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봉신방의 전설 (封神演義.1993) 2021년 컴퓨터학원시절 AT 게임




1993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Ding Kong Information/鼎康(정강)’에서 MS-DOS용으로 만든 SRPG 게임. 원제는 ‘封神演義(봉신연의)’. 국내에서는 ‘봉신방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됐다.

내용은 ‘봉신연의’ 원작 소설을 베이스로 하여, 상나라 말기 때 ‘주왕’이 ‘구미 여우’에 홀린 ‘달기’를 황비로 삼은 이후 여색에 미쳐 폭정을 펼쳤고, 그 결과 충신이었던 ‘황비호’의 아내와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아가서, 이에 분노한 황비호가 일족을 이끌고 서귀로 귀순하자,. 주왕이 ‘장계방’에게 화장형패와 10만 병력을 내려 서기를 치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국내에서 한글화되어 발매된 줄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을 정도로 관련 정보가 없고, 심지어 구글에 원제를 검색해도 게임판인 본작이 아닌 봉신연이 원작 관련 내용만 검색이 되는 반면. 중국 쪽에서는 그래도 나름 알려진 건지 바이두에서 검색하면 게임 정보가 나온다.

하지만 단순한 게임 소개만 나올 뿐, 게임 플레이 영상과 공략본이 따로 없는 걸 보면 후술할 여러 가지 문제로 게임 인터페이스가 거지 같아서 끝까지 플레이하는 사람이 드문 것으로 추정된다.

병사들이 출진하고 화살비가 쏟아지며, 주왕의 폭정에 의해 신하들이 처형되고, 심장을 끄집어내는 것 등 짤막하긴 하지만 약간의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간 컷씬이 꽤 나오고, 황비호, 주왕, 장계방 등의 주요 캐릭터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대화하는 컷씬이 나오는 오프닝은 90년대 PC 게임 기준으로 보면 꽤 화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메인 스토리는 매우 부실하다.

스토리 텍스트는 각 미션을 클리어한 뒤에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기 전 구간에서 각각 한번씩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듯 나오는 게 끝이고. 그것 이외의 다른 스토리적 텍스트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간의 상호 대사는 아예 존재 자체를 하지 않아서,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다음 미션에서 새로운 장수가 늘어나도 누가 누군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봉신연의 원작을 아는 사람은 당연히 알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봉신연의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몰라서 게임의 재미가 반감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처음에 아군의 본성을 지킬 장수를 한 명 고르고 병력을 셋팅해야 한다. 그걸 하지 않으면 게임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병력 편성은 ‘보병’. ‘중보병’, ‘기병’, ‘궁병’, ‘전차병’ 등 5개의 병과를, 1, 10, 100, 1000 단위로 최대 1000명까지 편성할 수 있다.

병사를 편성하는데는 본 성의 인구, 황금(돈), 군량 등의 3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내정의 개념이 따로 없어서 해당 수치를 쉽게 올릴 수가 없다.

게임 내 주요 커맨드는 아이콘으로 표시만 되어 있지, 텍스트 설명이 일절 없어서 게임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불친절하다.

일단, 메인 화면 하단의 아이콘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 순서로 나열하자면 기병 아이콘(이동), 장수 얼굴 아이콘(본 성에서 장군을 선택해 출진), 막사 아이콘(휴식=체력/법력 회복), 병사 아이콘(공격), 머릿속 생각 아이콘(설득/기습/화공/수공/함정 설치/성으로 귀환), 엽전 아이콘(장수에게 황금을 줘서 충성도 올리기), 눈동자 아이콘(탐색), 병량 수송차 아이콘(병력, 황금, 식량 보급/아군에게 수송), 두루마기 아이콘(아군이 점령한 성/아군 장수/적장/전황 확인), 화살표 상/하 아이콘(아군이 점령한 성과 출진 중인 장수 순서대로 활성화), 물음표 아이콘(ESC=취소/END=아군 턴 종료/세이브/로드/음표=배경 음악 켜기, 끄기/ANIM=애니메이션 효과 켜기, 끄기/DOS=게임 종료 등의 환경 설정) 기능을 지원한다.

