날 스토리로 진행되는 에피소드도 몇 개 있고, 그건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라 기본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토끼 가방을 멘 소녀 같은 경우, 앞서 말한 공포 학교의 곰인형 에피소를 베낀 것이지만. 원작에서는 곰인형(토끼 가방)의 정체가 밝혀진 시점에서 딱 끝나는데. 본작에선 거기서 에피소드 하나만 끝나고. 그 다음에 거기서 바로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오리지날로 나온다.

그게 작중 토끼 가방을 멘 소녀인 ‘보라’가 본작의 레귤러 멤버라서 그렇다. 보라는 마법사의 딸이란 설정을 갖고 있어 오컬트 지식을 갖추고 있어 본작의 진 주인공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인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응 가능한 캐릭터가 있으니, 좀 더 중용을 해서 오리지날 스토리를 많이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쉬운 느낌마저 준다.

그밖에 기억에 남는 건, 기영이네 애완견인 ‘땡구’의 활용 방식이었다.

작중 오리지날 스토리에서 ‘땡구’는 토끼 인형 귀신에게 빙의 당해, 토끼 인형 귀신의 인격이 깃들게 되는데. 기영이 일행이 모르는 귀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고. 경고까지 해주는 걸 보면 딱, ‘학교괴담’ 애니메이션의 ‘아마노자쿠(국내명: 다크시니)’가 주인공 일행의 애완 고양이 ‘카야(국내명: 마고)’에게 빙의된 것을 차용한 것이지만.. 학교괴담 원작에서 카야는 빙의되기 전에는 보통 고양이라 말을 할 수 없지만. 본작의 땡구는 사람 말을 하는 만화적 강아지 캐릭터이기 때문에 땡구 본인의 인격과 토끼 귀신 인형의 인격이 오고 가는 다중인격 강아지란 특이한 설정을 갖게 됐다.

개인데 토끼처럼 채소를 즐겨 먹고, 개와 토끼의 인격이 오고 가면서 개그를 하는 캐릭터라 맡은 역할상 비중의 한계가 있긴 한데, 그래도 귀신 빙의+다중인격+동물의 조합은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
결론은 평작. 캐릭터 설정, 비중 배분, 배경, 컨셉 등 모든 면을 볼 때 검정 고무신 원작과 전혀 무관한 작품인데, 검정 고무신 주인공 캐릭터 스킨만 씌운 작품으로, 일본 공포 만화를 베끼거나 90년대 도시괴담을 우려 먹은 에피소드들의 퀼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오리지날 캐릭터인 보라와 보라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는 괜찮은 편이고, 다중인격 빙의견이라는 땡구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와서 볼만한 구석이 아주 없는 건 아닌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기영이네 학교 담임 선생님은 캐릭터 디자인이 뜬금없이 아즈망가 대왕의 키무라 선생으로 나온다. (대체 왜?)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88687
4088
1000274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