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에 ‘로빈 쿡’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1978년에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이 만든 의학 스릴러 영화. 원제는 ‘코마’. 한국에서는 ‘죽음의 가스’란 제목으로 번안됐다.
내용은 외과 레지던트인 ‘수잔’이 절친 ‘낸시’가 소파 수술을 받은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식물인간이 되어 죽자 그 죽음에 의문을 갖고 있던 중. 낸시가 수술을 받은 8번 수술실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이 연이어 코마 상태에 빠져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주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홀로 조사에 나섰다가 병원 내에서 장기이식 수술에 사용되는 장기를 암거래하기 위해 멀쩡한 환자들을 일부러 코마 환자로 만든다는 비밀을 밝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 원작자인 ‘로빈 쿡’은 ‘의학 스릴러’ 장르의 거장으로 유명 작가고, 감독은 맡은 ‘마이클 크라이튼’도 유명 작가로 ‘쥬라기 공원’ 원작으로 유명하며, ‘마이클 더글라스’가 주연을 맡았다.
본작의 원작은 로빈 쿳의 첫 번째 베스트셀러로, 본래 소설 데뷔작은 1972년에 나온 인턴의 해(Year of the Intern)인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 뒤를 이어 나온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이 히트를 쳐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본작은 소설 원작에, 감독인 ‘마이클 크라이튼’도 작가와 감독을 겸직하고 있어서 그런지. 작품의 템포가 영화보다는 소설의 템포에 가까워서, 장르가 스릴러 영화인데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의학 스릴러 장르의 영화답게 의사와 병원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설정이 돋보이는데 거기에 너무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어서 구조적으로 늘어질 수밖에 없다.
긴장감 자체가 아예 없는 영화인 건 또 아닌데. 긴장감을 느낄 만한 내용이 후반부에 가서야 나오기 때문에 그 전까지의 늘어지는 내용이 후반부를 위한 빌드 업이라고 해도. 러닝 타임이 무려 113분이라 2시간 가까운 분량이기 때문에 빌드 업의 예열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다.
이게 이 작품이 나올 당시인 70년대 때 그 당시 영화 기준으로 보면 보통이겠지만. 그로부터 약 40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느리고 답답해서 보다가 지쳐 쓰러질 수도 있다.
작품 소재는 병원에서 멀쩡한 환자에게 일산화탄소를 주입해 뇌사 상태로 만들어 놓고. 장기를 적출해 장기매매를 하는 비리를 저지르고. 주인공이 그걸 파헤치는 내용으로 지금 현재에서 보면 별로 특이할 게 없지만.. 70년대 초가 의학 스릴러 장르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소재의 신선함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전반부의 전개가 좀 늘어지고 긴장감이 떨어져서 그렇지, 후반부의 전개는 그나마 스릴러답게 좀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데. 이게 정확히,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전후에, 병원의 비밀 시설에 잠입하고 탈출하는 극 후반부의 내용이 거기에 해당한다.
주인공이 또 남자가 아니라 여자인데.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주위에 압력을 받는 상태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조사를 하고, 심지어 암살자한테 쫓겨 목숨을 위협받을 때도 혼자서 헤쳐나가며, 병원 내 비밀 실험실을 스스로 발견, 잠입, 탈출까지 완료하여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내고. 막판에 가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남자 주인공이 오히려 사이드킥 같이 나와서 서포트를 하여 무사히 살아남아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데.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의학 스릴러로서 소재의 신선함보다는 여의사 주인공이 엄청난 활약을 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여자가 주인공이라 여자는 선하고 남자는 악하거나 무능하다는 단순한 남녀 대결 구도로 나가는 게 아니라, 남녀의 성별을 뛰어넘어 주인공으로서의 활약을 펼친 것이라서 더욱 돋보인다.
현대에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는 많지만, 본작은 70년대 영화라서, ‘원더 우먼’ 같은 슈퍼 히어로를 제외하면 여자 주인공이 대활약하는 작품이 보기 드물었던 그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이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데, 여주인공이 대활약하는 70년대 영화는 이 작품 바로 다음 해에 또 하나 나온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1979)이다)
그밖에 원작에서 일산화탄소를 주입해 코마 상태로 만든 환자를 병원 내 비밀 시설에서, 의식이 없이 누워만 있는 뇌사 상태의 환자에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 몸에 전선을 덕지덕지 이어 붙여 공중에 띄워 놓는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게 영화에서도 꽤 충실하게 재현되어 묘사되고 있어서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결론은 추천작. 러닝타임이 길고 극 전개가 느릿느릿해서 전반부의 내용이 다소 늘어져 지루하게 다가와서 언뜻 보면 무늬만 스릴러인 것 같지만... 70년대 당시 기준으로 의학 스릴러 영화 초창기 작품인 만큼 소재의 신선함이 있고, 후반부에 가서 여주인공이 대활약하는 전개가 꽤 볼만해서 지루했던 전반부에 대한 보상이 되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4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 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어 흥행에 성공했고, 당시 비평가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덧붙여 본작은 로빈 쿡의 두 번째 소설이고, 마이클 크라이튼의 두 번째 감독작이다(마이클 크라이튼의 감독 데뷔작은 원작 소설도 본인이 쓴 ‘웨스트 월드(1973)’다)
추가로 이 작품은 2012년에 A&E 텔레비전 네트워크에서 2부작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영됐다.
덧글
https://pgd-gifs.tumblr.com/post/142595930154
2. 마이클 크라이턴도 '제프리 허드슨'이라는 필명으로 'A Case of Need'라는 의학 스릴러 소설을 쓴적이 있습니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에서 '긴급할 때는'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1972년에 제임스 코번 주연으로 'The Carey Treatment' 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3. 톰 셀릭이 단역으로 잠깐 나오는데 영화 후반부에는 비밀 시설 장면에서 해부된 시체(...)로 나오는게 충격적이었죠.