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 모교(2021) 2021년 개봉 영화




2021년에 ‘이미영’ 감독이 만든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전작으로부터 12년만에 나온 속편이다. 드라마에서 주로 악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김서형’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잃은 ‘은희’가 장년의 어른이 되어 자신의 고등학교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되고, 성폭행 피해자인데 문제아로 모종의 사정으로 그걸 밝힐 수 없으 문제아로 삐뚤어진 ‘하영’이 학교의 폐쇄된 화장실에서 귀신 소리를 듣게 되고 그곳에서 은희와 마주친 이후. 두 사람이 이상한 일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교감이 되어 모교에 부임한 은희가 잃어버린 고교 시절의 기억에 대한 비밀과 하영이 담임 교사 ‘박연묵’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로서 겪는 이야기가 서사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데. 문제는 이게 제대로 된 접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영화 전반부는 하영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가 싶다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갑자기 은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서 하영의 이야기는 어느새 실종이 되어 버리고. 은희의 이야기는 엄청 뜬금없이 5.18 광주 사태를 소재로 끌고 와서 보는 사람을 갸웃거리게 만든다.

역사 속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면 보다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신중하게 진행을 해야 하는데, 이건 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진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수준으로 집어넣고서는, 거기에 뒷내용을 끼워 맞춰 엔딩까지 그대로 직행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총 러닝타임 1시간 50여분 남짓 중에 약 1시간 20여분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내가 싫은 5.18 광주 사태 피해자고 이게 작중에 벌어진 사건의 원흉이다!’ 이러고 있으니 너무 뜬금없다.

여고괴담인데, ‘여고에서 전해지는 괴담’인 것도. ‘여고에 다니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도, ‘여고에 출몰하는 귀신 이야기’도 아니고, ‘여고에 다녔던 여학생이었던 여선생님의 이야기’인데 그게 또 자세히 보면 학교 자체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왜 굳이 5.18 광주 사태를 여학교에 엮어서 여교괴담으로 연성한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추측을 해보자면, 대만 게임 회사 ‘레드 캔들 게임즈’가 2017년에 만든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반교: 디텐션’은 장제스 치하의 1960년대 후반의 대만에서 벌어진 국민당의 민간인 처형이 벌어졌음이 암시되는 ‘취화 고급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공포 게임이다.

하지만 반교: 디텐션이 그런 역사 속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배경 설정과 세계관, 스토리에 충분히 반영하여 공포 게임으로 재구성한 반면. 본작은 5.18 광주 사건을 단순히 반전 소재로만 집어넣고 그걸 중심으로 끼워 맞춰 결말을 짓기 때문에 반교랑 비교하면 반교에 미안해질 지경이다.

그리고 예전의 기억을 잃고 현실에선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는 기승전정신병 결말도 너무 식상하고 뻔해서 클리셰란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사람들이 엔딩을 보고 무리수다, 뜬금없다. 이렇게 말하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사실 스토리 전체적으로 보면 엔딩 자체는 무리수인 건 아니다. 5.18 광주 사태를 반전 소재로 삼은 건 존나 뜬금 없지만, 그 전에 던진 떡밥들은 충분히 회수됐다.

문제는 본작이 하영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은희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그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는 게 아니라 은희의 이야기로 덧씌워져 하영의 이야기가 완전 사라지는 데 있다.

2개의 서사가 교차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새롭게 갱신되어야 하는걸. 갱신되는 게 아니라 덧씌워 없애 버리고 이야기를 아예 바꿔 버리니 사람들이 엔딩 보고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다.

여주인공 ‘은희’ 역의 ‘김서형’은 열연을 펼쳤지만, 아무리 김서형이 연기를 잘했어도 그런 스토리의 문제 때문에 멱살 잡고 하드 캐리할 수 없다.

결론은 비추천. 5.18 광주 사건을 단순히 반전 소재로만 대뜸 집어넣고 그걸 기준으로 결말을 짜 맞춰 스토리의 디테일이 떨어지고, 여고 배경인데 괴담, 귀신, 여학생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어서 스토리와 캐릭터가 여고괴담과 동떨어져 있어 기존 시리즈와의 온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과연 정식 시리즈 넘버링 작품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의 졸작이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12년 만에 나온 시리즈 연결작이지만, 이제 더 이상 여고괴담은 나오지 않는 게 맞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해주어 여고괴담 프렌차이즈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덧글

  • 2021/07/24 18: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1/07/18 16: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큐베다이스키 2021/07/19 09:37 #

    저도 5.18 반전을 보면서 이 감독님이 여고괴담보다는 반교를 만들고 싶으셨던가 싶더라고요. (여고괴담 6 촬영기간을 감안하면 아마 반교 게임에 영향을 받았나 싶더라고요)

    이전에 반교 실사판을 봤었는 데, 그 작품의 경우 공포는 약했어도 나름 그 때 시대상황을 잘 묘사했다 생각했었는 데 여고괴담 6을 보니 반교 실사판을 더 재평가하게 되더라고요.
  • 잠뿌리 2022/05/31 21:35 #

    반교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티가 나서 반교의 아류작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스카라드 2022/05/31 20:58 #

    사견인데 현대사의 모 사건을 주제로 써먹기에 지원금을 빠방하게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이제는 끝나버린 문라이트 정부에서 해당 사건을 아주 좋아하지요.

    화이트데이 영화판과 비교하면 어느쪽이 더 심각한 폐기물 폭탄인지.... 승패를 정할수 없군요. 용호상박이며 어뢰와미사일을 대결입니다. 프레데터 VS 에일리언의 대립이 잘 어울리는군요.
  • 잠뿌리 2022/05/31 21:36 #

    화이트데이가 좀 더 심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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