출진 중인 부대는 깃발로 표시되고, 이동력 만큼 이동이 가능하며, 이동을 한 뒤에는 손가락 아이콘(행동 완료), 교차한 검 아이콘(적 부대를 공격), 성 아이콘(성 점령)의 커맨드를 실행할 수 있다.

장수의 능력치는 등급(레벨), 병력, 체력, 힘, 지혜, 충성, 품덕, 경험, 무장, 민첩, 속성, 정찰, 이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종류는 많은데 사실 내정 개념이 없는 게임이다 보니 지혜, 품덕 같은 건 별 쓸모가 없고. 돈을 주고 충성도를 올리고 적작을 설득하는 커맨드가 있긴 하나, 애초에 내정 개념이 없으니 충성도가 오르내리고 할 일도 없어서 역시 쓸데가 없다.

맵상에서 적군이 아군을 공격할 때는 아군이 피해를 입어 병사, 황금, 식량이 줄어든 수치만 표시되고. 아군 차례가 돌아왔을 때 적군을 공격해야 비로서 전투가 발생한다.

전투 시작 전에는 ‘대형’을 선택하고, 그 대형에 맞춰 출진하는 장수의 병력을 셋팅한 다음, 그 장수 자체를 유니트의 하나로서 배치해야 한다.

대형은 ‘일자장사진’, ‘이룡출수진’, ‘삼산월아진’, ‘사문두저진’, ‘오호파산진’, ‘육갑미혼진’, ‘칠종칠금진’, ‘팔괘음양진’, ‘구긍팔괘진’, ‘십대명왕진’, ‘삼지삼재진’, ‘포라만상진’, ‘재입구진식’, ‘설계신직식’ 등등. 총 14가지나 되며, 대형을 선택하면 우측에 블록으로 표시된 대형도의 모습이 바뀐다.

그 블록 대형도의 색깔별로 5개 병과 병력을 나누어 편성한 다음. 블록 대형도에서 벗어난 빈 자리에 ‘장군 위치’라고 해서 장수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투에 돌입하면, 중군, 전위, 후위, 좌익, 우익 등등. 대형의 블록 내 위치한 병사들의 행동 방침을 선택할 수 있다. 행동 방침을 정한 다음 턴을 마치면 거기에 따라 병사들이 자동으로 싸우는 것이다.

14개의 대형, 5가지 병과, 행동 방침 결정 후 자동 전투 등을 보면 뭔가 되게 심오한 전략을 요구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장군끼리 일 대 일로 맞대결하는 일기토로 승패가 갈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전략적인 플레이를 방해한다.

설령 병력을 거의 다 잃어도 장군 하나만 멀쩡하면, 무조건 일기토를 걸어서 싸워 이기면 장땡이다.

전투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장군의 행동 방침을 정하는데 이때 일기토를 걸면, 장군 유니트의 위치와 상관없이 부대 간의 교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곧바로 일기토로 넘어가기 때문에 진짜 병력을 편성하고, 운용하는 게 아무 의미도 없을 정도다.

실제로 테스트해 본 결과, 병력을 하나도 편성하지 않고 병사 0에 장군 1명만 있는 상태에서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일기토를 걸어서 적장을 때려잡으니 그 적 부대가 괴멸했다.

일기토 때 선택 가능한 커맨드는 총 4가지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커맨드 설명은 일절 없어서 직접 하나하나 클릭해봐야 뭐가 뭔지 알 수 있다.

‘기병 아이콘’은 물리 공격의 공/방 진행, ‘검 아이콘’은 보패 사용, ‘보병 아이콘’은 도주, ‘두루마기 아이콘’은 장수 정보 확인이다.

일기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치는 ‘체력’, ‘힘’, ‘법력’의 3가지로. 공/방 진행은 서로 칼울 나누며 물리적인 공격을 하는 것. 보물(보패) 사용은 보패를 소지하고 있을 때 법력을 소비하여 특수 공격을 하는 것, 도주는 문자 그대로 일기토를 중지하고 도망치는 것이다.

보패는 법력을 소비하면서 전용 공격 연출이 나오고 반격을 받지 않는 특수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게 사실 장비처럼 보여도 마법에 가까워서. 사용 가능한 캐릭터가 딱 정해져 있고. 보패를 새로 구해서 장착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닌 관계로 보패가 없는 캐릭터는 보패 아이콘 자체를 사용할 일이 없는 것이다. 제 아무리 그 캐릭터가 지혜, 법력 수치가 높아도 보패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인 거다.

게다가 보패의 종류가 100여개 정도 된다고 해도, 이름과 법력 소비 수치, 위력만 다를 뿐, 공격 연출은 다 똑같은 문제도 있다.

애초에 일기토 때 나오는 장군 스킨 자체가 인간, 도사의 2가지 타입밖에 없어서 장수별 고유 이름과 포트레이트(초상화)를 가지고 있어도 전투 때는 클론의 역습마냥 타입별로 정해진 모습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다양성이 떨어진다.

좋게 말하면 되게 신선하고, 나쁘게 말하면 대체 뭔 생각으로 만든 건지 모를 만한 요소도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진 격파’ 요소다.

이게 정확히, 적군이 맵상에 설치한 ‘진’에 들어가면 1인칭 시점의 던전 RPG 게임으로 변해서, 좌측의 화살표를 클릭해 미로 안을 돌아다니다가, 랜덤으로 적을 만나면 공격/보패 사용/도주 등의 커맨드를 실행해 물리치고. 미로 안 어딘가에 있는 적장을 찾아내 일기토로 물리쳐야 한다.

되게 뜬금없는 RPG 요소인데, 이게 아이디어 관점에서 보면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전쟁 도중 적군의 기관진식에 갇힌 순간 RPG 모드로 바뀌는 것이라서 되게 신선하다.

허나, 던전 탐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리고, 그러는 게 아니고. 단순히 미로 안에 숨은 적장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게 전부고. 그 과정에서 적을 만나 싸워도 경험치를 얻어 등급(레벨)이 올라가는 것도, 적에게 맞아도 체력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아이템의 개념도 없어서 뭘 얻거나 사용할 수도 없다.

겉만 보면 완전 던전 RPG인데, 실제로는 미로 속 길찾기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너무 허접하게 만들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 허접한 미로를 클리어하는 게 필수 조건이라는 점인 데다가, 그것도 한두 번 깨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 미로가 처음 나오는 미션 3의 경우, 맵상에 나오는 진이 10개나 되며, 적의 본성으로 가는 길목마다 진이 나와서 그냥 지나쳐 갈 수 없다는 거다.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적의 본 성 공략 전에 10개의 던전을 돌아다니며 적장을 찾아 물리쳐야 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피로도가 급상승하다 못해 임계점을 돌파해 폭발하기에 이른다.

삼국지 게임으로 대입하면 어떤 상황이냐면, 삼국지 영걸전을 하는데 적군이 '십면매복의 계'를 사용하니 갑자기 맵상에 적장이 한 명씩 숨어 있는 10개의 던전이 튀어나와서. 그 던전을 던전 RPG 모드로 일일이 돌아다니며 10명의 장수를 다 찾아내 없애야, 적의 본진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은 비추천. 90년대 초 기준으로 봉신연의를 소재로 한 SRPG 게임이란 게 소재 차용적인 부분에서 유니크한 구석이 있지만.. 게임 내 캐릭터의 대사 한마디 없이 미션 클리어 전후에 나오는 상황 설명이 스토리 텍스트의 전부라서 스토리가 매우 부실하고. 십 수가지의 대형과 다섯 종류의 병과 배치, 자동 전투 등등. 전투 시스템이 거창한 반면. 부대 전투가 아니라 장수 간의 일기토만 이기면 장땡이라서 병력 편성과 운용의 의미가 없어진 데다가, 뜬금없는 던전 RPG 요소가 게임 플레이의 맥을 끊다 못해 게임 플레이 의욕을 뚝뚝 끊어 먹어서 모처럼의 봉신연의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했고. 자동 대형 전투와 던전 RPG 요소 등의 아이디어는 그럴싸한데 손이 따라가지 못해 그걸 제대로 구현을 하지 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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